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통일은 축복” 통일세대 키운다

라이프치히 광장 등서 ‘평화통일 프로젝트’ 진행… “헌신된 청년 역할 커”


1950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어느덧 6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한반도에는 남북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중요성을 모르는 세대가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청년세대에게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내일>이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의 절반(46%)이 한국전쟁 발발연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흥사단이 대학생 11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더 참혹하다. 대학생의 절반(52.1%)이 북한을 같은 민족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경계대상으로 보고 있다. 통일의 주역이 되어야할 청년세대가 다른 세대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청년세대의 통일의식을 점검하고, 한국교회의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 동서독으로 나뉘었던 뫼들라로이트 분단마을을 방문한 기독청년들이 태극기와 독일국기, 단체기를 들고 땅밟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누가 그랬다. 해외에만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 독일 라이프치히 광장은 남북한 기독청년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일부 청년들은 애국가와 통일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북한에서 내려온 청년과 한국 대학생 20명은 6월 24일부터 7일간 ‘통일세대 프로젝트’를 독일에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독교북한선교회(총재:길자연 목사)와 서울신학대학교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소장:박영환 교수)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통일부(장관:류우익)가 후원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라이프치히 한국청년 선언식’이었다. 남북한 기독청년들이 라이프치히를 주목한 이유는 이곳이 독일 통일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구 동독 시민들은 1989년 라이프치히 광장에 있는 니콜라이교회에서 촛불을 들고 월요기도회를 개최했다. 월요기도회는 독일통일을 갈망하는 평화시위로 확대됐으며, 이들의 기도는 결국 베를린을 넘어 동독과 서독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남북한 기독청년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을 다짐한 것이다.

선언식은 625장의 손수건이 광장에 펼쳐지면서 절정에 달했다. 손수건 한 장 한 장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들이 적혀 있었다.

“복음통일 평화통일! 한반도에도 하나 되는 하나님의 은혜가 부어지길 기도합니다.” “이 땅과 북한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소서. 아멘.”

남북한 기독청년들은 625가지의 기도 손수건을 하나로 엮어 한반도기를 만들었다. 앞 세대의 비극이었던 6·25 한국전쟁을 평화통일로 승화시키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복음 안에서 이미 한 가족임을 상징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렇듯 남북한 기독청년들에게 독일 순례길은 통일 학습장이었다. 이들은 어딜 가든지 남북한 통일과 연관시켰다. 심지어 식당에서 주문할 때에도 “남북한 통일을 위해 주문도 통일시키자”며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 독일 라이프치히 광장에 모인 남북한 기독청년들이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젊기에 문화적 이질감도 반나절이면 삼팔선을 넘었다. 오히려 다른 체제에서 동일함을 찾았다. 고등학생 때 담임선생님께 혼난 이야기며 군입대 후 초임병 시절의 고충, 스포츠와 패션 등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엮어질 수 있음을 증명해 나갔다.

남북한 기독청년들은 첫날 라이프치히 선언에 이어 동서독으로 나뉘었던 뫼들라로이트 분단마을을 방문했다. 또한 작센 유대인 수용소에서는 탈북체험과 함께 북한의 자유화를 위해 기도했다.

프로젝트가 종반부에 도달하자 남북한 기독청년들은 통일세대로 변화되어 갔다. 이진경 청년은 “전에는 남북통일이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의 이야기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남북한 동포들이 한 마음을 갖도록 기도했다. 특히 탈북자들이 육신의 자유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영혼의 자유까지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도형 청년은 “독일 통일에 교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고 배웠다”면서 “한국 교회도 독일 교회처럼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앞으로 복음통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혼란이고 재앙이지만,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다”고 말했다. 우리의 앞 세대는 분단을 겪은 전쟁세대였다. 그러나 총과 칼로는 한반도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 한국교회는 복음통일이 이뤄지도록 마음의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리고 기독 청년들을 통일세대로 키워 나가야 한다.

프로젝트 마지막 날, 기독교북한선교회 사무총장 이수봉 목사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통일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통일은 글자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기독청년들을 통일세대로 키워낸다면 한반도 통일은 축복이 될 것입니다.”

 

독일통일 역사는 한국교회 고민 풀어줄 교훈
‘통일세대 프로젝트’ 단장 박영환 교수

“남북 긴장과 젊은이들의 무관심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통일세대들인 남북한 기독청년이 독일 통일의 현장을 몸소 체험하고 통일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통일세대 프로젝트를 총괄한 박영환 교수(서울신대·사진)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당위성은 수십 년간 동일하지만 최근 남북한의 갈등으로 평화통일이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그러나 남북한 기독청년을 통일세대로 키우고 통일을 준비 시킨다면 한반도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겪은 기성세대는 과거청산이라는 큰 벽에 막혀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세대는 과거문제에 집착하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통일세대로 키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독일에서 통일세대 프로젝트를 한 이유가 있다. 독일도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그들은 20년 전에 통일을 맞봤다. 즉 통일에 대해서 선경험자인 것이다. 박영환 교수는 “독일 통일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한반도 통일이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독일 통일 후 정치 사회 문화 종교의 아픔을 보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박영환 교수는 한국교회의 통일준비도 지적했다. 그는 “통일운동과 사업은 많지만 이를 받쳐줄 신학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통일사역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통일신학이 정립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신학이 없다는 것이다.
“통일신학 정립이 시급합니다. 우리가 왜 복음으로 통일을 이뤄야 하는지 신학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통일세대를 세우고 이들로 하여금 통일을 준비시킨다면 통일은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눈물로 쓴 회개문, 각성 촉구하다

 

 청년선언 무얼 담았나     한반도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기독청년들이 독일 통일의 발화점인 라이프치히에서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선언문에는 그동안 외면해왔던 통일에 대한 반성과 복음통일의 선구자로 설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선언문은 “우리는 한반도가 분단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통일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안일에 빠져 지내온 것을 고백하며 참회한다”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 남북한 기독청년 대표와 독일 청년 대표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어 남한 정부와 국회의 각성을 촉구했으며, 동시에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다. 또한 독일 통일에 교회의 역할을 기억하면서 한국교회가 이를 본받아야 함도 강조했다.

선언문은 끝으로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에 대해 비판하면서 인도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노력도 호소했다.

어쩌면 이 선언문은 청년세대의 자기 반성문이자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다짐일 것이다. 그러기에 6월 25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선언문이 낭독되는 동안 남북한 기독청년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당신은 통일을 위해 눈물의 기도를 해봤는가. 당신의 공동체는 통일 선언문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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