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교회 내 물질 만능주의

 
돈에 집착한 교회, 신뢰는 줄줄 샜다

전근대적 재정 운영, 사유화 의혹 키워… ‘청지기 삶’ 회복 돕는 감사기능 강화해야

 

▲ 일러스트=강인춘
“한국교회는 기독교 역사상 도덕적으로 가장 부패한 교회다.”
고신대학교 손봉호 석좌교수의 안타까운 외침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으며 그 이후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돈’과 관련했을 때 기독교인다운 깨끗한 모습을 사회에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미자립교회에서, 농어촌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교회가 황금을 우상으로, 돈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회 속 물질 만능주의

A교회 담임목사는 성도는 물론 재정담당자도 모르게 지출한 돈이 수억 원이 넘는다는 혐의로 장로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성도들이 낸 헌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는 오직 담임목사만 알고 있고, 담임목사는 자기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 언제든지 교회 재정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담임목사의 명의로 교회 재정을 옮길 수 있도록 정관도 바꿨고, 영수증이나 증빙서류가 없이도 재정집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장로들의 주장이다.
B교회는 교회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교회의 몫이 됐다. 수익이 났다고 해도 그 돈이 교회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C교회는 영리사업 투자로 수익을 거뒀는데, 그 수익금을 목회자가 전부 가져갔다.
D교회는 담임목사의 사례금이 몇 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알려져 곤혹을 치렀다. 담임목사 자녀의 유학비도 교회재정으로 지출됐다며 한동안 교회가 시끄러웠다. 은퇴할 때 교회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거액의 퇴직금을 요구한다거나, 교회 건물과 성도들을 판다고 광고까지 하는 목회자도 있다.
교회 담임목사직의 세습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사항이다. 은근슬쩍 아들을 담임목사로 세우기도 하고,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교회에 아들을 담임목사로 보내고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기도 한다. 대형교회들은 막강한 재정과 성도 수로 권력을 잡으려 하고 있다. 교회 크기로 목회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의례처럼 되었다.
물질만능주의는 비단 교회 안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을 뽑는 데에 밀실정치는 물론 금권선거가 이뤄지고 있다. 신학교육기관의 장을 선출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총회 임원 선출도 제비뽑기로 바뀌었을 정도니 이것은 스스로가 깨끗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과도 같았다.
교회의 이런 어두운 점들은 공중파 방송으로, 인터넷 기사로 퍼져나갔고 기독교의 이미지는 땅으로 추락했다.

교회 사유화가 물질만능주의 키워

이렇듯 목회자가 ‘돈’에 좌지우지 되는 것은 그 이면에 교회를 마치 자기 개인 소유로 여기는 기본의식이 깔려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개척교회 목회자일수록 더 심해지는데, 자신이 피땀 흘려 노력하고 키운 교회이기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교회 재정은 물론 그 외의 교회 운영에 관련한 많은 일들을 회의나 상의 없이, 담임목사 단독으로 결정하는 독단적 행위가 이어진다. 일례로 담임목사직 세습은 교회를 자신의 마치 유산처럼 생각하고 자녀에게 넘겨준다는 점에서 교회 사유화의 가장 큰 폐해라고 볼 수 있다.
목회자 개인이 마음의 욕심을 다스리고 나눔의 삶을 사는 것에 실패한 것도 물질만능주의의 근본적인 이유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이상원 교수는 “목회자는 모든 행위의 근원인 마음을 지키도록 가르치고, 그 모범을 보여야할 직분자”라며 “돈에 집착하는 태도는 마음의 탐심을 다스리지 못한 결과이고, 마음의 탐심을 다스리지 못했다는 것은 기독교인의 첫 출발점인 개인 경건훈련에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어린 양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그 스스로도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야 할 목회자가 유물론적인 현 시대의 세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은 목회자들이 다시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회개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청지기다운 모습 회복해야

분당샘물교회(박은조 목사)는 교회 사유화를 막기 위해 담임목사 6년 사역 후 신임을 묻고 1년 연구년을 가지게 하는 7년 임기제를 결정했다. 당회 2/3 이상, 공동의회 2/3 이상 찬성을 얻으면 한 번 더 시무할 수 있다. 장로도 5년 시무 후 연임이 가능하다. 사람이 교회의 주인 노릇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정책이다.
재정 역시 인터넷을 통해 성도들이 언제든지 교회의 수입과 지출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각자의 개인 헌금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은 돈은 지출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 했다. 그 결과 분당샘물교회는 10개의 분립 개척교회를 세우며 현재까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교회의 돈은 담임목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또한 교인들이 정성을 모으고 헌신하며 낸 돈이다. 교회가 이 돈을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목회자들이 돈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돈보다 하나님을 더 무서워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도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공동총무 차우열 목사는 “목사들이 교회를 키우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는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자기의 사활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교회는 발전 공헌도가 높은 장로나 목사의 개인 기업으로 전락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교회와 재정을 맡은 ‘청지기의 정신’을 가지고 사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황호찬 교수는 “목회자는 재정을 관리하는 청지기로서 위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재정의 소유권은 하나님께 있으며 좁게는 헌금을 낸 교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기독교가 감독기능을 회복해 감사를 철저히 하고 정직하게 보고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점 만점 조사서 3.34점…전체 종교 중 3위

이 결과는 그동안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수치로도 드러난 것이다. 조사기관은 다르지만 이것은 2008년부터 별다른 상승세 없이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금권선거, 메가처치, 성적문제, 재산다툼 등 개신교의 부정적인 면이 사회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줬다.
개신교가 심기일전할 만한 설문조사 문항도 있다. 올해 진행된 설문조사 대상자의 53.2%가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높은 종교’로 개신교를 꼽았다. 아직까지 국민들이 개신교에 대해 걸고 있는 기대가 크고, 잘 해주길 바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남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럴수록 쓴 소리는 겸허하게 받아들면서 목회자나 성도 개인적으로, 그리고 교회적으로 청렴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정능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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