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될까, 소돔될까’ 깊어지는 고민

찬성측  “재정 자립 위기 … 미래 위해 과감한 결단 필요”
반대측  “학생 수급 문제 … 총신 전체 부실화 계기될 것”

 

▲ 탐라대 실사단으로 현장 조사를 펼친 옥성석 목사가 제출한 실사결과보고서를 이사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제주 탐라대는 하나님이 주신 가나안 땅이다.”
“겉으로 보기에만 좋은 소돔과 고모라 땅이다.”

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이사장:남태섭 목사)가 학교의 미래가 걸린 제주 탐라대 매입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운영이사회는 지난 7월 5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구 탐라대학교 캠퍼스를 매입해 총신 제주분교를 설립하자”는 재단이사회의 안건에,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며 11인 실사위원단을 꾸렸다. 8월 10일 4차 회의는 실사단 보고를 듣고 탐라대 매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롯이 선택한 소돔이 될 것”

실사단은 재단이사장을 포함해 탐라대 매입에 찬성하는 이사 5명과 반대하는 이사 5명으로 꾸려졌다. 이날 이사회는 반대와 찬성 이사가 번갈아 발언하면서 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반대하는 이사들은 “산술적 가치를 따지고 외형적으로 보면 탐라대는 매우 좋은 물건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생 수급이 절망적이고, 결국 학교 운영이 안돼 총신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사단과 함께 조사를 하고 또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 보강 조사까지 한 옥성석 목사는 “소돔 땅을 성급하게 선택했던 롯의 우를 범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입에 반대하는 이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폐교되기 직전 탐라대 전체 재학생이 3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대학에 진학하는 고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 숫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당장 올해도 제주 지역 대학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가 더 적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국립 제주대를 비롯해 제주한라대 제주관광대 등 4개 대학교가 있으며 모집 인원은 7074명이다. 그러나 올해 대학 입시를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6293명이다. 2012년 각 대학 신입생 등록률을 보면, 국립인 제주대학이 정원의 94% 이상을 채웠고 제주관광대는 80% 수준이다.

김종준 목사는 또한 2015년이 되면 현재 90만명에 달하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50만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미 지방사립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그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정부 발표를 보면 올해 전체 대학의 59%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제주도 분교 설립으로 총신 전체가 부실 대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를 위한 가나안이다”

탐라대 매입에 찬성하는 이사들의 이유와 근거도 강력하다. 먼저 외형적으로 탐라대가 가지고 있는 재산가치가 매력적이다. 10만평에 이르는 땅값 빼고, 그 부지 위에 기초공사를 하고 현 건물들을 짓는 것만 900억이 소요된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어 국내외 기업의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미래 가치는 상당할 것이다. 몇몇 이사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총신의 50년 미래를 내다보고 매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재 탐라대는 교육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수익사업을 위한 수양관 건립 등은 불가하다. 그렇기에 이 땅이 쉽게 매각되지 못하는 것이다.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재산적 가치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총신은 반드시 탐라대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이사장은 총신대가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정을 하지 않고, 현 상황을 고수하면 반드시 위기에 처한다고 지적한다. 이유는 총신대가 자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총신대는 학교 운영을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늘려야하는데, 총신대는 정원이 1440명에 묶여 있다. 현재 총신대 부지와 재단출연금 등으로는 새로운 학과를 설립하거나 학생을 증원할 수 없다. 결국 총신대는 대학 운영은 적자 상태이고, 이 적자를 신대원에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우 목사는 “전국 18개 신학대학 중 총신대 재학생 수가 15위다. 대학 정원이 4000명이 돼야 한다. 현재 상태로 총신대는 미래가 없다. 걱정하시는 학생모집도 자신있다. 책임지겠다. 한번 해보자”고 강권했다.
이사들은 두 주장 모두 총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충심이라고 인정했다. 탐라대가 과연 총신의 소돔이 될까, 가나안이 될까. 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