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한기총으로 시대변화 주도”

교회·사회 아픔 함께하는 ‘따뜻한 기관’ 회복에 정책 역점
1000여 기도원 활용 ‘처치 스테이’ 대사회 이미지 개선 기대
NCC와 선한 연합은 계속 … 교단에 적극적 애정 가져야

한국교계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차기 대표회장 당선자, 길자연 목사(왕성교회)를 만났다. 길 목사는 지난해 12월 20일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제17대 대표회장에 선출됐다. 길 목사로부터 한기총과 한국교회 미래에 대한 구상과 비전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인터뷰 = 이길환 편집국장

▲ "한기총은 교회가 찾아오고 싶은 기관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교회에 대해 사회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있어야 합니다."

▲대표회장 당선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인사 말씀을 부탁합니다.

=저는 2003, 2004년에 이어 이번에 3번째 한기총 대표회장의 임기를 수행하게 됐습니다. 지금 솔직한 심정은 ‘기쁨’보다 ‘무거움’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봅니다. 대표회장이 될만한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제가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저의 당선에 대해 총회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클 것으로 여겨져, 임기 중 좋은 성과를 내 교단의 기대에 부흥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품어 오셨던 한기총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입니까.

=한기총은 교회가 찾아오고 싶은 기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도 친근하게 느끼며, 특히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해 달라고 찾아오고 싶어 하는 한기총을 만들어야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한기총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교회에 대해 사회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한기총은 내부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보편타당한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합니다. 지난 한해 한기총은 정관개정 문제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앞으로 정관개정과 관련, 문제되는 부분을 손질해 다시는 한기총이 법문제로 다투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사심을 삽입시키지 않고 한기총의 미래를 위해 개정작업을 한다면 혼란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대표회장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지고 일하시겠습니까.

=군림하지 않고 봉사하는 자세로 일할 것입니다. 1년간 봉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기에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인간관계 회복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저에게 표를 준 사람이나 반대한 사람이나 다 한기총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인화와 덕치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원과 실행위원회 조각을 최대한 공정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추진함으로 화목의 기초를 놓겠습니다.

▲‘처치 스테이’ 공약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처치 스테이’는 일반인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더 쉽고 친근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전도방법의 일환입니다. 국내 1000여개의 기도원 가운데 할 수 있는 곳을 엄선하고, 교재 제작, 성경강좌, 문화유적지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는 교회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전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처치 스테이’가 불교계의 ‘템플 스테이’와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시각은 피상적인 것이며 기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치 스테이’는 ‘템플 스테이’와 전혀 다른 내용의 것이 될 것입니다. 또 ‘처치 스테이’를 오해하는 분들은 정부 보조를 받아 이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비판합니다. 보조 문제는 나중에 문광부와 협의할 일이고 시작은 분명 교계 자체적으로 할 것입니다. 정부 보조를 구걸할 생각도 없지만 국가적 시책에 어긋나지 않기에 정부에서 보조해 주겠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2012년 열릴 장로교 100주년 기념행사는 어떻게 치러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장로교단 100주년은 일회성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되며 장로교에 대한 재조명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장로교 헌법에 대한 성찰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각 교단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 특히 선거제도에서부터 임직 규정까지를 고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신학적 문제야 거론할 것은 없지만 장로교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의 제재를 받는 일이 없도록 헌법을 손봐야 하며 이런 조정 작업을 오는 총회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칼빈주의적 신앙관을 재교육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로교 신앙에 투철한 목회자를 만드는 것이 100주년 행사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WCC 한국 총회에 대한 조율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저는 WCC 한국총회를 유치한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봅니다. 한기총 안에만 해도 WCC에 대한 찬반 교단이 공존하기에 이 문제는 자칫 연합을 깰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총회는 열리기로 정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WCC 총회 개최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남의 잔치에 감나라 배나라 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양한 입장이 공존하고 있는 한기총 내부 사정을 고려해서도 어느 쪽으로 치우친 입장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해야 하는 것은 WCC의 신앙과 신학사상을 검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WCC의 신학과 신앙 중 자유주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하고 알림으로, 대회 이후 한국교회가 오히려 더욱 굳건한 예수 신앙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기총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회와 정부에 대한 원칙은 어떠하십니까.

=정부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정경분리의 원칙이라고 봅니다. 좋은 정책은 돕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 됩니다.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국민과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판단해 교회의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또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교회의 힘을 집결해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면 교회의 이미지도 크게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북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사랑과 평화의 정신으로 남북이 협력과 공존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통일에 앞서 공존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남북이 총칼을 내려놓고 평화를 향해 속히 나가기를 기도합니다.

▲기독교교회협의회(NCC)와 협력의 방안은 무엇입니까.

=올해 초 NCC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는데 매우 환대를 받았습니다. NCC와 한기총이 하나님께 봉사하는 입장은 다르지만, 벽을 쌓고, 왕래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과거 한기총 회장 때부터 양기관의 협력 방안에 대해 ‘한지붕 두가족’을 말했습니다. 신학적으로 융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기구적으로 하나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부활절연합예배 등 좋은 일에는 협력해 나가자고 한 것이었습니다. NCC는 그동안 인권이나 사회봉사에서 업적을 쌓았고, 한기총은 교회를 성장시키는데서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앞으로 연합 사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연합사업을 하면 신학이 퇴색한다는 우려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한국교회는 이제 그 정도 수준은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이단 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지난 한해 한기총을 시끄럽게 했던 이단사이비 관련 문제도 한기총 개선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먼저 저는 지난해 이단문제와 관련해 한기총 임원회가 내린 결정은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합니다. 개교단이 이단시 하는 것을 한기총이 자체적 기준으로 푸는 것은 한국교회를 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에나 더욱 신중해야 하며 관련 교단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총회에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국교회는 지금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욕구에 대한 격동기에 처해있습니다. 기존의 리더십을 가지고 변화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나설 때 나서고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 우리 교단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능한 젊은 목회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교단 책임자들이 이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교단의 위상을 높이고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에서 경쟁했던 김동권 목사에 대해 어떤 생각이십니까.

=김동권 목사님은 목회나 정치경력에서 훌륭한 분입니다. 투표 결과, 표가 저에게 왔지만 한기총은 선거가 끝났다고 혼자 할 수 있는 기구는 아닙니다. 협력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훌륭한 역량을 발휘해서 교단과 교계 발전을 위해 일하셨으면 합니다.

▲동료 선후배 목회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목회자들이 정치에만 연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정치를 하더라도 본 교회가 강해져야 합니다. 본 교회가 약화되면서까지 정치에 몰입하면 말로가 비참해 집니다. 목사의 고향은 정치가 아니라 교회입니다. 지금은 예배당을 짓고 교인들이 많이 모이기를 기대하는 시대라기보다 교인들에게 신앙훈련을 철저히 시켜야 하는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 살아있는 예배,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예배로 돌아가야 합니다. 목회자의 설교가 강해져야 하며 설교연구와 기도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목회자들이 교단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일부 불의한 것이 보인다고 해서 무관심해지면 안 됩니다.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오늘까지 선배와 동료들이 저를 붙들어 줘 지금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고 존경하며 앞으로도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사진=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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