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비대위 소속교단 중심 ‘반쪽 예배’ 강행… “연합정신 잊지말아야”

 
과도한 정치행보에 예배 두동강 위기


부활절이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가 아직도 장소와 순서자 등을 확정하지 못한 채 계속 표류하고 있다. 물론 반쪽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중심의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모든 순서를 정하고 발표만 늦추고 있다.

부활절연합예배는 그동안 한국 교회 대표적 연합행사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2005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가 공동개최를 합의하고, 이듬해인 2006년부터 두 기관이 연합해서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두 기관이 연합의 의미를 살려 개최하는 행사는 부활절연합예배가 유일하다. 그만큼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국 교회에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연합은 7년 만에 불협으로 변질되고 있다.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기총에서 준비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 건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부활절연합예배 준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시간이 촉박해지자 10개 교단 총무들은 3월 2일 모임을 갖고, 교단 중심의 연합예배를 드리자고 합의했다. 이 모임에 참여한 교단 대다수가 교회협 소속이자, 소위 한기총비대위 소속 교단으로서 부활절연합예배는 반쪽이거나 파행이 불가피해 보였다.

준비위는 몇 차례 모임을 갖고 주제와 예배문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2년 부활절연합예배 주제를 ‘부활, 거룩한 변화’로 정했다. 예배 형식은 새벽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행적을 따라 ‘빛의 예전’을 시작으로 ‘말씀예전’ ‘물의예전’ ‘성찬예전’으로 구성했다. 3월 19일 모임에서는 설교자를 예장백석 장종현 목사, 사회 전병금 목사, 성만찬 집례 박위근 목사를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서 예배를 드리는 방안을 놓고 교회 측과 협의 중에 있으나 한기총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겠다고 밝혀 오리무중이다. 준비위는 3월 26일 예배장소와 순서자를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교회협과 한기총을 떠나 모든 교단이 연합하자는 취지로 부활절연합예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서로가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분열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 한국 교회 대표적 연합행사로 자리매김 한 부활절연합예배가 불협의 대명사로 낙인찍힐 위기에 몰렸다.

한기총은 3월 2일 임원회를 열고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을 선임해 연합예배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한기총은 또한 교회협이 교단 연합으로 부활절연합예배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단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교회가 하나되기 위해서 교회협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최종 결의는 이번 주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예장합동의 이기창 총회장이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 한기총과 예장합동이 한 팀을 이루는 형상을 보이고 있다. 예장합동은 3월 15일 임원회에서 한기총에서 진행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는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교회협 중심으로 드리는 예배와 한기총이 주최하는 예배로 양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회협 한 관계자는 “한국 최대의 교단인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 연합의 정신을 보여주길 바랐다”면서 “우리도 입장이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연합기관인 한기총을 배제한 채 진행하는 부활절연합예배는 별 의미가 없다”며 “소위 한기총 비대위 입장만 반영하여 반쪽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한국 교회를 분열시키는 행위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WCC 부산총회 지지교단과 예장합동을 비롯한 보수교단을 이원화 시켜 갈등을 조장시키는 태도는 한국 교회 연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장합동 총회총무 황규철 목사는 “부활절연합예배는 교회연합을 생각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지만 부활절 준비위원을 만나 함께 예배드리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사망권세를 이기시고 하나님과 성도를 하나로 연합시킨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이 부활의 신앙이 한국 교회 연합사업에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강석근 기자 harikein@kidok.com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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