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세력 사유화 의혹 여전히 남아…자격회복 이사 “신속히 사태수습”

 교과부 무리한 행정집행 ‘급제동’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이하 아신대) 사태가 전 이사들의 자격 회복으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장영춘 전 이사 등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하 교과부)을 상대로 낸 임시이사선임처분취소 소송에서 12월 3일 교과부가 선임한 이광선 목사 등 임시이사 15명 전체에 대해 선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임시이사 선임 취소로 길자연 목사(이사장 직무대행) 등 전 이사들의 자격이 회복됐다. 이번 판결로 학교 사태를 수습해야 할 교과부가 무리한 행정집행으로 도리어 사태를 더 부추겼다는 비판과 함께, 교과부의 무리한 집행 이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긴급처리권 인정

3일 판결의 핵심은 길자연 이사장 직무대행 등 전 이사들의 일련의 행위들이 정당했으며, 교과부의 임시이사 선임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교과부는 임시이사 선임에 앞서 임기만료된 이사들의 이사회 개최 가능 여부와 길자연 목사의 이사장 직무대행 선임을 문제 삼았는데, 이에 대해 법원은 임기만료된 이사라도 급박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이사 자격을 인정하는 ‘긴급처리권’을 인정했다. ‘긴급처리권’ 인정은 이번 판결뿐만이 아니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길자연 목사 등이 교과부의 지시에 따라 신임 이사 10명을 선임하고 교과부에 승인 요청을 한 후, 난데없이 길 목사 등 13명의 전·현직 이사들에 대해 임원취임승인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길 목사 등은 교과부장관을 상대로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취소 등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9월 30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서도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한 전 이사들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로 인한 임원취소승인취소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며 교과부의 결정이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자격이 회복된 한 이사는 “우리는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났고, 후임이사를 뽑으라고 해서 뽑았다. 교과부가 시키는대로 다 했다”며 “이번 사태는 교과부가 권한을 잘못 사용해 학교 행정을 망친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유화 의혹 더 짙어져

문제는 교과부가 왜 이렇게 무리하게 행정집행을 했느냐이다. 이에 대해 교계에서는 특정세력의 아신대 사유화 의도가 권력상층부의 비호 아래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아신대 학교법인 한 관계자는 “교과부가 두 번이나 연이어 이렇게 처참하게 패소한 적이 없다”며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실었다. 아신대 사유화 의혹은 2006년 학내 분규가 시작될 무렵에도 제기됐었다. 그해 4월 부활절연합예배 예배순서지에 아신대가 명성교회의 부속기관으로 표기된 것에 아신대 교수들과 대다수의 학생들은 비판과 함께 사유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올해 3월 초 고세진 전 총장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뒤이어 교과부가 선임한 임시이사 명단에 이광선 목사가 포함되면서 비판이 커졌다.

행정기관들의 미적지근한 태도 역시 관련 의혹을 부추기는 요소다. 전 이사들에 의해 선임된 10명의 신임이사들이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에 낸 임원취임승인 이행청구 행정심판은 지난해 12월 28일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행 중이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르면 행정심판은 최대 90일 이내에 재결하기로 돼 있다. 비슷한 판례도 있고 복잡한 사안도 아닌데 시간을 끌고 있다”며 늑장처리에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행정심판위원회는 재결일자를 12월 21일로 정한 상태로, 행정심판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위원들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행정법원 판결이 참고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길자연 이사장 직무대행은 이번 판결과 관련 의혹들에 대해 “교과부에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정부는 교과부의 파행적 행정을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되며, 흑막을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이사장은 이어 법원이 긴급처리권을 인정한 만큼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학내 사태를 수습하고, 초교파 신학교인 아신대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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