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교수 (숙명여대 명예)와 안인섭 교수 (총신신대원)


교회갱신 깊은 성찰 통해 미래 열어가야

근현대사 지대한 공헌했던 한국교회 선한 역량 제대로 계승 못해 안타까워
교회 더 많이 가지면 갈등 고리 못 끊어…낮은 곳 향할 때 새희망 나타나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명예교수(숙명여대)와 리포500 아시아 프로젝트매니저 안인섭 교수(총신신대원) 사이에는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새해를 맞아 평생 역사를 품고 산 두 교수와 함께 한국 장로교회 100년을 되돌아보고 한국 교회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눴다. 질곡의 시간을 보낸 한국 교회가 2013년 새로운 역사를 열기 위해서는 교회 개혁과 신학적 성찰, 다음세대 양성이 필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편집자 주>


▲ 이만열 교수 (숙명여대 명예)
“한국 교회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부와 명예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많이 가진 것이 올무가 돼 한국 교회의 영성을 퇴락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만열 교수: 한국장로교 100주년은 세계 선교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성장과 발전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식민지 하에서 독립운동에 나섰으며, 내적으로 민족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운동에도 헌신했습니다.

일제는 민족 말살정책 일환으로 신사참배를 강요했는데 끝까지 저항한 교회가 장로교회였습니다.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지만 그때 천주교회와 감리교회 등이 장로교회와 힘을 합쳐 버텼다면 일제의 포악한 탄압에 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넘어짐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 해방 이후 한국 교회 분열에 많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50년대의 고신파 분열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당한 명분만으로 분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또 분열이 한국 교회의 부패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열을 통해 한국 교회가 특히 장로교회가 우리 사회의 선한 역량으로 연결을 시키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안인섭 교수: 신사참배 문제도 있었지만 민족의 고난과 아픔에 교회가 다양한 사역을 통해 공헌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를 빼고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또 일본의 지배를 받았는데 서양에서 전래된 복음이 실제로 한국 사회와 한국 문화에 공헌할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해방 이후 한국 교회는 남한과 북한교회로 나눠졌습니다. 한국 교회의 카테고리 안에는 한반도가 포함되어야 하기에 남쪽교회는 극도의 세속화, 북쪽교회는 극도의 공산주의 아래서 정체성을 잡기 어려운 모습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초창기의 모습을 회복하고 이어 한국 사회에 긍정적 공헌을 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 교회는 올해 WCC 부산총회 개최를 앞두고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교수: WCC 부산총회를 반대하는 주요교단은 합동 고신 대신 합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가 가장 심한 곳이 합동측인데, 그건 아마도 통합과 분열이 되었을 때 WCC 문제가 쟁점이 됐다는 역사적 맥락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WCC가 종교다원주의의 냄새가 난다고 반대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령, 가톨릭이 한국에서 큰 대회를 연다고 할 때 우리가 반대할 수 있습니까? 반대할 필요도 없고 반대해서도 안 되는 거죠. WCC 총회 또한 굳이 우리가 없는 덧칠까지 해가면서 그렇게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세계 교회가 다시 예수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화해하고, 한국 교회의 생각을 전달하여 WCC가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가 영적 역량과 신학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WCC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의 복음전파에 한국 교회의 역량을 보일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긍정적 측면까지도 무시해가면서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안인섭 교수 (총신신대원)
“성경에 근거한 신학을 가지고 이 사회를 보수와 진보라는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에서 넘어서 표류하는 젊은 세대들을 교회가 이끌어야 합니다.”
안 교수: 결국 이런 논쟁 자체는 세계 교회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한국 교회가 받는 교회였고, 수입해온 교회였다면 이제는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 무엇이든지 이야기 하고, 배타적인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기구가 WCC냐, WARC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와 국제적인 역량을 강화해 세계를 위해 공헌해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 교수: 올해 유난히 신천지 등 이단의 기존교회 침투가 많았던 것도 한국 교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가 영적으로 건전한 삶을 살았다면 우선 신천지 같은 사이비를 분별해서 영적 성장을 키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한국 교회는 여러 비난과 부패 요소들만 보였습니다.

