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뮤지컬 <언틸더데이>를 보고
[객석에서] 뮤지컬 <언틸더데이>를 보고
  • 송상원 기자
  • 승인 2012.04.23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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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몰입, 여운은 길었다

탈북과정 통해 북한 실상 사실적으로 그려
탄탄한 구성에 적절한 재미 “롱런 자격 충분”


배우들의 열연은 그동안 메말랐던 가슴을 ‘봄비’로 흠뻑 적셨다. 카타르시스가 주는 효과가 그렇듯 객석을 빠져나오며 온 몸에 시원함이 느껴졌다. 북한의 실상을 그린 뮤지컬 <언틸더데이>(UNTIL THE DAY)는 그랬다. 진한 감동은 필요조건이었고, 눈물비는 충분조건이었다.

스토리라인은 북한의 암울한 현실을 취재하기 위해 위장잠입 한 프랑스계 한국인 기자 미카엘에 의해 전개된다. 북한 로동당 선전선동부 차장 명식을 중심으로, 꽃봉오리예술단 배우이자 그의 연인인 순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동생 인희, 명식의 직속후배 성관을 동행취재하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탈북이 진행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사상적 억압과 굶주림으로 얼룩진 북한사회의 참상, 정치범에게 가해지는 핍박, 북한 지하교회의 현실, 탈북을 선택해야만 하는 자와 떠나지 못하는 자의 갈등을 실제 소재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중국에 대한 탈북자 북송저지 운동이 점화되기 전부터,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춘 <언틸더데이>의 예지력은 분명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때가 작년 7월이다. 초연 이후 벌써 4회째 공연을 순항중이다. <언틸더데이>가 롱런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은 기독교 작품이라면 으레 작품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짐작하는 ‘편견’을 깼다는데 있다.

핍박과 고통에 못 이겨 탈북을 선택한다는 뻔한 스토리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으로 진부함을 사그라뜨렸다. 게다가 적절하게 배치된 러브라인과 코믹적인 요소가 재미를 주는 동시에 배역 간의 감정대립과 탈북과정은 긴장감마저 안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재미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 <언틸더데이>의 매력이다. 최근 대학로에 바이러스처럼 퍼진 재잘거리는 연애담은 재미는 줄 수 있어도, 작품의 메시지나 연출의 의도를 생각하게끔 하진 않는다.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무엇을 봤는지도 혼미해진다.

그러나 <언틸더데이>는 다르다. 몰입하는 순간 시각, 청각뿐이 아니라, 오감이 작동한다. 여느 공연보다 다소 많은 암전 속에서 되새김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순간의 재미로 끝나지 않고, 매 장면마다 여운을 남기며 무대의 광경이 철저히 가슴에 새겨지는 것이다. 골수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자칭 <언틸더데이> 홍보맨으로 활동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특히 명식 역의 김영훈을 본 순간 ‘이 친구 조만간 뜨겠는데…’라는 예감이 불쑥 들었다. 정확한 발음과 절제된 연기, 그리고 풍부한 성량으로 뭉쳐진 이 배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죽음의 순간 열창한 ‘나 이제 당신에게 가리라’에서 그의 진가가 톡톡히 발휘된다.

또 극단 희원의 대표이자, <언틸더데이>의 코믹부분을 도맡은 인희 역으로 분한 김희원 씨 역시 잔뼈 굵은 베테랑의 연기를 선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웃음코드의 90%를 차지하던 인희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경위와 그로 인해 비운의 배역으로 급전환하는 과정에서 다소 신파적인 모습이 연출돼 몰입에 방해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차라리 코믹 전담 역할을 다른 배역에게 넘겨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무겁게 다뤄졌던 초연에 비해 코믹적인 요소를 가미해 대중성을 추구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그렇다하더라도 뮤지컬 <언틸더데이>가 던진 뜨거운 메시지는 쉽게 넘겨버릴 수 없다. 객석을 떠난 지 수일이 지났지만 그 울타리에 여전히 맴도는 내 자신을 본다. 아직도 꽃잽이 소녀의 구슬픈 노랫가락과 마지막 대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그 아이가 또렷이 쳐다보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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