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논쟁 빠진 불안한 연합 제안
세계선교 변화 대비한 대화 필요성은 인정 … 신학적 간극 재확인

복음주의와 자유주의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는 것인가.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세계교회협의회(WCC)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상호이해를 모색했다. 이 두 단체는 10월 22일 기독교학술원(원장:이종윤 목사)이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공통분모를 찾아 갔다.
이날 주제강연을 한 세계복음주의연맹 신학위원장 토마스 슈르마허(Thomas Schirrmacher) 박사와 세계교회협의회 프로그램위원장 마틴 로브라(Martin Robra) 박사는 대화와 연합을 강조했다.

▲ 기독교학술원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두 단체 간 신학적 논의가 빠진 채 진행돼 행사의 진정성마저 의구심을 받았다.
WEA, 대화 가능, 진리는 고수

슈르마허 박사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30년 전에는 이데올로기와 서구교회가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탈냉전과 오순절교회의 성장 등 급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30년 전 문제로 정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양쪽 다 변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슈르마허 박사는 이어 두 단체의 공통분모를 찾아 갔다. 그동안 세계복음주의연맹과 세계교회협의가 그리스도인의 연합, 세계 선교, 신앙의 자유, 인권이라는 공통 주제를 놓고 활동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의 연합뿐만 아니라 신학의 연합도 언급했다. 슈르마허 박사는 “현재 세계복음주의연맹과 회원 교회들은 세계교회협의회 헌장에 동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세계교회협의회 회원 교회들도 세계복음주의연맹의 신앙고백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합과 대화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했다. “교회의 진리를 양보하거나 세계 선교를 포기하게 하는 대화는 기독교 자체를 부정하게 만든다”면서 “예수 그리스도, 복음,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절대적인 진리를 유보하는 대화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WCC, “공통분모 찾자” 일치 강조

로브라 박사도 “세계교회협의회가 과거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특히 우리의 관심이 선교와 전도로 옮기고 있어 복음주의권과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오순절과의 대화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브라 박사는 신학 문제에 대해서 “세계교회협의회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오해가 풀리고 협력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와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이 한국에서 대회를 갖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고 말한 로브라 박사는 “과거의 긴장을 극복하고, 상호 간에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는 놀라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주섭·김상복 “선교위해 연합하자”

한국측 대표로 나선 세계교회협의회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 금주섭 총무는 “지난 세기의 신학적 틀과 선교 프로그램으로 이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고 반문하면서 “한국교회는 50년 전 갈등 때문에 서로를 반목하면 안된다. 한국이라는 지역적 갈등을 세계적 갈등으로 키우지 말라”며 한국교회 보수주의권의 부산총회 반대를 비판했다. 금주섭 총무는 이어 “현재 지구촌과 세계교회가 급변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도 세계 선교를 위해 연합과 일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복음주의연맹 김상복 회장도 연합을 강조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조직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복음 안에서는 모두 형제라는 것을 인정하자. 조직을 보기 전에 영적인 실체를 바라보면 형제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김상복 회장은 이어 “성품과 은사와 사역과 조직이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선교를 위해서는 연합이라는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복음주의연맹과 세계교회협의회 대표들은 성경읽기 운동과 북한 복음화, 탈북난민에 대해서도 연합의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종윤 목사는 “세계 선교를 위해서는 세계복음주의연맹과 세계교회협의회 모두 성경으로 돌아와야 한다. 특히 탈북난민의 인권을 두 단체가 정식으로 고민하고 나누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인위적 일치, 혼란만 준다

이번 심포지엄은 세계복음주의연맹과 세계교회협의회라는 거대 기구가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확연히 다른 두 단체 간의 신학적 논의는 철저히 소외돼 심포지엄의 진정성마저 의구심을 받았다. 또한 가시적 교회 일치를 위해 신앙을 타협하고 양보한다는 것은 성경과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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