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국교회 아이티 연합사역 1년

희망봉사단 베이스캠프 삼아 발빠른 진행 … ‘연합사역 공동모금’ 제안

아이티 지진 참사가 발생하고 한 달 후, 한국 교회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 기독엔지오(NGO) 단체들이 기독교회관에 모였다. ‘아이티 지진 구호 협력사업 모색을 위한 한국교회 원탁회의’였다. 각 교단과 기관 대표들은 “각자의 사업은 인정하되 사역을 공유하며, 대외적으로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일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실무를 맡아 각 교단과 단체가 구호사업을 펼치도록 조율하고 지원하도록 했다. 이로서 ‘한국교회 아이티연합’이 만들어졌다. 그 후 1년.

‘연합의 힘’ 보여
연합의 힘은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교단별 중복ㆍ과잉 구호활동이 지양됐다. 구호활동에 경험이 없는 교단들은 엔지오 등 전문단체들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했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아이티에 이인수 목사(사랑의교회)를 파견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면서 교단과 엔지오 구호사역을 지원했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의 아이티 사무실은 교계는 물론 정부기관과 다른 엔지오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소가 됐다.

손인웅 목사는 “각 교단과 기관이 따로 사역을 하는 느슨한 조직이었지만, 한 지붕 아래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사역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예장합신 박종언 총무는 “이번 아이티 사역을 보면서 한국 교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한국 교회가 일을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향후 사역 방향

아쉽지만 각 교단들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재건사역은 아이티 정치상황 등으로 많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창궐한 콜레라는 재건에 초점을 맞췄던 구호사업을 전환하게 만들고 있다. 유엔은 콜레라로 사망하는 사람이 69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의 세 배에 이른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아이티 상황을 주시하면서 최근 구호사역 방향을 ‘콜레라 퇴치’쪽으로 설정했다. 봉사단이 제안하는 사역은 ▲콜레라클리닉센터 설립 ▲깨끗한 지하수를 제공하는 우물파주기 사업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버너 공급 ▲지역 공동체를 위한 커뮤니티공간(지역 센터) 건립 등이다.

콜레라클리닉센터는 유엔을 비롯해 굿피플 예장합신 도미니카교회협의회 캐나다세계협력선교회 등 여러 단체들이 협력하기로 한 상태다. 우물파주기는 적은 예산으로 효과가 큰 사업이다. 우물 하나를 파는 데 36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500~1000명의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버너공급은 콜레라 퇴치는 물론 친환경적인  사업이다. 아이티 사람은 숯을 연료로 사용해 산림을 많이 훼손했다. 최근 한국의 기업이 아이티에 자생하는 자투라 열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버너를 개발했다. 자투라 나무를 심어 산림도 보호하고, 열매에서 추출한 연료로 버너를 사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발전된 연합을 위해
한국 교회는 아이티 사태로 연합사역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발전된 연합을 위해서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한국 교회 사역을 위한 공동모금”을 제안한다. 지금은 사업주체가 다르고 모금도 지출도 개별적으로 하지만, 다음에는 각 교단에서 모금액의 일부를 각출해 ‘연합사역을 위한 공동기금’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금을 낸 교단 및 단체가 공동사업자가 되어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번 아이티 사역에서 보여준 연합 정신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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