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상비부·특별위 전문성 높여야


“시작이 미미했으니 끝은 허술하리라”

이해관계 얽힌 지역별 배분 인사 시스템, 문제 해결 못하는 허술한 운영 반복


모 특별위원회는 최근 서울의 모 교회 수요예배 시간을 빌려 지역 순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위원회 임원이 설교를 했으며 또 다른 임원이 설교전 10분 정도 위원회에 대한 홍보를 했다. 말이 세미나지, 지역교회 예배 시간에 초청받아 세미나 주제와 무관하게 예배를 인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위원회는 전문위원들을 다수 임명하기도 했으나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라기보다 각 지역의 유력교회 담임목회자들이어서 후원조직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했다.

또 다른 특별위원회는 총회적으로 관심이 큰 재정 사건을 담당했다. 많은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잘못 사용된 재정 규모를 밝혀낸 뒤 사회법정 고소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위원회 내에서 위원들끼리 처벌 방식을 두고 이견이 벌어졌다. 급기야 지난 총회에서 위원회에 맡긴 것은 잘못된 재정 환수조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총회 요람의 문구에 발목이 걸려 보고서만 발표하기로 했다. 용두사미가 된 격이다.

특별하지 않은 특별위원회

특별위원회들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고 긴급한 사안을 위해 총회 정치부나 총회 임원회가 배정하고 총회석상에서 결정하지만, 사실상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예가 부지기수다.

올 회기 조직된 또 다른 특별위원회는 위원들끼리 조사대상자들을 두고 찬반으로 갈려 임원조직조차 힘들었다. 이 위원회에는 조사 대상이어야 할 사람이 위원으로 들어왔는가 하면, 조사대상과 같은 노회 소속 인물 역시 위원으로 참여했다. 위원회는 모이기만 하면 조사 이해당사자들을 위한 대리전 양상을 보여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었다.

노회분립위원회 역시 대동소이하다. 과거 모 노회 분립위원회는 단 4회 모임 만에 노회분립을 허락하기로 했다. 당시 분립위원이었던 한 목회자는 “교회 실사는 전혀 하지 않았고, 다만 노회 관련 서류만 봤다”고 고백했다. 이 목회자는 “목회자들이 교회실사를 하는 것은 어렵고 조사의 의지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상비부도 마찬가지다. 모 부서의 임원들은 회기 내내 여름의 큰 행사 준비에만 매달렸다. 지나고 나니 순서를 짜고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연락을 한 것만 기억에 남았다. 관련 부서 업무에 대한 연구나 정책 제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모 상비부도 회기 동안 10여 군데가 넘는 정부시설을 방문했다. 매달 1번 이상 기관을 찾아가 순서를 맡고 여비를 받고 배정된 예산을 지원금으로 전달하는 일만 했다.

새로운 사업을 계발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또 다른 상비부 임원은 회의 때마다 수시로 회의장 밖을 들락날락했다. 논의해야 할 사안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회의를 하다가 막히면 회의장을 나와 사무직원에게 물어봤고 심지어는 회의장 안에 있는 기자들에게까지 조언을 서슴없이 구하면서 힘들게 회무를 진행했다. 사실 회의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아 배석한 기자들에게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구하는 것은 총회의 최고기관 회의까지 이제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만연되어 있는 상황이다.

행사에 치여 연구 뒷전인 상비부

모든 상비부나 특별위원회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비부와 특별위원회가 정치논리에 휘말려 전문성과 공정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상비부는 연례행사 뒤치다꺼리를 하고 순서를 맡느라 정신이 없고 특별위원회는 총회가 수임해준 임무의 의미를 망각하고 네편 내편이 갈려 정치싸움을 하고 있다. 매년 상비부에 30억 원, 선관위나 이대위를 포함한 특별위원회에 회의비만 3억1900여만원이 투자되는데 금액에 비해 과연 기구들이 이뤄놓는 결과물은 그에 합당하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행사에 치여 연구 뒷전인 상비부 모든 상비부나 특별위원회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비부와 특별위원회가 정치논리에 휘말려 전문성과 공정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상비부는 연례행사 뒤치다꺼리를 하고 순서를 맡느라 정신이 없고 특별위원회는 총회가 수임해준 임무의 의미를 망각하고 네편 내편이 갈려 정치싸움을 하고 있다. 매년 상비부에 30억 원, 선관위나 이대위를 포함한 특별위원회에 회의비만 3억1900여만원이 투자되는데 금액에 비해 과연 기구들이 이뤄놓는 결과물은 그에 합당하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총회의 인사시스템상 전문성 있는 인물들이 포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상비부원 배정은 지역별 나눠 먹기식 관행에 얽매이고 있다. 상비부원은 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공천위원회에서 부서별로 선정된다. 위원회 개회 전에 지역별로 노회장들과 지역협의회 대표 등 실력자들의 사전 모임이 진행된다.

