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는 보상금 받고 문닫으란 말인가”

실현가능성 없는 종교부지 꿈에 사역은 ‘짙은 안개속’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것은 반기독교 정서나 이단, 혹은 내적 부패의 요소뿐이 아니다. 정작 소리 없이 한국교회의 뿌리를 파헤치는 것은 재개발로 인한 피해라는 지적이다. 재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교회들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경기도 김포 신도시 개발 지역 끄트머리에 아담한 가옥이 한 채 있다. 겉으로 보면 일반주택이지만 이곳은 ‘양문교회’(봉 모 목사)가 사용하고 있는 엄연한 가정교회다. 거실에는 10여 점의 화분들이 한 구석에 놓여있고 찬양대 지휘대가 서있다. 이곳에 봉 모 목사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성도들이 수년째 모여, 예배당의 회복을 꿈꾸며 눈물의 예배를 계속하고 있다.

봉 목사는 한때 중형교회를 담임했던 잘 나가던 목회자였다. 그러다가 2000년에 교회 개척을 결심하고 김포에 들어왔다. 교회는 차츰 성장해 70여 명의 등록교인까지 늘어났다. 교회의 시련은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2003년 김포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면서 4억 원이 채되지 않는 보상비를 받고 쫓겨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적은 보상비로 마땅히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한 봉 목사는 그때부터 사택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회복을 꿈꾸며 기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인들마저 흩어져 막막한 상황이다. 봉 목사는 “신도시 발표가 났을 때 기대감에 부풀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심정은 참담하다. 소명이기에 말씀을 전하고 전도를 할 뿐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김포시 북변동 30평 상가건물 3층에 입주해있는 순복음예성교회(김정숙 목사) 역시 한때 자체건물까지 가졌던 남부러울 것 없는 교회였다. 그러나 2003년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됐을 때 “협의양도를 하면 종교부지를 주겠다”는 정부기관의 말을 믿고 정든 예배당을 포기했다.

그러나 종교부지는 실현 가능성 없는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07년 현재의 건물로 임대해 들어오면서 받은 6억 원의 보상금은 서서히 사라져갔고, 교회 이전에 따라 성도들의 숫자는 급격히 떨어져 현재 10명 내외만 남았다. 지금 종교부지에 들어가라고 한다고 해도 갈 수가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양문교회와 예성교회 뿐만이 아니다. 이 교회들이 원래 자리 잡고 있었던 김포한강 신도시 지역에는 과거 74개 교회가 있었다. 거의 모든 교회들은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턱없이 낮은 보상을 받거나 ‘종교부지’에 대한 막연한 희망만 안고 교회 터를 이전했다. 그러나 값싼 보상금을 가지고 새로운 교회부지를 구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특히 외곽에서 벗어나 도시로 방향을 튼 교회들은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얼마 있지 않아 문을 닫기까지 했다.

교회를 이전할 때 떨어져 나가는 성도들을 계산하지 못한 것도 교회가 붕괴되는 이유로 손꼽혔다. 김포 신도시의 경우, 원주민들은 원주민들대로 보상을 받고 거처를 옮겼다. 일부는 농토를 불하받아 시골로 더 들어갔다. 따라서 기존의 교인들과 떨어져 새로운 지역에서 교회를 시작한다는 것은 개척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려움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교회회복과 재기는커녕, 운영 자체도 곤란한 지경에 봉착했다.

극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종교부지의 면적과 종교부지의 열악한 위치도 문제다. 김포 신도시에 있는 교회 가운데 종교부지에 재입주를 기대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교회들은 15개처다. 그러나 실제로 수용이 가능한 용지 면적을 계산할 때 4개 교회만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현지 교회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부지의 위치가 산과 하천이 위치한 신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교회가 이곳에 들어선다고 해도 교회의 부흥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김포한강신도시 종교용지대책위원회 위원장 강사근 장로는 “밀집된 종교용지들은 산과 한강으로 둘러싸인 연립주택지역으로 약 800세대가 건축될 예정이나 인구를 2명으로 계산해 1600명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 중 종교인은 20%로 측정한다면 320명뿐이라는 계산이 나와 결국 종교용지에 들어가도 교회는 파산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재개발대책위원회(위원장:서경석 목사)는“재개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사근 장로는 “재개발로 교회가 이전하면서 교인들이 흩어지고, 교회는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을 가지고 시간을 끌다가 결국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