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박재완 재경부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면서 불거진 목회자 납세문제가 이후 한국 사회와 교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목회자를 포함해 종교인 과세 논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 한국 교회는 목회자 납세에 대해 반대 의견이 컸다. 목회라는 성직이 노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성직수행론에서부터 이중과세라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목회는 공익을 추구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공익론과 과거 100여 년 동안 성직자에게 과세하지 않았던 관행이 법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목회자 납세에 대한 한국 교회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4월 공식적으로 과세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일부 교계 단체에서는 목회자 납세 안내책자를 발간하고 일부 진보교단들은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진보적인 단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 보수적인 단체들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원칙적으로는 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납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언론회도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 교회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정부의 움직임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종교인 과세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8월 국회에 제출할 세제개편안에 종교인 과세방안에 대한 기본 원칙과 로드맵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에서는 협의체 구성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올가을 시행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목회자 납세 문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단은 잠만 자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단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최대 교단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아야 하고 이미 생겼다면 확대되지 않도록 하거나 방향전환을 통해 불리한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총회는 교회와 사회의 가교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신학을 정리함으로써 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목회자 납세 문제는 9월 총회까지 가면 늦을 수 있다. 지금이라고 창구를 만들고 정부 측과 접촉을 가져야 한다. 교회가 끌려 다니는 모습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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