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된 본부 운영이 ‘탈 공룡총회’ 해법
정치 몰입 ‘1년살이 총회’로는 교단미래 불투명 … 체질 바꿀 태스크포스팀 구성해야
#1-1998년 9월 제83회 총회
제83총회에서 ‘21세기 교단부흥발전기획단’ 보고가 있었다. 방대한 분량의 자료집과 보고서를 토대로 교단발전 방향에 대해 보고를 했지만 결론은 ‘활동종료’로 끝나 버렸다. 3년간의 축적된 연구 결과물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린 순간이었다.
‘21세기 교단부흥발전기획단’ 발족 배경은 이랬다. ‘2000년’을 앞두고 새로운 밀레니엄이라는 세기적 이슈 앞에 교단 역시 교단 발전과 부흥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1995년에 개최된 제80회 총회에서 교단발전기획단을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21세기 교단부흥발전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3년에 걸쳐 교단 발전에 대한 연구를 펼친 바 있다.
기획단의 연구물이 휴지조각이 된 이유에 대해 여러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기획단의 근본 취지인 교단발전을 위해 연구한 노력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획단에서 제시한 결과물 가운데 바람직한 부분이라도 시행했다면 교단 역량을 더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당시 기획단이 보고한 내용 가운데 △사회봉사 지침서를 작성해 지 교회의 사회봉사를 활성화하는 등 사회봉사에 대한 훈련을 총회 정책차원에서 시행하고, 사회부를 독립시키고 전문가를 채용 △목회자 수급계획위원회를 구성해 수급실태를 조사해 신학교육을 실시 △농어촌국을 신설해 농어촌목회자 전문훈련원 운영, 농어촌선교후원 창구 일원화, 도농교회 자매결연, 농어촌 목회자 자녀교육을 위한 학사건립 및 장학지원, 신대원에 농어촌학과 신설해 전문적인 목회자 양성이라는 연구물은 10년이 지난 지금 교단적으로 극복해야할 현안임에 틀림없다. 만약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고 시행했다면 교단의 역량은 그만큼 강화됐을 것이다.
#2-2007년 9월 제92회 총회
이번에는 ‘21세기 교단비전공동기획위원회’ 보고가 있었다. 이 위원회는 총회 임원을 중심으로 총회본부, 총신대, GMS, 기독신문 등 산하 기관 실무진들로 구성, 교단 면면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를 시행함에 있어 우수한 인재를 활용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를 발굴해 총회인재데이터베이스까지 구축했다.
당시 총회에서 위원회가 제시한 교단정체성 확립, 교단운영체계 정비강화, 교단인력개발, 교단기반시설 확충, 한국교회연합사업, 기독국제기구 및 교단교류, 총회재정 등의 정책제안이 호응을 얻어 “21세기 교단비전 계획을 승인하고 총회 임원회에 맡겨 추진하기로 가결”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 결의 이후 21세기 교단비전공동기획위원회의 활동은 전무했고, 사업 시행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위의 두 사례는 강한 정치성향과 현안에만 급급한 교단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 역사적 사실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해마다 열리는 교단총회를 보라. 정치적이고, 소모적인 일에 밀려 교단과 교회의 발전과 부흥을 논의할 분위기조차도, 시간적인 여력도 없지 않은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단에 대한 불신과 자조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결집력이 약화되면 결국 교단의 역량이 떨어지고 발전에 저해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총회의 순기능 회복 - 탈정치화
총회는 ‘정치’하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총회는 정치 뿐 아니라 행정과 입법, 사법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1만 1500여개 교회, 3만여 교역자와 300만 평신도를 둔 교단으로서 살림살이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거대한 조직과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교단이 정치에만 함몰된다면 속이 빈 강정에 불과하다. 지나친 정치화는 결국 산하 교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규모와 신학을 자랑하면서도, 그렇다고 딱히 교단의 브랜드나 특징을 내세우기에는 망설여진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화의 시대에 거대 교단에 맞는 내실화를 꾀해야 하는 것이 우리 교단에 주어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 총회는 개교회 문제와 같은 사소한 정치 문제나 현안에만 매달리는 구습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총회의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탈정치화하고, 미래지향적·정책지향적인 방향으로 가야한다.
총회의 역할 -‘싱크탱크’(Think Tank)
총회는 엄밀히 말해 사회적인 선지자 역할과 함께 교단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신학과 목회 흐름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콘트롤 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싱크탱크로서 정책입안이나 기획자 역할을 해야 한다.
91회기 21세기 교단비전공동기획위원회를 이끌었던 증경총회장 장차남 목사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 92총회에서 기획위원회 보고가 채택됐는데 이후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어 사장됐습니다. 교단의 장기적인 안목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한 사건이었습니다. 총회가 1년 임기의 임원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한 회기 동안 가시적이고, 단회적인 사업에만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장 목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총회장의 임기는 1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총회 본부를 전문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총무와 본부가 중심이 되어 전문적인 식견으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본부가 싱크탱크 역할을 해 총회 임원을 보좌한다면 어느 정도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차남 목사의 말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총회가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기 위해서는 본부를 전문가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전문적인 식견으로 교단의 비전과 프로젝트를 설정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총회 임원이 바뀌더라도 정책과 사업의 연속성으로 효과적인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태스크포스(Task Force) 구성하자
우리 교단은 거대공룡과도 같다. 그만큼 덩치가 크다는 말이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기에 손색없는 외형을 갖췄다. 문제는 ‘내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시금 교단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제안한다. 아울러 정치성향이나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신뢰해 주는 자세를 전국교회는 가져야 한다. 그리고 사업과 정책이 전문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본부를 전문화된 인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처럼 총회가 싱크탱크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선진화되고, 세계적인 교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변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뛰어난 지혜자가 말을 했지 않은가?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한다”는 것을. 비전 있는 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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