각 지역대표들은 지역별로 협의한 부서별 공천 내용들을 전체 공천위원회가 모인 자리에 내놓고 타 지역 및 노회와 협상을 벌인다. 각 부서별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고려의 우선대상은 지역별 적절한 균등 배분이다. 정치부나 재판국과 같은 알짜배기 부서에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럴 경우 밀고 당기기를 심하게 하게 되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개입하게 된다.

한쪽에서 부장을 맡으면 다른 지역에서 서기나 회계를 맡고 다른 관심 부서에서는 부장을 맡은 쪽이 양보를 하는 식으로 타협하게 된다. 교단의 모 인사는 “해당 부서에 관심이 전혀 없는 인사들이 이런 식으로 임원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상비부 운영은 여러 해가 흘러도 제자리 맴돌기식의 비전문적 운영을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별위원회는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린 포석으로 인사가 진행된다. 사안 자체가 민감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는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또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들을 위원회에 집어넣기 위해 로비를 한다. 이러다보니 위원들끼리 의견이 번번이 충돌하고, 위원들이 답답한 회의 진행에 회의를 느끼고 회의를 아예 불참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총회가 파회하면 사실상 총회를 이끌어 가고 발전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상비부와 특별위원회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누구나 상비부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특별위원회를 만들어봤자 처리되는 것은 없다는 불신풍조가 커져간다면 교단의 품격은 날이 갈수록 초라해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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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총대 전문가’ 참여 시급

상설위원회 체제 전환 도입도 바람직


어떤 대안 있을까

대안은 무엇일까? 제도보다 정치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기에 반대로 법치가 되도록 변화를 주는 수밖에 없다.

교단의 인사들은 첫째 총대들이 총회를 위한 봉사의 마음을 회복할 것을 먼저 주문했다. 상비부나 특별위원회를 한자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봉사하는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총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교회지도자라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고 노회에 신망을 얻어 총회 봉사를 위해 발을 내딛는 자세도 필요하다.

둘째 비총대들 가운데 전문가들이 상비부나 특별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부서가 아닌 상비부 등에는 부서의 성격에 따라 우선 총대 가운데 법률, 회계 등의 전문가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면 된다.

또 필요에 따라 총대가 아니더라도 각계 전문가들을 전문위원으로 둘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나아가 법과 행정적인 성격의 상비부의 경우는 상설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를 위해 총회 차원에서 교단 내 인재풀 구성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참여 환경을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다.
타교단의 예를 들어보면 모 교단은 법관련 부서 부원들을 대상으로 매해초 법률세미나를 개최한다. 또 총대 중 법학사 1인 이상이 해당 부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필요에 따라 법 전공자들을 전문위원으로 둘 수 있다. 또 다른 교단은 법관련 부서는 상설위원회 제도로 구성하고 임기도 3년으로 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둔 것이다.

셋째 상비부 통폐합도 기구 정비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 회기동안 단 한 가지 사업을 하거나, 사업의 내용도 해외 수련회나 헌금 전달 등으로 비슷한 기관들이 적지 않다. 전문성이 필요 없는 헌금 전달이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내용과 장소로 부서별로 가는 해외 수련회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사무행정국의 역할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비부나 특별위원회 임원들은 상근이나 상설이 아니기 때문에 수임 사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총회 사무행정국 직원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 총회에서는 상비부가 배정되면 임원들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누군가 전후좌우를 자세히 오리엔테이션 해주지 않으면 충분히 이해를 갖기 힘들다. 따라서 사무행정국 직원들을 각 분야에 대한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임원 중심의 상비부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총회 보고서를 참조하면 각 부서마다 많게는 10여 차례 이상의 임원회가 열리지만 전체회의나 실행위원회는 한번 열릴까 말까한다. 또 전체회의나 실행위원회는 회기 초반에 열려 사실 어떤 중요한 안건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회기가 시작하면 소수의 임원들이 모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들이 임원 몇몇 사람 또는 교단의 정치지도자들의 의견에 따라 흘러가기 쉬운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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