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화·도덕성 의혹 커지며 곳곳서 진통 … “한국교회 공동대응 시급”

건학이념 흐려지니 욕망만 커졌다

3월, 봄학기를 맞아 대학들은 활기를 띄고 있지만 일부 기독교 계통의 대학들은 아직도 한파가 불고 있다.
이들 중 세간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학교는 연세대학교. 이 학교 정관에는 외국 선교사가 설립한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 계승을 위해 교단파송 이사 4인과 협력교단의 교계 인사 2명을 선임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이는 전체 12명 중에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건학정신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연세대학교 이사회(이사장:방우영)에서 개신교 4개 교단의 파송이사 조항을 삭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의 대표적 기독교 사학인 연세대가 ‘탈기독교’를 시도한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 연세대 내부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건학이념과 역사를 무시한 폭거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과 신과대학 동창회는 “특정인이 연세대를 사유화하려는 치밀하고 조직적인 음모”라고 주장했다. 학교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 후손들도 이번 결정에 우려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피터 A.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는 “연세대 재단법인이 대학과 병원 설립정신을 온전히 견지해 나가고 이를 위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이사 추천권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예장합동(총회장:이기창 목사)을 비롯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도 논평을 내고 연세대학교 방우영 이사장의 연임에 ‘경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최근 학교 정관 변경으로 탈기독교를 꾀하고 있는 연세대학교를 비롯해 주요 기독교 대학들이 건학이념과 기독교 정신을 상실하고 각종 내홍을 겪고 있다. 사진은 연세대 언더우드관 전경.
기독교계는 대책위원회(위원장:박위근 목사)를 구성하고 법적 대응을 불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도 가하고 있다. 이들은 1월 3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연세대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청구 민사소송도 청구해 놓은 상태다. 또한 방우영 이사장의 연임무효 가처분도 신청할 예정이다.
사안을 한국교회 전체에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 낼 방안도 마련됐다. 특히 대책위에 참여한 교단들을 중심으로 총회·노회·연회 행사 때 현 사태와 관련된 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연세대 사태가 이사회의 탈기독교와 사유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에 반해,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와 성결대학교의 상황은 경영진의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웨신대 이사회는 최근 이필찬 교수를 해임한데 이어 신현우, 김근주 교수를 파면해 학생 및 교수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웨신정상화를위한범웨신인비상대책위원회와 웨신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교회개혁실천연대, 성서한국, 희년함께 등은 △부당하게 해임하고 파면한 교수를 즉각 복직시킬 것 △학생들에 대한 징계 위협을 즉각 중단할 것 △한동숙 이사장은 부당한 학사간섭을 즉각 중단하고, 총장 추천위원회를 즉각 구성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웨신대 사태는 2008년 한동숙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사장은 법인의 수익용 재산 구입과 관련해 총학생회로부터 의혹을 받았다. 급기야 학생들은 한 이사장이 법인의 수익용 재산을 세보다 13억 원이나 비싸게 구입하면서 학교에 손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고발했지만 증거불충분의 이유로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다.

성결대학교의 경우, 정상운 총장이 최근 교내 한 입점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고발되는 등 각종 의혹에 시달려왔다. 이에 대해 법인이사장은 정 총장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그를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사장의 결정에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어 왔다.
결국 정상운 총장은 자진사퇴했으며, 3월 2일 성결대 새 총장에 주삼식 부총장 선임됐다. 정 총장의 사임으로 성결대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성결대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는 자진사퇴의 길을 열어 준 이번 이사회 결정이 오히려 정 총장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밖에도 루터대학교와 총신대학교, 칼빈대학교 등도 해를 넘겨 진통을 겪고 있어 2012년 기독대학의 봄은 멀어 보이기만 하다.

한편, 기독교계 대학들이 진통을 겪고 있는 원인은 “기독교적 가치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설립했던 건학이념이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학교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교권주의자들이 기득권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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