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충분’ 불구 정체성 논쟁이 변수

기존사업 추진에 매입자금 마련방안 과제 … ‘비전 공유’ 여부 주목


총신대학교가 사당동과 경기도 양지에 캠퍼스를 조성한 역사는 눈물겹다. 캠퍼스를 조성할 때 교단을 아끼는 재력가가 부지를 기증하고, 모든 교회들이 “교단의 미래를 위한 선지동산 건립”을 외치며 모금운동을 펼쳤다. 1965년 사당동 캠퍼스에 이어 1983년 양지 캠퍼스 조성은 그래서 총신대를 넘어 교단의 역사로 기록된다. 2012년 30년 만에 총신대학교가 제주도에 제3의 캠퍼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제주도 캠퍼스 조성도 총신을 넘어 교단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을까?


사업성은 충분하다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본격적으로  탐라대학교 매입을 논의한 것은 지난 목사장로대회 즈음이다. 탐라대는 학교가 통폐합된 작년 8월 이후 매각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도를 받고 있어 총신대가 관심을 기울일 대상이 아니었다. 상황이 변한 것은 지난 5월. 교육부가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교육자치권을 제주특별자치도로 이관한 것이다. 제주도와 협의만 하면 현재 사당동에 개설한 기독교계열 학과 외에 일반 학과도 개설할 수 있고, 무엇보다 모든 대학들이 인가를 받기 위해 혈안인 사이버대학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일 열린 재단이사회 8차 회의에서 탐라대 매입 안건이 올라왔다. 그러나 참석한 이사들 상당수가 ‘총신 현실을 넘어서는 무리한 사업’이란 의견이 나와 결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사들은 직접 제주도를 방문해 탐라대를 답사하고 “학교 부지 및 건물 가격과 비교해 매입가격이 상당히 저평가 되어 있다.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교로서 정체성은

사업적 측면에서 보여준 장밋빛 전망은 그러나 결정적 요건이 못된다. 총신대는 여전히 ‘교단의 미래 목회자와 인재를 양성하는 신학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재단이사회는 이번 탐라대 매입을 “총신이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만들기 원하지만, 교단이나 교회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이런 인식차이는 총신대의 정체성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에 대해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오히려 개혁주의 신학에 충실하려면 총신대는 종합대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혁주의신학이 교회를 넘어 사회 전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총신대 역시 가능하면 모든 학과를 개설하고 기독교세계관으로 무장한 인재를 사회 곳곳에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목회자 양성이나 신학 정체성은 양지 신학대학원에서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 이제 총신은 그 이상을 봐야 한다.”


결국 재정과 화합

▲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탐라대 캠퍼스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통폐합된 탐라대는 제주 남단에 위치한 유일한 대학이었다. 사진은 10만 평의 대지위에 12개 건물이 들어선 탐라대 전경.
탐라대 매입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재정과 학교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먼저 총신대가 200억원 이상 되는 매입금을 갖고 있는가? 없다. 그리고 현재 총신은 60억원이 소요되는 사당동 신관 리모델링 사업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오는 7월 6일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곧 공사에 들어간다. 수년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양지 캠퍼스 송전탑 부지 매입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은 그동안 숙원 사업이었던 송전탑 이설과 신관 리모델링 사업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재단이사회는 22일 회의에서 △사당동 캠퍼스 신관 리모델링 추진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양지캠퍼스 조성을 재확인하며, 기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단이사회는 60억원이 소요되는 신관 리모델링, 90억원이 들어가야 하는 양지 송전탑 이설, 그리고 200억원의 탐라대 매입 사업을 어떻게 동시에 추진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다. 물론 350억원이라는 돈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초기 비용이 1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총신 직원과 학생들 역시 이런 문제들 때문에 탐라대 매입이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매입에 막대한 재정이 투자되는 것도 문제지만, 제주도 캠퍼스가 자체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학교 전체로 재정난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단이사회는 제주도의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 받았고, 서귀포 지역 주민 역시 새로운 대학 유치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에 ‘제주도 캠퍼스’ 운영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학과를 비롯해 제주도에 필요한 외국어계열과 문화예술 및 헬스케어 관련 학과를 개설하면 400명 정원을 모집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재단이사회가 제시한 비전을 얼마나 학교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교단과 힘을 합쳐 이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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