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총회예산 사용
주먹구구 예산운용 ‘방향’이 문제다
구체적 계획 없는 재정수립, 효율적 지출 막아 … 꼼꼼한 검토부터 시작해야
우리 총회의 수입은 상회금, 세례교인헌금, 상비부 수입 등을 합쳐 총 106억 3570만원(96회기 기준)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귀중한 헌금을 받아 사용하는 교단이라는 이유 외에도, 비영리단체의 100억 예산은 일반 기업의 1000억과 맞먹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총회의 예산 사용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계획적인 설계가 이뤄지고 있나?현재 총회 예산은 예산심의위원회를 몇 차례 거친 뒤 총회현장에서 발표된다. 일반 기업이 2~3개월에 걸쳐 예산을 수립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다. 짧은 시간 내에 예산을 수립하려다보니 각 상비부가 다음 해에 진행할 사업을 검토할 시간도 없이 올해 결산에 맞춰 다음 해 예산을 세우기 마련이다. 예산 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방향성’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예산을 수립할 때는 단체의 다음 해 방향성을 정한 뒤 그에 알맞은 사업을 확정하고, 그 사업에 필요한 만큼 돈을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96회기 총회 예산서를 살펴보면 ‘실질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예산으로 편성했다’는 문구가 있지만 이는 매우 추상적일뿐더러 미래 지향적인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다음 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수립되는 예산은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는 사업이 아닌 돈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꼭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나?
구체적인 계획 없는 예산 수립이 이뤄지다보니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도 어렵다. 총회 상비부의 사업비를 살펴보면 많은 돈이 수련회나 세미나 등에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행사비로 5500만원, 은급부와 농어촌부는 각각 7000만원과 4000만원을 배정받았다. 이밖에도 대다수의 상비부가 각종 행사로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교역자, 은퇴목사, 농어촌교회 교역자, 미자립교회 교역자 등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겹치는 행사들이 많다. 다수의 행사로 인해 낭비되는 재정이 적지 않은 것이다. 교단 총회가 교회들의 상위기관으로서 개교회가 하기 어려운 일을 감당하는 데에 힘쓰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행사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총회의 이런 사업 흐름은 인건비의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제일회계법인 최호윤 회계사는 “교단이 개교회 뒤에서 돕는 사역이 아니라 앞으로 나서서 하는 행사들에 치중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총회 예산 중에서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퇴직급여, 교육비 등을 합한 운영비는 25억 4360만원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총회 직원을 60명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임금은 3500만 원 정도로 다소 높은 편이다.
교단의 미래를 내다보고 사용하는 기금도 거의 없다. 현재 목적기금적립금 예산은 10억 2000만원으로 항목을 살펴보면 교역자최저생활기금, 은퇴여교역자, 임원후보자발전기금 등으로 나뉜다.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쌓여만 가고 있는 돈이다.
적절한 회계보고 이뤄지고 있나?
회계보고 역시 총회 기간 안에 이뤄지면서 많은 총대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하기가 어렵다. 15페이지 남짓의 예산안 자료로는 자금의 흐름을 상세히 알 수도 없다. 행사를 했다면 그에 따른 구체적인 내역도 기재되어 있어야 하는데, 행사비 항목 하나로 뭉뚱그려져 있어 정확한 지출 내용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예산의 수립과 지출에는 헌금을 하는 모든 교회의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물론 모든 총대와 교회의 의견을 하나하나 들을 수 없기에 대표자들이 모여 예산을 정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빈약한 자료로 이뤄지는 회계보고는 총대들의 공감을 살 수 없다. 최 회계사는 “예산의 상세내역도 적혀 있지 않은 자료를 배부하고 곧바로 통과시키는 것은 강요에 가까운 예산 승인과 같다”고 지적하고 “세부적인 수입과 지출 내역을 명시하고, 각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기재하는 것이 회계 보고의 정석”이라고 덧붙였다.
대사회 위한 예산의 필요성
예산 수립의 방향성을 정하고, 대외 홍보적인 행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교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면 대사회적 예산 사용이다. 총회 예산 100억은 모두 교단이나 개교회를 위해 쓰일 뿐 사회를 위한 사업에 쓰이는 것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복지로 1억 7300만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총회 사회복지재단이나 화성사회복지법인 등 주로 교단에서 하고 있는 사업에 지원하기 때문에 일반 사회를 위해 쓰이는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지 않은 돈을 교단 안에서 모두 사용하고 교단 차원의 사회공헌이 없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일반 성도들과 개교회도 사회복지와 지역 섬김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교단에서도 예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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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비부 전체로 따지면 행사들이 한두 개가 아닌 탓에 일부 대형교회나 소위 ‘후원을 잘 해준다’고 소문이 난 교회들의 부담은 점차 커지고 있다. 후원금을 많이 낼 수 있는 교회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행사를 할 때마다 같은 교회들에게 부탁을 할 수밖에 없고, 교회들은 거절할 수도 계속 후원할 수도 없는 답답한 입장이다. A 상비부의 수양회에서는 상비부장이 모 교회가 후원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밝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단순히 후원금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원교회의 담임 목사를 강사로 초청하기 때문에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사비를 주더라도 수양회에 꼭 필요한 인재를 초빙하지 못하고 돈으로 강의시간을 파는 병폐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적은 금액을 많은 교회에서 받는 경우가 늘고 있어 주강사뿐 아니라 예배 순서자까지 후원교회에서 초청하고, 때문에 휴식시간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배와 강의만 줄줄이 이어지는 행사도 비일비재하다.
후원금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올해 B 상비부의 산하 위원회에서는 교회의 후원금을 임원이 개인 계좌로 받고 사용한 것이 드러나 제명을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