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많은 데 존재감은 없다

경직된 교회문화 청년세대 관계 단절 불러… 먼저 소속감 심어줘야

 
‘10년새 청년부 60만명 감소, 청년층 종교 이탈률 1위, 비종교인 청년 종교선호도 3위’
대학생선교단체 간사들은 “2000년에 비해 선교단체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청년목회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년은 짧게는 10년 뒤 한국 교회의 영적 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에 이들의 이탈은 교회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청년목회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현장과 전문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20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교회는 무엇이며, 왜 발길을 끊는 것일까?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독대학인회(ESF) 관악지부를 찾았다.

내가 생각하는 교회는

 
이다. 

지현성(경인교대·21) : 집/ 익숙하지만 때로는 그곳에서 탈출하고픈 생각이 든다. 가정 내 문제점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교회 안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강지훈(숭실대·21) : 기업/ 요즘 교회는 사회의 기업체 같다. 특히 대형화 물량화가 큰 문제점이다.

김의중(서울대·24) : 미꾸라지가 있는 연못/ 교회는 원래 깨끗한 연못이다. 그러나 몇 마리 미꾸라지 같은 지도자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다.

김경환(숭실대·21) : 그래도 희망/안티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이며, 세상에는 희망이 있는가?

정성현(경인교대·21) : 기도하는 집/ 교회는 봉사단체가 아니다. 교회는 신앙의 본질을 다루는 곳이어야 한다.

요즘 청년들은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종 부조리와 맘몬사상에 물든 교회를 보며 “본질을 되찾으라”고 질타를 하고 있다. “교회는 그래도 희망이다”라는 말처럼 이 시대 청년들은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

교회 내 청년은

 
존재이다.  

: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교회에서 가장 많은 봉사를 하는 존재가 바로 청년이다. 청년은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 눈치 보는/ 청년이 무엇을 하려고 하면 위에서 막는다. 우리가 예배드리는 것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모두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이것은 청년부를 경직시키는 원인이 된다.

: 돈먹는 하마 & 황금알 낳는 거위/ 지금 당장 직업이 없기에 교회의 투자와 지원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에 보석같은 존재이다.

: 윤활유 같은/ 우리의 열정을 보고 도전 받는 성도들이 많다. 그러기에 우리는 신앙생활의 윤활유가 된다.
: 슬픈/ 같이 고민하고 비전을 공유할 청년이 줄어들고 있다.

교회 내부의 문제나 세상의 유혹으로 교회를 떠나는 청년을 보면서 이들은 스스로를 ‘슬픈 세대’라고 규정한다. 청년목회 붕괴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역동성이며, 윤활유이다.

나는

 
때문에 교회 가기 싫다. 

: 어색함/ 리더가 자주 바뀌어 어색하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리더와의 어색함 때문에 교회에 다니기 싫다. 자주 바뀌는 셀모임도 문제가 있다.

: 강요하는 분위기/ 헌금, 새벽기도, 봉사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다. 부모님께서 교회에 가자고 강요할 때도 싫다.

: 기복적인 설교와 삶의 문제/ ‘~하면 복받는다’식의 기복적인 설교가 너무 흔하다. 이런 설교는 내용도 뻔하다. 또한 취업 공부에 쫓겨 시간이 없을 때 교회에 가는 게 망설여지기도 한다.

: 가벼운 관계와 죄의식/ 대형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소속감과 관계성이 너무 약하다. 개인적으로 죄의식 때문에 교회를 피할 때가 있다.

: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 봉사가 너무 많아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대학생활에 자유가 필요하다.

“뻔한 설교, 특히 기복적인 설교가 싫다”는 말 속에는 담임 목사나 담당 교역자의 불성실한 설교가 청년의 귀를 막는다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절반이 백수인 이때, 학업과 진로준비 때문에 교회를 이탈하기도 하며, 교회의 어색한 분위기가 청년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청년사역자의 잦은 교체와 무조건적인 믿음 강조도 청년의 이탈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미디어로 관계성이 단절된 청년세대에게 소속감과 일체감을 주는 사역이 필요함을 엿볼 수 있다.

청년부가 부흥하려면 내·외적으로

 
개선(도입)해야 한다. 

