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한교연 분열 논란 거셀듯

‘낙제점’ 연합운동 책임공방 불가피…교단별 입장정리 ‘주목’


‘연합’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한국교회의 성숙도는 몇 점일까. 애석하게도 한국교회는 수십 년 동안 분열을 힘써왔다. 그리고 올해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홍재철 목사)가 둘로 나뉘어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김요셉 목사)이라는 단체가 생겨났다. 과거나 지금이나 한국교회의 연합은 한 마디로 낙제점이다.

올해 각 교단의 정기총회에서는 낙제점인 연합운동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예정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분열된 현상에 대해 책임 논란이 벌어지며, 일부 교단에서는 탈퇴라는 초강수가 예상된다. 문제는 연합기관 분열 사태에는 이단문제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이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미지수다.

또한 찬송가 사태와 연세대 사태 등 연합운동에 대한 논의도 예상된다. 이밖에도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한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과 한교연, 어디로 갈까

주요 교단들은 일제히 한기총과 한교연 분열에 대해 논의한다.

예장통합 내부에서는 연합기관 분열에 대한 견해가 천차만별이다. 단적인 예로 부총회장 후보로 나선 4명의 목사들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이승영 목사는 “한교연 조직이 성급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은빈 목사와 김동엽 목사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반면 민경설 목사는 “한기총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며 한교연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정기총회에서 난상토론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해 제96회 총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1년 보류했던 예장합신은 올해 양단간의 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예장합신은 제96회 총회에서 실행위원회에 한기총에 대한 연구를 맡긴 바 있고, 이번 총회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교단 중진들은 이단과 연루된 한기총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 연합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한교연 가입에 대해서도 반응이 미온적이어서 한기총이 개혁과 이단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재와 마찬가지로 한기총 행정보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예장고신도 지난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년간 연구하기로 했다. 현재 총회 임원 중 사무총장이 한기총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총회장 측은 한교연에 관여하고 있다. 이에 경안노회에서는 교단의 입장이 불분명해 혼란스럽다며 교단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는 헌의안이 올렸으며, 서울노회에서는 총회의 결정이나 허락이 없이 개인이 한교연에서 교단의 대표자로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헌의안을 올린 상황이다. 한기총 행정보류를 결정한 예장고신이지만, 내부 인사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로 인해 이번 총회에서 이를 둘러싼 격론이 예상된다.

예장대신은 지난해 한기총 탈퇴를 부결한 바 있지만, 현재 총회 임원들이 한교연 대표회장에 선출된 교단 증경총회장 김요셉 목사를 적극 후원 중이다. 이에 임원회가 이번 총회에 한교연 가입을 청원한 상태다. 이와 함께 한기총 행정보류 건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돼 한기총과 한교연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예장백석은 한기총에 대한 행정보류를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한기총에서 제명된 유중현 백석 총회장이 한교연 설립과정에 적극 참여해 현재 한교연 상임회장직을 맡고 있어 한교연 가입이 공식 추인될 가능성이 높다.

기침은 당초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 행정보류만 결의했으나, 임원회가 한기총에 대한 임의탈퇴를 선언한 상태다. 따라서 총회석상에서 한기총 임의탈퇴가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임원회는 이단문제와 연합정신 위배를 들어 임의탈퇴를 처리할 계획이지만, 친 한기총 인사들이 다수 포진된 증경총회장들의 반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분열의 핵심, 이단문제

한기총과 한교연 분열에는 이단문제가 핵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기총은 다락방(전도총회)을 영입한 예장개혁 측을 회원으로 인정했고, 장재형 목사가 소속한 목회자를 행정실무자로 앉혔다. 이 때문에 한기총이 세력 확대를 위해 이단과 손을 잡느냐는 비판이 나왔고, 예장통합은 물론 주요 교단들이 행정보류를 선언했다.

반면 예장합동은 지난해 연말 총회실행위원회를 열고 예장통합의 최삼경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최 목사는 장재형 목사의 이단성을 제기했던 인물들 중에 하나. 따라서 예장합동의 반격은 한기총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단으로 판단됐다.

이단문제를 놓고 한기총과 한교연은 올해 여름 2차전을 치렀다. 한기총은 7월 19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최삼경 목사와 행보를 같이하는 이단 전문가들을 ‘이단옹호자’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한교연은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의 이단 연루설을 조사하기로 했으며, 장재형 목사에 대해서도 연구하기로 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극에 치달았던 8월 6일 한기총과 한교연의 대표가 만나 상호비방을 중단하기로 합의해 사태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교연이 합의 다음 날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교단이 이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교단 통합을 전격적으로 합의한 5개 개혁교단의 경우, 한기총을 반대하는 결의가 예상된다.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이미영 기자chopin@kidok.com 송상원 기자knox@kidok.com

▲ 올해 3월 한기총의 개혁과 정상화를 목표로 한국교회연합이 조직됐다. 그러나 불법선거 논란과 싸움, 상호비방 등 한국교회 구태를 답습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 찬송가 공식사용 결의 ‘뜨거운 감자’

