이준모 목사(해인교회·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총괄본부장)

▲ 이준모 목사
지난 가을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쪽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찾아뵙고 명절맞이 상품권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주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러나 재래식 여인숙에 살고 있던 한 가정이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밖에는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안에 인기척이 없어 불길한 생각이 들어 문을 따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그동안 날품팔이로 살아왔던 아저씨의 몸이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24시간 전에 숨이 끊겼다는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옥탑방에서 죽은 지 6개월 만에 발견된 사람부터 고독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25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여전히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빈곤율은 16.5%이다. 인구 6명 중 1명 꼴로 연간 소득이 빈곤선인 998만원조차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가구 유형별 빈곤율은 조손가구가 59.5%, 장애인가구 38.9%, 한부모가구 37.8%, 다문화 가구 20.8% 순이다. 조손가구가 거의 60%에 가까운 것은 이미 해체된 가구 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지난해 억대 연봉을 받은 회사원이 처음으로 36만 명을 돌파했다. 회사원 100명 가운데 2명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국세청이 26일 발간한 ‘2012년판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1년 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연말정산 근로자 1554만 명 가운데 총급여액이 1억 원을 넘은 회사원은 36만 2000명으로 2010년의 28만 명보다 29.3% 급증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양극화 문제가 도를 지나쳤다는 말이다. 사회적 갈등이 계급적 갈등으로 나타나기 일보직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0.71로 OECD 국가 중 4번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0.44)보다도 1.5배 높은 수치이며 국내총생산(GDP)의 27%인 300조원을 사회갈등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적 손실비용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한국교회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전히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더 대형화되고 있고, 대형교회의 부를 대를 이어 세습하고 있는 일로 온 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세상보다도 더 권력에 눈이 어두워 금권선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대형교회와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목회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 일로 한국교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온 사회의 근심거리가 된 듯하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머리에 재를 끼얹고 탄식하며 울부짖어 회개할 일이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국에 복음이 처음 전래되었을 때, 교회가 우리 민족과 사회에 희망이 되었던 것처럼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갈 일이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복음을 들고 이 조선 땅에 들어와 교회보다도 병원과 학교를 지어 의지할 곳 없던 이 땅의 민중들에게 사랑과 헌신을 쏟아 부었다. 전염병을 치료해 주고, 굶주림 속에서 구제했으며, 내일의 주인공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고 계몽을 했다. 선교사를 통해 눈을 뜬 선각자들이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의 장래를 위해 목숨을 버려 민족의 뿌리를 만들어 주었다. 교회를 통해 크게 각성된 성도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허리띠를 동여매고 산업화의 역군이 되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이제 다시 한국교회는 대오각성하여 목숨 바쳐 하나님을 사랑하고, 우리의 몸과 같이 이웃을 사랑하여 양극화로 빛을 잃어가는 이 땅의 민중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킬 때이다. 때마침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가 협동체제로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뒷받침한다고 하니, 교회는 교회에 적합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을 잘 연구하여 지역사회의 가난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공동체적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야겠다. 1교회가 1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1교회가 1사회적기업과 결연하여 지속가능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한국교회의 영성을 회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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