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 분쟁, 총회안에서 해결을...


‘법보다 계파’ 교단 흔드는 사모임 정치

전국조직 계파 정치, 총회권위 불신 키워… “허술한 법·규칙 보완 서둘러야”


예장합동 총회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교회 최대 최고의 교단이다. 신학은 물론 전도와 선교 등의 사역이 건전하여 타 교단의 모범이 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교단 발전의 청사진을 세우기에 힘겨워하고 교단의 현안에 대한 대처도 민첩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지는 명실상부한 품격있는 교단이 되기 위해 시정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선정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08년 4건, 2009년 7건, 2010년 1건, 2011년 6건, 2012년 3건.
이것은 총회가 교단 소속 목회자나 교회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연도별 건수다. 과거 총회 결의에는 교단 및 총회장을 피고로 하여 사회법정에 소송을 제기하면 모든 공직을 정지시킨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소송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노회나 개교회를 상대로 한 사회법 고소고발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소송에 시달리는 총회는 권위가 추락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총회를 상대로 한 법정시비의 상당수는 소송 당사자의 고소취하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총회 안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사회로 나가서 세상법정이 교회를 심판토록 하는 수치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분쟁을 사회법이 아니라 교단의 헌법과 결의 아래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교단 안팎의 지도자들은 총회가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이유를 ‘교회법이 교단 정치에 함몰됐기 때문’이라고 단적으로 말하고 있다. 교단의 헌법이나 규칙에 의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계파의 이익을 따라 법의 적용을 굽게 하기 때문에 총회의 권위가 추락했고, 총회의 판단에 불복해 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교단 내 당회나 노회는 물론, 총회의 상비부나 특별위원회, 임원회까지 계파 정치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계파들은 전국 조직을 갖추고 움직이고 있으며 자파 인물들을 총회 주요 부서에서 활동하도록 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 지난해 총회에서 모 교회 성도들이 담임 목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벌였던 모습.
총회의 대표적인 계파는 과거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색을 띄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소위 영성목회그룹과 교회갱신그룹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아직 서북, 중부, 수도권, 영남, 호남 등 지역 정서를 기반으로 한 리더들이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양대계파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양대 그룹은 때로 정책을 놓고 선의의 대결을 하기도 하지만 자파 몫을 챙기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총회 임원회나 실행위원회에서 다루지 않아도 될 안건이 상정되거나 다뤄야 할 내용이 지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회의 기존 결의나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의 과정에서 간과되거나 침소봉대되는 것도 계파의 이익을 위해 숫자로 사안을 밀어부치기 때문이다.

교회, 당회, 노회의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음으로 인해 불신을 받게 되는 것도 계파 정치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목회자 개인의 윤리의식도 필요하다. 수십억 원의 돈을 목회자 전결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성도들에게 재정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거리낌이 없는 경우가 있다. 당회의 무능과 정치편향성도 한몫 한다. 최근 내홍을 겪었던 S교회는 당회 규칙에 따라 목회자에게 수찬정지 등의 치리를 발표했다. 목사의 소속이 노회에 있으므로 이런 제재는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자는 장로가 많으면 목회가 안 된다고 하지만 상당수 교회들은 장로들이 법상식이 부족하고 인간관계에 얽매어 당회 운영을 통한 견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개교회 분쟁이 진행될 때 노회가 취하는 입장도 계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S교회의 예를 살펴보면 2009년에 목회자와 성도 간에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사건은 교계언론은 물론이고 일반 언론사에 60여 차례 보도될 정도로 한국교회를 들끓게 했다. 성도의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고 교단은 왜 수수방관하느냐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노회는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총회 역시 수수방관했다. 노회는 사건을 조사하지도, 징계 조치를 내리지도 않았다. 교계에서는 대형교회의 경우, 이 교회를 어느 계파 산하에 두느냐가 힘이 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 노회나 총회의 판결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총회현장에 나와 입장을 호소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 없음.
총회의 결의나 권징 역시 계파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주요 사안들에 계파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기 때문에 헌법이나 규칙에 따르기 보다 정치와 금권이 동원되고 이에 영향을 받아 표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교단 인사들은 계파에 따른 이해관계에 의해 판결이 좌우된다는 생각이 씻어지지 않는한 총회는 불신을 면키 어려울 것이며, 매년 총회 때마다 반복되는 분쟁 당사자 간의 몸싸움과 고성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총회가 끝나도 사회법에 호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총회가 계파 정치가 아니라 법치에 따라 운영되도록 상황을 돌려놓아야 한다. 모 증경총회장은 “현대의 복잡다단한 현상에 맞게 총회 법과 규칙을 세분화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행 총회 헌법과 몇 쪽 뿐인 규칙은 너무 허술해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총회 권징 판례의 공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총회재판국의 판결은 9월 총회에서 건당 한 줄씩 결론만을 재판국 서기가 낭독하는 것으로 끝난다. 어떤 이유로 판결이 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총회가 결의를 했으면 엄정한 집행이 시행되었는지를 계속 감시해야 하는 것도 요구된다. 징계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노회나 교회에서 자숙하지 않는 일들이 적지 않다. 또 납골당에 대한 무리한 투자나 헌금 배달사고가 일어나 총회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졌으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회기가 바뀔 때마다 조사위원회 구성만 반복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교단 정치에서 계파의 형성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세력이라도 법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후진적이다. 교단 정치를 좌우하는 계파와 이에 속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인사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법치를 세우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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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헌법개정위원장 권성수 목사

“단호한 법집행이 우선”

‘상설재판국’ 조직되면 분쟁해결 큰 도움


“단호하고 공정한 법집행이 우선이다.”
총회 헌법개정위원회 위원장 권성수 목사(대구동신교회)는 분명하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총회 산하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목회자 문제들에 대해, 현행 헌법과 권징조례만으로도 치리와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제대로 권징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집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라도 즉결처분해서 면직하지 않는 한 명확하게 권징을 하기 어렵게 됐다. 안타깝지만 봐주기식 조사와 결정, 교단 결정을 불복하고 사회법정에 제소 등등 공정한 권징을 막는 부분이 많다.”

권성수 목사는 교회 분쟁과 목회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범죄 사실에 대한 단호하고 공정한 집행이고, 둘째는 조정과 화해를 위한 규정 마련이다.
“현재 헌법과 권징조례는 총회 산하 최대 교회가 300명 정도일 때 만든 것이다. 그 헌법을 현재 사용하기에 많은 무리가 따른다. 헌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 성경적으로 현실적으로 맞는 헌법을 마련해야 한다. 교회 분쟁에 대해 조정하는 규정 역시 이 과정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권성수 목사는 현재 총회가 추진하고 있는 ‘상설재판국’을 하루빨리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과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인정받는 인사들이 재판국원이 된다면, 교회 분쟁과 목회자 치리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총회 재판 상황은 구조적으로 신속한 분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총회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상설재판국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전문성 윤리성, 그리고 교단권력과 거리두기를 하는 인물들로 구성하면, 총회는 많은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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