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개혁·안정, 첫 단추는 끼웠다

과열선거 방지 제도개선 통과 … ‘해체운동’ 요구 속 쇄신노력 가속화해야

 

▲ 한기총 특별총회를 끝으로 101일간의 직무대행 체제가 막을 내렸다. 총대들은 대표회장 인준은 물론 정관개정안에도 상당한 표를 던져 한기총 변화에 대한 갈망을 표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7월 7일 특별총회를 열어 길자연 대표회장 인준, 각종 소송 취하 권고, 선거관리규정 등에 대한 개정을 이뤄낸 것은 한기총 안정과 개혁에 대한 총대들의 열망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먼저 이번 총회에는 총 366명의 대의원 가운데 323명(위임 포함)이 참석해 특별총회에 거는 총대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회의에 앞서 특별총회에서 길자연 목사 인준과 당연직 폐지 등이 걸려있는 정관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설전이 있어 자칫 파행이 우려된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총대들은 현명하게 대처했다.

총대 과반의 득표만 얻으면 통과되는 선거관리규정은 4개항이 모두 통과됐다. 즉, 대표회장 후보 자격은 “회원교단의 총회장이나 회원단체의 대표를 역임한 자로서 소속 교단 총회의 추천을 받은 자. 단 각 회원교단의 추천은 1인에 한함”으로 정해졌다. 대표회장 순번제도 통과돼 향후 대표회장 후보는 나군(1000교회~7000교회 교단)-가군(7000교회 초과 교단)-다군(1000교회 이하 교단)-가군-나군-가군의 순으로 나서야 하게 됐다. 선거관리도 강화해, “후보자 또는 후보관계자는 소속 교단에서의 후보 추천 과정부터” 불법행위를 하면 안 되도록 했다.

대표회장 임기도 1년 단임으로 결정됐고, 선출은 총회에서 직접 선거로 진행한다. 임원회 구성도 현직 총회장이 공동회장의 자격으로 참석토록 했다. 이상의 통과된 정관개정안들을 살펴보면, 대표회장 선거의 과열을 어느 정도 막아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표회장의 자격을 총회장 역임자 수준으로 원상 복귀했고, 교단순번제나 불법선거감시, 임기 단임제를 택해 과거 있었던 비방과 혼탁국면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2/3 찬성을 얻어야 통과되는 정관개정안 상당수도 유효표 부근까지 육박했다. 관심사 중 하나였던 당연직 총회대의원 폐지와 당연직 실행위원 폐지안은 유효득표수 178표에 몇 표 모자란 174표와 165표를 획득해 아깝게 부결됐다. 당연직 총회대의원은 한기총 임원, 감사,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이 당연직 총대가 되는 것이 현행법이다. 또 당연직 실행위원은 한기총 임원 중 명예회장, 대표회장, 공동회장, 서기, 회계, 그리고 각 상임위원장이며, 상임위원장은 대표회장이 선정한다. 대표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되는 인사이기에 논공행상 시비가 생기고, 이 숫자가 50여명을 육박하기 때문에 대표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기제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부회장직 삭제도 162표를 얻어 부결됐다. 현재 부회장은 회원교단 부총회장(역임자), 회원단체 부회장(역임자) 또는 한기총 임원, 감사, 상임위원장 경력 합계 6년 이상 된 자 중에서 선임하게 되어있다. 명예회장 삭제도 172표를 얻는데 그쳐 아쉽게 통과되지 못했다. 한기총 행정 축소 차원에서 제안됐던 사무총장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도 부결돼 행정실무기구에는 변동이 없게 됐다.

길자연 대표회장 인준은 투표참여 267명 가운데 200명이 찬성해 절대적인 지지를 확인했다. 또 관련 소송의 취하 권고도 226표가 나와 한기총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그간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씻어주기를 소망했다.

향후 한기총은 특별총회 결과를 법원에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며 15일에서 30일까지 소요될 예정이다. 동시에 조만간 임시총회 일정이 공고될 예정이다. 이때 길자연 대표회장이 중심이 돼 조직한 임원진과 실행위원 명단, 예산안 등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한기총 범대위가 제기한 대표회장 인준 무효소송 심리 등도 진행 중이나, 이번 특별총회에서 소취하 권고안이 결의됐기에 장기적으로 취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길자연 대표회장은 당선 소감에서 “남은 짧은 6개월을 긴 10년처럼 활용하면서 한기총 봉사를 화끈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길 목사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한기총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와 행정, 차기 총회의 발전적 준비, 기성교단과 손을 잡고 주류로 진입해 들어오고 있는 이단들에 대한 단호한 대처, 한국교회의 연합과 한국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정책의 실행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그동안 길자연 목사의 퇴진을 주장하면서 이번 대표회장 인준에도 불구하고 한기총 해체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세력과 일반 여론이 아직 지속되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이들을 감동시킬만한 사역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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