신천지가 학생들에게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가정을 파괴하는 것은 기독교와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의 탈을 쓴 사이비인데 우리는 이것을 용납할 온상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안 교수: 한국 교회가 본질에서 이탈되어 기득권으로 갈 때 생긴 것이 안티기독교입니다. 통일교 신천지 등 자생적 이단은 근래 보면 세속화되고 종교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단조차도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교수: 목회자 납세나 목회자 세습 문제도 한국 교회가 약자로 있을 때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교회가 강자이고 지배자의 종교이기에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바로 대형교회입니다. 우리가 유신을 비판하지만 유신시대에 권력을 갖게 된 재벌, 대형교회, 군부세력이 등장했고 지금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대형교회가 결국 형성되면서 부와 명예를 갖게 되고 세습하려는 욕심도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대형교회는 해체해야 하고, 가난 실천이 한국 교회가 할 일 입니다.

한국 교회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붕 떠 있습니다. 리더들이 마음을 모아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합니다. 목회자 납세도 당연한 얘기인데 자기의 수입원을 공개하기 싫어서 핑계를 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의무를 하지 않고 이 땅에 산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이론적으로 말 할 것이 아닙니다.

안 교수: 교회론의 문제라고 봅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고, 성도들의 공동체인데 그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라는 인식이 없음으로 해서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와 적자생존이 교회에도 침투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기업화 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교회의 보편성이 희석되고, 돈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이 우대받고 있습니다. 교회론적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오너는 목회자들이라고 인식하고 심지어 장로가 오너 목사를 채용하는 마인드로 가고 있습니다. 그 갈등 때문에 한국 교회가 앞으로 가지 못하고 덫에 걸려 있습니다.

이 교수: 교회가 대형화 되면서 소명보다 직업으로 목회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문제입니다. 목회자로서 성스러움이 없다보니까 윤리의식이 사라지고 월급쟁이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영성이 없는 사람은 돈의 유혹, 성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합니다. 과거 가톨릭이 이러저러한 연유도 있었지만 교회세습의 부작용도 높아 성직자의 결혼을 금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교회도 그런 요청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안 교수: 그렇습니다. 70~80년대 신앙이 좋고 공부를 잘하면 목사가 되라고 했는데 근래는 실력이 부족하거나 사회에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신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 나갈 능력과 인지능력이 없는 사람이 목회를 하니까 세상과 간극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소명은 교회를 잘 세우는 것만이 아니라, 연결시키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 교수: 모 교수의 말을 빌리면 중세시대에 인구통계를 냈는데 10%가 종교종사자였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와 동떨어져 부평초처럼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 안에 접근하고 뿌리를 내릴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먼저 한국 교회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부와 명예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많이 가진 것이 올무가 돼 한국 교회의 영성을 퇴락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또 한국 교회의 여러 문제 중 비복음적인 현상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배당을 성전이라 칭하고, 목사를 구약시대 제사장처럼 여기는 잘못된 관행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교회연합기관 중 덕스럽지 못하고 시류에 따라 흐르면서 권력의 행배만 쫓는 기구는 하루속히 해체해야 합니다. 아울러 이명박 정권도 그랬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 왜 우리 기독교가 실패했느냐를 반성해야 합니다. 박근혜 당선자는 장로도 아니고 기독교인도 아닌데 벌써부터 지금 일부 목회자들이 계속 추파를 던지면서 아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정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예언자적인 소리를 말하면서 약자와 소외된 이웃 등 가난한 자 속으로 들어갈 때 한국 교회의 새로운 희망이 나타날 것입니다.

안 교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신학적 성찰이 너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목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교회가 무엇이고, 교회 사역의 본질적인 이해 없이 그냥 기능인만 길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명확히 신학이 세워진 목회자들이 나올 때 여러 가지 염려하는 사항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지금 보수 진보라는 것이 없습니다. 거의 다 보수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신학을 보수하는 것하고, 정치적 사회적인 보수주의가 혼돈되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성경에 근거한 신학을 가지고 이 사회를 보수와 진보라는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에서 넘어서 표류하는 젊은 세대들을 교회가 이끌어야 합니다. 지금 젊은 세대가 한국 교회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교회가 노령화 되면서 유럽이나 미국처럼 미래가 안 보인다는 말입니다.

이 교수: 미래 세대를 향한 고민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투자는 물질만이 아니라 관심과 영성이 중요합니다. 교회에 젊은이들이 안보이고 주일학교 교육이 쇠퇴해가면 결과는 뻔합니다. 그러면서도 대형교회만 되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새해에는 한국 교회가 더 갱신되고 새로워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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