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은 컸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정치적 이해관계 작동’ 의혹 제기 … ‘구조적 한계’ 선관위 동정론도

제97회기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김승동 목사)의 활동이 8월 24일 제12차 전체회의를 끝으로 종결됐다. 그 어느 해보다 법과 원칙에 의거하고 깨끗한 선관위 활동을 치르겠다는 다짐으로 기대를 모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아쉬운 소리도 있다.

▲ 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공명정대한 관리에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선관위 회의장면.
그 이유는 선관위 회의 결의 내용들이 바뀌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임원후보자의 A목사의 총회 기관 행사 순서 금지 결의가 있었다. 임원 후보자의 순서금지 결의는 총회선거규정 제26조에 명기돼 있으며 선관위는 위원장 담화문의 형식을 통해서까지 확고하게 입장을 표명했다(2012.4.25). 또한 이 결의는 지난해인 제96회 총회 보고서에도 선관위 결의사항(2011.3.18, 3.21)으로 명기된 사항이었다.

그러나 선관위의 결의는 5월 11일 제5차 전체회의에서 변경된다. 총회 임원회가 보내온 제97회 총회임원 및 기관장 후보 행사 순서 금지 해지에 대한 요청이 들어온 이후다. 선관위는 임원회의 요청을 허락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선관위는 7월 6일 제8차 전체회의에서 문제가 된 “A목사 뿐 아니라 모든 후보자의 당연직 부서활동을 허용한다”고 결정을 했다.

또 다른 후보인 B장로는 분립된 노회에 속해 있었다. 노회분립은 됐으나 양 노회간 앙금이 남아있어 B 장로는 원노회로부터 후보추천을 받지 못했고 장로가 속한 분립된 노회의 추천을 받았다. 선관위는 임원 후보 심의를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B 후보의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1일 제11차 전체회의에서 후보자격이 없다는 결정을 내린 뒤 B후보 측의 재심청원이 제출됐다. 선관위는 8월 24일 제12차 최종회의에서 이 후보의 반박이 이유가 있다면서 후보자격을 인정했다.

선관위 활동에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정확한 조사기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모 노회의 C장로는 장로 신임 투표를 받지 못했기에 자격이 없다는 제보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C장로가 본 교회를 6개월 이상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공동의회를 통해 신임을 받은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고, C장로는 취임식을 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선사한 기념품이 있어 증거가 된다고 맞섰다. 선관위는 당회록이나 공동회의록을 제출받아 이를 근거로 판단을 하면 된다. 그러나 선관위는 C장로의 찬반 양쪽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하기만 했다.

기관장으로서 총대 겸직을 하면 안된다는 규정에 걸려 유일하게 후보 탈락한 D장로의 경우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선관위는 2월 2일 전체회의에서 이미 D장로와 관련된 사항을 논의했다. 즉 “상비부장, 기관장 후보 예정자는 5월 30일까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선관위는 논의는 했으나 공고나 통지를 통해 사임을 권유하지 않았다.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다시 B 장로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선관위가 B장로에 대해 최종 후보자격을 심의할 때 기준이 된 것 중 하나는 소속 노회가 현재는 ‘가칭’으로 ‘존재하지 않는 노회’이지만 제97회 총회에서 총대 호명이 되면 ‘장차’ 정식 노회로 인준을 받기 때문에 후보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D장로에 대해서는 반대논리가 적용됐다. D장로는 현재 기관장이면서 제97회 총대로 노회에서 선출이 돼 있었다. 선관위원 중에서는 따라서 이중직에 해당되며 이는 만국 통상법이나 정서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장로는 현재 기관장이지만 총회 총대는 제97회 총회가 개회되어야 자격을 얻는 것이며, 따라서 아직은 총대가 아니므로 이중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장로에 대해서는 ‘현재’는 아니지만 ‘장차’ 될 것이기에 허락하고, D장로에 대해서는 ‘현재’는 아니지만 ‘장차’ 될 것이기에 반려한 꼴이 됐다.

이 때문에 선관위 회의는 끝났고 후보자 공고까지 나왔지만 법적 소송이 뒤따를 것이라든가, 총회 전까지 최종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은 것은 선관위 탓만은 아니라는 동정론도 물론 있다.

임원 선거가 총회적으로 가장 큰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에 선관위만 잘 하려고 애를 쓴다고 해서 법과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기는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 또 제비뽑기 현실과 동떨어진 규약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관위원장 김승동 목사는 “그 어느 해보다 공명정대하게 했다고 자부한다”면서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목사는 “어차피 제비를 뽑아 선출하는 것인데 현재 규약은 엄격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총회 관계자들은 선관위의 발전을 위해 선관위 구성 시점에서부터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회기 선관위만 해도 서울서북 지역 몫인 5명의 위원이 모두 서북출신들로만 배정돼 서울지역의 원망을 사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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