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교단파송이사 거부, 정관개정 강행 … “건학이념 훼손” 반발 잇따라

‘기독교 지우고 사유화’ 의혹 커졌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명문사학인 연세대학교가 ‘탈기독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물론 연세대학교 내부에서도 건학 이념과 역사를 무시한 폭거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건은 10월 27일 열린 연세대학교 이사회(이사장: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에서 학교 설립 자격으로 개신교 4개 교단의 파송이사 조항을 삭제한 것이 발단이 됐다. 1957년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의과대학이 통합되어 연세대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선교사가 설립한 기독교대학의 정체성 계승을 위해 교단파송 이사 4인과 협력교단의 교계 인사 2명을 선임하도록 정관에 명시했다.

▲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 이념으로 설립된 연세대학교가 ‘탈 기독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계는 물론 연세대 내부에서도 기독교 이념 훼손과 사유화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사회의 불법성 논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 제3장 제24조를 보면, 이사회는 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4개 교단에서 1인의 이사를 파송하고, 연세대 동문회 2인, 총장이 당연직 이사로, 사회유지 이사 5인 등 12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사회유지 이사 5인은 연세대 출신 동문 3인과 협력교단의 교계 인사 2인을 선임토록 했다. 12명 가운데 6명을 한국 교회 관계자로 선임하도록 해 건학정신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관 제24조의 개정안으로 4개 교단의 교단파송이사제도를 폐지하는 안건을 상정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전에는 12인 이사 중 교단파송 이사 4인과 협력교단 교계인사 2인 등 교계 인사가 과반수인 6명이었지만, 교단파송 이사 4명을 삭제하고 ‘기독교계 2인’으로 명시했다. 개신교 관련 이사가 6명에서 2인으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연세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방우영 이사장은 정관개정을 위해서 2/3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찬반의사 확인도 없이 가결을 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회에 교단파송으로 참여한 예장통합과 기감 소속 이사 2명은 개정안에 반대와 기권을 표시했지만,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연세대 이사회는 2년 넘게 기장과 성공회에서 보낸 교단파송 이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현재 공개된 이사회 회의록에 의하면, 방우영 이사장은 “시대적 요청에 따라 발전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사유화될 것”
이번 정관개정으로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학교 사유화 부분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대구의 ㄱ대학을 비롯해 안양의 ㄷ대학 등 기독교대학이 특정인들에 의해 사유화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단파송과 협력파송 이사가 과반수인 6인이어서 특정 세력의 사유화가 불가능했지만, 교계 인사 2인으로는 불합리한 정관개정을 막을 수 있는 2/3 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학교운영에 개신교의 역할은 물론 사유화 위험성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과 신과대학 동창회는 “그동안 기장과 성공회 파송 이사를 받지 않았던 까닭이 이번 폭거를 통해 드러났다. 특정인이 연세대를 사유화하려는 치밀하고 조직적인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단사유화획책음모저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방우영 이사장과 이사진은 정관 제24조를 원상회복시키고 사퇴하라 △건학이념을 수호하지 못한 김한중 총장 즉각 사퇴하라 △4개 교단은 법적으로 대응해 교단이사 파송권을 수호하라고 요구했다.

성토 목소리 크지만
연세대 내부의 반대운동과 함께 이사를 파송하는 해당 교단과 교계 단체들도 잇따라 정관개정을 성토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미래목회포럼 등은 연이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관개정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절차상 하자가 있는 정관개정을 그대로 받아 인가한 상황이어서, 교계의 성토를 연세대 이사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래서 교육부의 인가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인 기장 역시 대처 방법을 모두 열어놓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지난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조직된 대책위원회를 통해 공동 대처를 하면서, 법적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수단을 찾겠다고 밝혔다. 특히 11월 22일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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