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의 의미

정체성 훼손 우려 표심에 반영… “희망주는 한기총 되겠다” 의지에 큰 기대

길자연 목사(왕성교회)가 12월 21일 압도적인 표차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17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한국교계가 한기총 개혁에 커다란 열망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기총은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최대의 연합체일 뿐 아니라 1989년 설립 이래 꾸준히 내외적인 영향력을 키워와 현재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 한기총 실행위원들이 길자연 당선자(오른쪽)에게 몰표를 준 것은 그만큼 한기총 개혁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기총은 오랜 역사에 걸맞지 않게 각종 회의 진행 미숙과 연합기관으로서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행태들을 보임으로써 그 명예가 실추됐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한기총이 가장 큰 혼란을 겪은 일은 ‘정관개정’ 문제 때문이었다. 정관개정은 해가 갈수록 과열되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 분위기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취지로 논의됐다.

이를 위해 결성된 정관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최성규 목사)는 교세에 따라 그룹별로 대표회장을 내고, 제비뽑기 방식을 통해 선거를 진행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위원회의 안은 여러 번 변경을 거쳐 한기총 임시총회에 상정됐고 결국 반대 88표 찬성 76표로 정족수인 2/3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나 한기총은 상위법인 정관이 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법인 ‘시행규칙’과 ‘선거규정’은 통과된 것으로 간주함으로, 반대 투표를 던지고 하위법 자동 부결을 주장했던 회원교단들의 의지를 무시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길자연 당선자는 소견서를 통해 “한기총의 정관과 시행세칙 등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세움으로써 충돌과 반목을 종식시켜 한기총의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한기총 실행위원들이 길 당선자를 선출한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이단 문제를 통해 드러난 한기총의 연합기구로서의 정체성 상실 회복’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기총은 66개 교단과 19개 단체로 구성된 교회연합체이다. 결코 회원 교단의 상위기구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회원 교단들의 의지에 반하는 일을 독자적으로 밀고 나가서도 안된다.

그러나 한기총은 이번 회기 들어 국내 주요교단들이 ‘이단 혐의’ 결정을 하고 교단에서 제명까지 한 인사나, 교단들이 ‘이단성이 있다’고 총회결의를 통해 확인한 인사들에 대해 교단 결정에 반하는 결의를 서슴없이 내렸다. 이 때문에 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고신 합신 백석 등 국내 주요교단들은 항의 방문, 항의성명, 규탄기자회견까지 열면서 “한기총의 이단에 대한 확고한 입장 표명과 연합기구로서의 정체성 회복‘을 촉구했다.

실행위원들은, 이단 문제에 대해 한기총 임원회에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왔고, 과거 예장합동 총회에서 평강제일교회를 받아들이는 문제에도 강한 반대를 표명했던 길 당선자 이상의 적임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길 당선자 역시 소견서에서 ”한국교회를 어지럽히는 이단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기총 내부의 혼란의 요소를 조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었다.

한기총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는 ‘회원권 정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기총 내에는 불과 20여개 교회를 보유한 교단부터 1만개 이상의 교회를 가지고 있는 교단까지 모두 동일한 1표의 회원권을 행사하고 있다. 소위 군소교단들은 처음에는 200개 교회 이상의 자격으로 가입했다가 교단 분열을 거쳐 군소화됐음에도 기득권을 주장해 잔류해왔다. 회원권 정비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임은 틀림없지만 한기총이 정체성을 살리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힘차게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를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관련 길 당선자는 “대교단과 군소교단의 적정한 조합과 배려를 통해 화합하는 한기총을 만들겠다”고 밝혔으며 “한기총 전국 지부를 조직함으로 더욱 힘 있는 한기총이 되게 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은바 있었다. 또 “한기총 회관 건립기금을 신속히 조성하고 대지를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세계교회 중심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길 당선자가 한기총 회관 문제도 풀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신선하고 독자적인 안을 내놓음으로, 그동안 한국사회를 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는데 급급했던 모습에서 탈피하기를 바라는 소망들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길 당선자는 ‘처치 스테이’와 같은 신선한 대안들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처치 스테이’와 관련해 길 당선자는 “한국에는 1000여개 기도원과 관심 있는 교회들이 이미 있어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사회에 신선한 도전을 던지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불교의 템플스테이 등 정부의 종교편향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사실 이번 회기 한기총은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부를 향해 말할 것은 말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모습이 아쉬웠다고 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길 당선자는 △주일 국가고시 철폐운동 △기독교사학법 문제 해결 △템플스테이를 일방적으로 후원하는 정부와 조율 △교회 개척과 건축 등에 관한 불리한 현행제도의 법적 개선 등 분명한 목표를 밝힌 바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기독교통일기금 조성 △통일 이후 북한교회 재건과 전도사역의 통합 △독도 소록도 방문 예배 등도 한기총은 물론 한국교회 이미지 쇄신을 이루고 사회를 선도하는 교회상을 만들어 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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