WCC 부산총회 찬반입장 극명하게 갈려


새 찬송가 나오나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최고봉은 단연 성경과 찬송일 것이다. 같은 찬송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것만큼 멋진 연합이 또 있을까. 그러나 예장합동을 비롯한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주요 교단들이 새로운 찬송가 발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에 문제점이 많고, 이를 발행하는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연합정신을 위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예장합동, 예장통합, 감리교 대표들은 9월 7일 모임을 갖고 새 찬송가 발간의 불가피성을 확인하고, 각 교단 총회에서 새 찬송가의 공식 사용 결의를 도출하는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발맞춰 새로운 찬송가 시제품이 총회 석상에서 뿌려질 것으로 보여 가시적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교단 내부로 들어가 보면, 새로운 찬송가 발행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예장통합의 경우,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와 비법인 찬송가공회에 양다리 작전을 펼치고 있어 난감해 하는 눈치다.

예장통합은 찬송가공회 재단법인 설립 과정에 교단 증경총회장이 깊이 개입했고, 소속 교단 중 유일하게 조건부 재단법인 참여를 결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 8월 총회임원회가 재단법인과의 관계를 정리한다는 입장을 보여 새로운 찬송가 발행에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찬송가공회 관련 헌의안 상정은 없으나, 질의응답 시간에 찬송가공회 사태에 대한 보고가 다뤄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법인 찬송가공회를 불법으로 못 박고, 비법인 찬송가공회에 이사를 파송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기침은 증경총회장 김용도 목사가 비법인 찬송가공회에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어 새로운 찬송가 발행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며, 예장합신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WCC, 물과 기름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한 반응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극명하게 갈린다. WCC 부산총회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예장통합은 적극적인 찬성을 보이며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예장통합과 동일한 입장이다. 그러나 교단 내 일부 인사들이 예장통합의 독식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예장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적극 찬성이라면, 예장고신 예장대신 예장백석 기침은 적극 반대를 보이고 있다. 이들 교단들은 이미 지난해에 목회자들에게 참여하지 말라는 권고사항을 내놓기도 하고,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예장고신 경동노회가 WCC의 문제점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하자는 청원이 올라온 상황이다.

 

이단·사이비 대처 방안

고신 … 이단의혹 인사 처리 헌의 잇따라
기침 … 베뢰아 BWA 가입문제 처리 관심


이단의 특징 중 하나가 허점이 보이면 반드시 파고든다는 점이다. 한국교회가 연합기관 자리싸움으로 갈라지자 이 틈을 이단은 놓치지 않았다. 이단들은 공개적인 포교를 일삼는가 하면, 기성 교단에 정면승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기총회를 맞아 각 교단마다 이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단에 대해서 연합의 힘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예장고신은 이번 총회에서 이단·사이비 대처 방안에 대한 논의는 물론,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단경계주일헌금 요청의 건, ‘이슬람 바로 알리기’ 중고등부용 교재 발간의 건, ‘가계저주론’에 대한 참여 금지의 건, 장재형 목사 건 등이 올라온 상황이다. 또한 전주노회는 이광복 목사의 ‘종말론’이 개혁주의 입장에서 건전한 것인지 질의하는 헌의안을 제출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는 이단에 대해 논의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이단은 베뢰아교회연합(김기동 측)이고, 핵심은 베뢰아의 침례교세계연맹(BWA) 가입여부다.

베뢰아는 기침이 유일하게 활동하는 국제기구인 BWA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왔다. 전략적으로 BWA에 가입해 이단 해제의 첫 발의 내딛겠다는 심산이다. 가입이 유력했던 올해 칠레 BWA세계대회에서는 백방으로 뛴 기침 인사들의 노력으로 베뢰아의 가입을 유보시킨 바 있다.

기침은 이번 총회에서 BWA 세계대회에 참석했던 증경총회장 한명국 목사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주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에서 베뢰아에 대한 특별한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견해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전 침신대 총장과 총회 요직을 맡은 목회자들이 베뢰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침은 칠레 세계대회에서도 교단 중진인 H 목사가 베뢰아 가입을 위해 추천서를 써줘 곤욕을 치른바 있고, 베뢰아 인물 중 침신대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기침이 베뢰아에 대한 단호한 결의를 내릴지, 아니면 특별한 대책 없이 유야무야 넘길지 오는 102차 기침 총회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반사회적·반인륜적 사이비집단인 신천지 척결을 위해 한국교회가 조직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지난 8월에 문을 연 CBS 신천지 고발사이트 <신천지 OUT!>이 단초가 되었다. 기침, 예장합신 등은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로 결의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방법으로 신천지 추방척결운동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밖에 예장통합 대전노회가 JMS 정명석이 성지화하고 있는 충남 금산군 서막교회를 ‘특별 선교교회’로 지정해 달라는 건을 올려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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