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출판 사유화 의혹 결국 현실로

▲ 예장합동의 2010년 총회실행위원회 회의 장면. 총회는 매 실행위마다 찬송가공회에 대한 강력한 대응 결의를 했으나 공회측의 반발에 부딪쳤다.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대표이사:서정배 이광선)가 지난 1월 28일 예장출판사(대표이사:천충길)를 상대로 ‘출판금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지난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이 한국찬송가공회가 제기한 ‘출판금지청구권’ 소송을 받아들인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고등법원의 판결은 예장출판사와 찬송가공회의 찬송가출판 계약이 만료됐기에 더 이상 예장에게 찬송가출판권이 없다는 내용을 법적으로 확인시킨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가처분 신청은 이 결정을 등에 업고, 찬송가공회가 예장출판사로 하여금 아예 찬송가 출판을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찬송가공회는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예장출판사는 별지 제 1목록 기재 서적(예장이 찍을 일체의 찬송가)을 인쇄, 제본, 발행, 배포,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 진다면 예장출판사는 물론, 찬송가 수입으로 인해 적잖은 수익을 올려온 예장합동 총회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번 가처분이 증경총회장이며 찬송가공회 대표 이사인 서정배 목사 명의로 청구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정배 목사를 포함한 교단 파송 찬송가공회 이사들은 지난 2월 16일자로 총회에 ‘총회 지시에 대한 이의와 항의 통보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총회의 공직 정지 및 총대파송 금지 명령에 대해 항의했다. 이사들은 이 ‘항의 통보문’에서 “총회의 결의에 대해 반한 행동이나 일처리를 한 적이 없으며 공직정지 및 총대자격 박탈은 총회임원회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명예훼손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불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찬송가공회를 상대로 힘을 모아야 할 같은 교단의 이사들이 오히려 총회를 향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번 찬송가공회의 가처분을 통한 공격과 교단 이사들의 공세는 최근 고등법원 판결에 힘입어 수세적 입장에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어서 그동안 쌓아왔던 교단의 명예와 실리가 단번에 땅에 떨어질 위기에 직면했다.

총회의 한 임원은 “총회 임원회가 전 찬송가공회 이사들에 대해 해 노회로 하여금 공직정지를 통보한 것은 총회와 실행위원회의 결의를 따른 것”이라면서 “전 이사들은 이제라도 총회의 결의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찬송가공회 문제를 꼬이게 한 당사자들이 찬송가공회 이사들인데 이제 와서 예장출판사를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내고, 총회를 상대로 항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까지 예장출판사는 찬송가공회를 상대로 진행한 소송에서 대부분 승소를 거둬왔다. 또 예장합동 교단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별도로 찬송가공회를 구성해 원래의 찬송가공회 정신을 잇겠다는 취지로 연합운동을 벌여왔다. 이에 동의해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 소속 교단들도 복원 찬송가공회에 참여해왔다.

 또 지난해와 올해 들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양대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길자연 목사)와 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영주 목사) 까지 각각 ‘찬송가대책위원회’를 구성,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의 설립 정당성과 사유화 의혹 등을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교계에서는 이러한 기조 아래서 예장합동측 전 이사들이 섣불리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에 참여하지 말고 기존의 예장합동의 입장을 지켰다면 오늘과 같이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새찬송가위원회 홍성식 목사는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재단법인설립 허가가 나기 2주전까지만해도 기감, 통합, 합동, 기성, 기장, 기침 등 6개교단장이 “재단법인 설립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결의를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입장을 바꿔 이광선 목사가 중심이 돼 재단법인설립을 추진하고 예장합동도 새로운 총회장인 서정배 목사가 재단법인에 참여함으로 (상황이 바뀌게 됐다)”고 강조했다.

교계 관계자들은 최근 고등법원 판결과 이번 출판금지가처분 등은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가 그동안 우려해왔던 대로 사유화의 길로 내달았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들이 소속 교단의 명령을 무시하고 오히려 교단을 향해 가처분 신청 등을 내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이는 결국 공회 설립 취지를 저버리고 사설출판사에 찬송가출판권을 주기 위한 수순이라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편 예장출판사와 기독교서회는 법적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새로운 찬송가를 발행하는 일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장출판사 대표이사 천충길 장로는 “찬송가공회 측에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사퇴를 못하고 있다는 파송 이사들이 그들의 이름으로 출판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예장출판사와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새롭게 파송한 위원들로 새 찬송가를 만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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