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영입측 회원자격 무효 촉구에 묵묵부답
WEA 준비 명목으로 문제 인사 교계진입 방치
“주요교단 결의 반하는 허술한 대응 우려” 잇따라

▲ 지난 10월 한 호텔에서 열렸던 한기총 임원회에서 다락방 +개혁측 총회장 조경삼 목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이단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최근 이단 공인화의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단영입에 대해 납득이 안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기총의 모습은 지난 9월 22일 다락방+개혁에 대해 한기총 회원 자격을 인준하고 ‘회원교단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대표된다. 한기총의 처사에 대해 예장합동, 통합 등 11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은 10월 5일 “다락방을 영입한 개혁측의 회원자격을 원천 무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신학대학 교수들 87명도 10월 14일과 24일 두차례 성명을 내고 “다락방+개혁을 받아들인 한기총의 결정으로 앞으로 어떤 이단 혹은 사이비 집단이 한기총 회원권이 있는 교단을 통해 한기총에 가입하는 길을 막을 수 없게 됐다”면서 “한기총 가입을 원천 무효화시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현재까지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으며 이 문제를 다만 질서확립대책위원회에 맡겨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질서확립위원회는 최근 한차례 모임을 가졌으나 이후 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해결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기총을 통한 이단들의 움직임

한기총이 이단들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틈을 타 한기총을 이용해 신분세탁을 노리는 이단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이광선 대표회장 당시인 2010년 말부터 한기총에는 이상한 기류가 감지됐다. 2010년 10월 22일 열렸던 한기총 임원회에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위원장:고창곤 목사)의 보고 안건이 올라왔다. 예장통합과 예장합신이 “예의주시 및 경계”(통합 94회 총회), 또는 “극히 경계 및 교류 금지”(합신 94회 총회)를 총회적으로 결정했던 A 인사를 조사결과 ‘이단성이 전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보고였다.

한기총 임원회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보고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강하게 보였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자 예장통합 고신 합신 백석교단은 일제히 반대공문과 성명을 내고 한기총 항의방문까지 하면서 한기총의 처사를 성토했다. 그러나 한기총 임원회는 이러한 회원교단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12월 17일 다시 임원회를 열어 통일교 핵심인사 출신으로 재림주 의혹을 받고 수차례 이단성 조사논란에 휩싸인 통일교 출신의 A인사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는 결론을 전격적으로 내렸다. 이에 대해 다시 예장고신, 백석, 합동, 합신, 통합 등 5개 교단 총회장들은 12월 20일 예장백석총회회관에서 ‘한기총 이단 해제 규탄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이 회원 교단들이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인사들에게 혐의 없음을 결정한 것은 한국교회를 큰 혼란에 빠뜨리는 과오를 범한 것이며 이단들을 옹호하고 돕는 일”이라고 한기총의 결정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WEA 유치 명목으로 이단시비 인사와 접촉

한기총의 이단 해제 결정은 결국 12월 21일 열렸던 실행위원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다뤄졌으며 총대들은 이단 해제 철회를 결정하고 이러한 보고를 임원회에 올린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해체시키기까지 했다. 또 현 길자연 대표회장은 이단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근 한기총 지도부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A) 대표와 만난 자리에 이대위에서 거론됐던 문제의 인사가 동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기총 관계자는 “이 인물이 WEA 북미이사여서 반드시 참여해야 했다”고 변호했지만, 교계에서는 “WEA 총회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이단성 시비가 해결되지 않은 특정인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WEA 준비 명목으로 이 인사가 속한 교단 관계자 2명이 한기총 실무자로 파송됐다. 한기총 한 임원은 “지난해까지 한기총이 이단 여부를 조사했고, 아직 주의 경계를 풀지 않은 회원교단이 있는 상황에서 A목사가 소속된 교단 인사를 한기총 실무자로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이 한기총에 진입하고, 심지어 실무를 이유로 한기총 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교단은 한기총에 교회 수를 허위 보고한 전력이 있으며, 현재 교회 수도 47개에 불과하다.

한기총을 통한 신분세탁 배경

한기총이 다락방+개혁교단에 대해 보인 태도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예장개혁(조경삼 목사측)은 지난 6월 21일 다락방(류광수 측) 전도총회 영입예배를 드렸다. 예장개혁은 1200여 교회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가운데 150여 교회만 다락방 영입에 찬성해 교단이 분열된 상태였다. 조경삼 목사측은 다락방이 그룹 해체를 선언하고 노회별로 예장개혁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현재 2100교회로 알려진 다락방+개혁의 교세를 감안할 때 다락방이 개혁에 흡수된 것이 아니라 개혁이 다락방에 명의를 빌려준 형국이었다.

한기총 역시 지난 6월 실사위원회(위원장:정인도 목사)를 열고 “양측에 문서발급을 중지한다”는 결정을 열고 양 교단이 사고 상태임을 인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한기총 지도급 인사가 다락방+개혁 합동예배에 참석해 예정에 없던 축사를 해 이단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 할 한기총이 다락방+개혁에 손을 들어준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인사는 이후 “축사를 한 것은 맞지만 다락방이 관련됐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다락방은 역사상 가장 많은 국내 교단(9개)들이 ‘이단’ 또는 ‘이단성 있음’이라는 판정을 총회적으로 내린 대표적 이단임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의 대표적 직책을 가진 인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었다.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최삼경 목사는 “한기총은 전통적으로 이단에 대한 교단 결의를 존중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기총의 행보는 교단이 규정한 이단에 면죄부를 주는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오히려 이제는 한기총이 이단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이단 전문가는 “교단을 세탁하는 방식이라면 이제는 신천지 등 다른 이단으로부터 한기총이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나마 한기총의 순기능으로 꼽혔던 이단 대응마저 무너진 이상 한기총을 한국 교회 대표적 연합기관으로 보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기총은 지난 9월 임시총회에 이어 10월 실행위원회에서도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상임위원회 명단에서 누락시켰으며, 40여개의 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이대위 구성만은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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