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 업무 전념 못하고 회의 때마다 동원, 원치 않는 몸싸움
“우리가 왜” 씁쓸한 자괴감 … “총회발전 역행” 비난 거세

11월 29일 오후 5시 30분 총회회관 4층 출입구 유리문이 순식간에 잠겼다.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서창수 목사) 소속 20여 명의 노회장들이 총회 임원회의 회록채택 강행을 항의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차례로 내린 순간이었다.

총회본부 출입문 근처에서 대기중이었던 총회의 젊은 직원들은 노회장들을 보자 문을 봉쇄했다. 기자들도, 노회장들도 출입을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노회장들과 총회 직원들간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노회장들은 “왜 교단 소속 목사인데 총회 본부 출입을 막느냐”고 항변했으나 직원들은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노회장들은 복도에서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저녁 7시에 총회 임원회가 시작되자 노회장들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 기도하고 때로 구호를 외치면서 총회 임원들이 회록채택을 강행하지 않기를 기원했다. 그러던 중 몇몇 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회록채택이 진행되려 한다는 정보가 흘러나왔고 비대위 목회자들은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 본부 사무공간을 통과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던 10여 명의 총회 직원들이 임원회의실 문을 막았고 노회장들과 몸싸움을 시작했다.

서창수 비대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바닥에 쓰러졌고 회의장 주변에 있던 화분이 엎어지기도 했다. 직원들과 노회장들도 타박상 등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소속 목회자들은 “왜 우리가 젊은 총회 직원들과 얼굴을 붉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날 남아있던 총회본부 직원들은 20여 명 가량이었으며 이들은 회의를 모두 마친 29일 자정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 총회본부 직원들이 총회 임원들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대위 소속 노회장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총회본부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고 총회의 각종 회의 때마다 경호업체 직원인양 동원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부 직원들은 총회 총무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전폐하고 총회 진행상황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인사들의 본부 출입을 막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부 직원들이 경호업무에 동원된 것은 지난 회기 몇차례 열렸던 총회실행위원회 회의장에서부터였다. 실행위원에서는 칼빈대 신대원생 강도사 고시 제재, 연합기관 대표회장 추천, 타교단 인사 이단 정죄, 제97총회에서의 용역 동원 결정 등 민감하고도 실행위원회 의제로 적절하지 않은 안건들이 잇따라 가결됐다. 자연히 비판도 많았고 교계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총회직원들은 이때부터 동원돼 거의 전직원이 총회회관 1층 복도에 도열해 출입자들의 신분을 확인했는가 하면, 총회본부 1층 현관문과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계단마저 봉쇄하고 야외에서 실행위원 명패를 배포하기도 했다. 실행위원회 회의장으로 주로 사용되던 총회본부 5층 예배실 안팎에도 직원들이 배치돼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또 실행위원회 회의자료를 회의 말미에 실행위원들로부터 회수해 가는 일에 동원되기도 했다. 직원들은 새 회기 들어서는 모든 상비부 회의에도 들어가 기자들을 내쫓는 역할을 했으며 특히 총회임원회가 열리는 날이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회의 내내 언론사들의 접근을 막는데 급급했다.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보다 황규철 총무의 지시에 따라 회의장 경비에 동원되는 것은 교단 산하 전국교회가 원하는 바도 아니며 직원들의 정치적 중립성 이미지에도 손상이 간다는 지적이다. 황규철 총무는 “회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해 본부의 책임을 진 총무로서 회의 취재를 막을 수 있다”, “그동안 기자들이 무제한으로 들어와 업무를 방해했기에 봉쇄한다”고 변명하고 있다.

지난 제97회 총회의 규칙부 보고 때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하려는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 총대들은 밀실 야합정치를 막고 총회 위상을 높이기 위해 회의 과정을 공개할 것을 결의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회의 취재를 방해하고 직원들을 동원해 회의 분위기를 무겁게 함으로 회의에 참석한 목사 장로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교단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구나 각자 고유의 업무가 있는 직원들을 동원해 회의 취재나 반대입장을 가진 이들의 출입을 막는데 이용한다는 것은 빼앗긴 시간만큼 직원들이 교단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회 관계자는 “직원들이 사무도 봐야 하고 눈치도 봐야 하고 경호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심적인 부담을 표출했다.

총회 직원들이 정치적인 일에 계속 동원되는 것은 직원들에게도 해가 갈 수 있는만큼 직원들을 경호업무에 동원시키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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