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부, 교계·시민단체 입장 수용 … “위헌소지 여전, 수정과정 주시해야”

선교사 범죄자 취급 조항 급한 불은 껐다

▲ 정부가 개정하려 했던 여권법 시행령은 선교 뿐 아니라 인도적 차원의 봉사활동도 제한하고 있어 논란이 거셌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외교통상부(이하 외통부)가 최근 시민단체와 한국선교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여권법시행령개정안 중 문제되는 부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외통부는 조만간 재개정안을 작성해서 재공지할 예정이며, 재공지에 대한 이론이 제기되지 않으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서 시행된다.

현재 외통부가 고려중인 내용은 선교활동이나 민간봉사 등을 제한하며 범죄시한다고 알려졌던 여권법 개정안 제23조 2항 3호의 단서조항, ‘국내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부분을 ‘국내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할 경우’ 정도로 수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외통부는 지난 7월 4일 공고를 통해 총리실 규제심사위원회의 여권법 일부 내용에 대한 보완 검토 개선 권고를 받아들여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선 이유는 첫째 여권 상습분실자에 대한 여권 유효기간 제한시,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한 경우는 분실횟수에서 제외함이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또 둘째 외국에서의 위법한 행위 등으로 국위를 크게 손상시킨 사람에 대해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차등적으로 제한, 통상적인 강력범죄와 달리 상대적으로 그 죄질이 경미한 위법행위를 구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권법 개정안 제23조의 2(외국에서의 위법한 행위 등으로 인한 국위 손상자에 대한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 제한) 제2항 제3호를 수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제1호 및 제2호를 제외한 그 밖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다만 국외 위법행위라 할지라도 국내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동 국외위법행위를 범한 때로부터 5년 이내 재차 범한 경우에 한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국내법상 위법행위가 아닌 선교나 봉사활동 등을 하다가 해외국가에서 범법자 취급을 당해 추방 등을 당하는 일이 5년 이내에 반복되면 최장 3년까지 여권발급이 중단될 뻔했다.

다행히 외통부가 시민단체와 교계의 입장을 수렴해 시행령 강행은 일단 중단했지만, 향후 재개정안을 작성해 공시하고 또다시 일반의 여론을 청취하는 과정이 남아있어 교계의 지속적인 주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외통부가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조항에 대해 교계와 시민단체가 삭제를 주장해왔을 때 “종교 활동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혹은 “지금까지 단 한건의 제재대상이 없었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오면서 시행령을 강행할 의사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외통부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뿐 아니라 대통령을위한기도시민연대, 에스더기도운동 등이 금식기도와 기도회, 1인 시위 등을 벌이며 급기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길자연 목사)가 외통부 등 담당 부서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자 의견 수용의 태도로 선회했다. 한기총은 “개정안의 부분 삭제 또는 폐기”를 요청하면서 “23조는 해외선교사(자비량 평신도 포함)를 국내 범죄자로 만들어 형사 처분까지 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기총은 또 “새로운 여권법 개정령이 시행될 경우, 선교사가 해외 현지법을 어겨 당국에 의해 강제 출국될 경우 아예 외국으로의 출국이 해당기간 동안 불가능하게 되며, 법적으로 출국 금지를 어기고 출국하였을 경우에는 형사 처벌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돼 사실상 선교활동 자체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기총은 회원교단과 단체에도 공문을 보내 △여권법 시행령 개정안 차별화를 위한 예배와 기도회 △각 교단 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연합운동 △관계부처에 항의 방문 인터넷 글쓰기 △위헌소송 운동 등도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위헌소송이나 단식 투쟁을 불사하면서 거세게 반발해 오자 외통부는 한발 물러선 듯한 제스처를 취하게 된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여권법 개정령안은 사실 선교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위법성과 위헌성까지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분석이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은 원칙적으로 한 국가의 영토 내에서 적용, 시행되므로 국민은 자국의 영역 이내의 사안에 관한 한 자국의 법에 따라 행동하면 족하고, 굳이 다른 나라의 법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내적 사항에 관한한 국내법상 위법하지 않으면 처벌이나 제재 등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신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법상 위법행위가 아니라면 국외에서 처벌이나 제재를 받았다고 국내에서 불이익을 받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80%를 상회하고 있고 국민의 10% 가량이 국외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국내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 행위로 추방당한 경우 출국 자체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령은 교계의 현실에 비추어 불리할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출국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국민주권주의에 저촉되는 위헌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교계는 문제 조항의 완전 삭제 또는 폐기를 주장해왔다. 일단 외통부가 이같은 교계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수정안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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