: 관계망과 교제, 긍정적 인식 회복/ 내부적으로는 교제를 확대해 관계성을 돈독히 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 인식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 : 형식적인 설교와 권위적인 관계, 전도방법 개선/ 내부적으로는 지루한 설교와 형식적인 예배, 권위적인 관계를 탈피해야 한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과 같은 무모한 전도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 다시 복음으로, 세상과 소통/ 사람이 아닌 복음이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복음으로’라는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외부적으로는 진리를 전파하는 통로가 필요하다. 문화사역뿐만 아니라 지성의 영역에서도 소통의 언어가 필요하다.

: 시대에 부합하는 설교, 프로그램/ 청년이 안고 있는 문제(취업, 이성, 불확실성)를 말씀으로 풀어가는 설교가 갈급하다. 외부적으로는 초신자들도 헌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 일대일 케어, 교회 교류/ 내부적으로는 일대일 관계가 필요하다. 한 영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맨토링을 실시해야 한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내 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개인주의다. 기독교가 살아남으려면 교회간 교류가 확대되어야 하며, 특히 큰 교회들은 작은 교회들을 섬거야 한다.

종합해 보면, 청년은 교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존재로 남아 있다.

한국 교회에서 청년목회가 다시 회복되려면 소속감을 심어주고 말씀과 기도로 돌아가야 한다. 즉 이시대의 청년은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목마르기 때문에 이들의 갈급함을 채워줘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자주 바뀌는 청년 교역자에게 안정적인 사역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전도의 길을 막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교회 내부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청년 전도에 치명상을 주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200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05년까지 전체 기독교 인구는 143,898명이 감소했다. 청년과 관련하여 조금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자. 1995년에 10~24세였던 기독인들은 2005년에는 20세에서 34세가 되었다. 이 시기에 해당 연령대의 기독인은 597,619명이 감소하였다. 이 통계는 다른 연령층의 기독교인 인구에서는 성장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60만에 이르는 청년층은 기독교에서 대거 이탈하였다. 청년층의 감소율은 평균 감소율보다 4배가 넘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통계는 교회가 청년목회에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해 주고 있다.

청년목회의 실패 요인 중에 하나는 교회가 청년들을 이해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닐까? 많은 청년들은 성장 과정에서 IMF로 인해 가정이 해체되거나 무너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의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극심한 삶의 혼란을 겪고 있다.

‘벼랑 끝의 대학생들’ ‘그들에겐 봄은 없다’ ‘청년백수 탈출기’ 상처 입은 세대, 척박한 삶과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열등감과 패배감과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세대, 우리 청년들의 자화상의 일면이다. 많은 청년들의 삶의 자리가 너무 척박하다.

물론 일제시대와 6.25 그리고 군사 독재 시대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청년들이 당하는 어려움은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기독교와 교회가 소망이 되고 대안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들에게는 기독교와 교회가 더 이상 대안으로 비쳐지고 있지 못하다. 여기서 기독교적 차원에서의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청년들의 아픔과 눈물과 고통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대안을 만들어 낼 제대로 된 기독교 청년 연구소 하나가 있는가? 교회는 청년들을 이해하는데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문제와 필요를 공감하고 대안을 만들어 주는데도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발달 심리학에서는 청년기의 중요한 발달 과제를 세 가지로 들고 있다. 정체성의 형성, 직업의 준비, 결혼의 준비가 그것이다. 직업과 결혼이 향후의 인생을 위한 눈에 보이는 준비라면 정체성의 형성은 향후 인생을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이면서도 직업과 결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입시에 올인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정체성의 형성은 대부분 청년의 시기(대학생)에 이루어진다. 청년의 평생의 삶의 기초가 되는 정체성의 형성에 신앙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청년의 시기에 신앙에 기초한 정체성이 분명히 형성할 때 세속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삶을 평생 살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청년목회는 청년 한 개인의 평생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청년은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와 한 나라의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세대이다. 오늘만 좋은 교회는 소망이 없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교회야 말로 소망이 있는 교회다. 청년들은 내일의 교회를 만들어 갈 주역들이고 교회의 미래이다. 이렇게 중요한 청년목회를 전문성이 없는 사역자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청년에 대한 사랑과 깊은 이해가 없는 사역자가 청년대학부를 맡는다는 것은 청년들에게는 큰 비극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이다. 교회는 청년 사역의 전문가를 길러 내야하고 청년 사역자가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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