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대화합’ 명분 지속적 참여 권유…보수교단 입장은 단호

‘신학선언문’ 계기로 복음주의권에 손길


2013년 10월 부산에서 열릴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의 한국 측 준비위원회 구성이 7월 26일 한국 유치 후 1년 7개월 만에 겨우 이뤄졌다. 그동안 구성이 늦어진 것은 WCC 총회 준비의 주도권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가 가질 것인가, 아니면 WCC 가맹 4개교단(사실상 예장통합)이 가질 것이냐에 대한 논쟁 때문이었다.

그동안 기장 기감 성공회 등 3개 교단은 교회협 주도의 WCC총회준비를 명목으로 내세우며 예장통합을 견제했다. 이들은 한국준비기획위원회 위원장을 김삼환 목사가 맡고 있는데다가 기획위원회에 통합측 인사들이 적지 않으며, 코디네이터(National Chief Coordinator)까지 통합측 박성원 목사를 세우려고 하자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들의 싸움은 7월 26일로 일단락 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준비위가 3개 교단의 요구를 수용해 박성원 목사의 임명을 보류하고, 김영주 교회협 총무를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또 상임부위원장에 기감 성공회 기장인사를 넣었고, 집행위원회도 3개 교단 총무들을 포함했다.

▲ 오랜 진통 끝에 WCC 한국준비위 구성이 일단락됐다. 회의를 마친 준비기획 위원들 가운데 복음주의권 인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구성에 대해 배태진 총무는 “우리들의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으며, 회의에 불참한 성공회 김광준 신부도 “성공회의 입장은 준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책임 있는 인사나 문서를 통해 참여를 권유하면 재참여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으로 이번 회의에서 직책이 보류된 박성원 목사가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자리로 배치될지가 갈등 재점화의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준비위의 가닥은 잡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복음주의 권에서 관심을 가질 부분은 한국 WCC대회 준비위원회가 WCC 대회는 한국교회 전체의 축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복음주의권 인사들의 참여를 권유하고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미 예장백석 장종현, 예장대신 김요셉, 예장합신 김명혁, 독립교회 김상복 목사 등의 인사들이 개인 자격으로 준비기획위원으로 활동해왔다.

WCC 준비위는 복음주의권 교회의 참여를 위한 신호탄으로 조만간 한국준비위 출범식을 즈음해 제10차 총회 신학선언문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WCC 준비위 측은 이미 두 달 전에 문서를 완성시켜놓고 발표 시기만을 저울질 하고 있다.

문서의 주요 내용은 첫째 WCC내에서 그동안 종교다원주의 비판을 받을 만한 사건들이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 WCC가 성경의 절대 권위를 약화시켰다는 공격을 받을 만한 일들이 있었다는 ‘자기 인정’이다. 그동안 보수교단들은 WCC를 용공 또는 종교다원주의로 정죄하면서 WCC의 노선에 대한 ‘회개’가 없다면 한국총회 유치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따라서 ‘자기 인정’ 수준의 신학적 고백만으로 한국보수교단을 아우르기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WCC에 대한 교단의 신학적 결의가 분명하지 않거나 복음주의적 색채를 띤 일부 교단들에서는 내부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WCC에 참여하는 빌미를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WCC 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복음주의권 관계자는 “이 정도의 신학선언이 이뤄진다면 복음주의권 교회들의 참여를 위한 발판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보수교단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 주요교단들은 WCC 참여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 반응이다. 모 교단 총무는 “WCC는 불건전한 연합운동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총회적 결의이고 교단 헌법 전문에도 나와 있는바”라면서 “교단 차원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참여는 생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신학선언이 그동안의 비판에 대한 자기인정의 성격이 담겼더라도 그동안 교단에서 지적해왔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음주의권의 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WCC 준비위 내에서도 이견은 여전하다. 김삼환 목사 등 준비위 지도부는 복음주의권 인사들이 제10차 총회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협 회원 교단들 가운데는 “WCC 총회는 에큐메니컬 권의 총회로서의 정체성이 지켜져왔다”면서 “복음주의권이 참여해도 옵서버 수준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적지 않다.
WCC 한국총회가 이제 만 2년 앞으로 다가왔다. WCC 한국총회를 WCC만의 잔치가 아니라 ‘한국 종교계의 올림픽’으로 치르고자 보수교계를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바빠지게 됐다. 보수교단과 복음주의교단들이 WCC에 대한 입장정리를 서둘러야 할 시점은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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