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민 선교사(paulcheon@hanmail.net)

 
“성탄절이 뭐에요” 묻던 아이들 “성탄트리 만들자” 재촉하네요

짧은 복음 역사 불구, 뜨거운 열정으로 동토 녹여

동토의 땅, 몽골에도 성탄절이 오고 있습니다. 19년 전, 이곳 몽골에 선교사로 첫 발을 디뎠습니다. 그때 울란바타르를 비롯한 몇 몇 도시에 성탄 트리가 있는 것을 보고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탄 트리를 세우고 성탄 분위기를 내면서도, 정작 성탄절이 어떤 날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에게 성탄절에 대해 한참 설명을 했는데, 그 아이가 “성탄절이 뭐에요?”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모두 성탄절이 어떤 날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몽골은 오래 동안 공산주의 체제 아래 있었습니다. 그래도 12월이 되면 몽골은 영하 30도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태우는 석탄의 매연과 함께, 거리에 성탄절을 상징하는 나무 트리가 세워집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구세주 예수님이 오신 성탄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말과 새해를 위한 상징이었습니다. 성탄 트리 속에서 몽골은 12월 31일 자정이 가까워지면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카운트다운을 합니다. 1월 1일 0시, 새해가 시작되면 모였던 사람들은 샴페인을 터트리고 술잔을 나눕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이웃 사람들 집을 방문하면서 샴페인을 나누고 트리에 돈을 걸어 놓아줍니다. 그 때를 맞춰 눈의 여왕과 눈의 할아버지가 각 가정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줍니다. 눈의 여왕과 할아버지는 바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몽골이 복음을 받아들인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됐습니다. 요즘 선교사를 추방하기도 하지만, 짧은 선교 역사를 감안하면 성령님의 역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과 20년 만에 전 인구의 3% 정도가 복음화 됐습니다.

▲ 천강민 선교사가 설립한 유치원에서 성탄을 맞아 아이들이 잔치를 하고 있다. 몽골은 12월부터 영하 30도를 넘는 추위에 휩싸이지만, 복음을 향한 성도들의 열정은 뜨겁다.
몽골 사람들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들의 신앙을 바꾸려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교회에 나와도 과거에 가지고 있던 신앙을 바꾸려 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을 영접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복음적인 삶을 살려 노력합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그 어떤 나라의 그리스도인 못지않게 복음을 향한 열정이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몽골의 겨울은 그 추위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올해도 지방은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합니다.

그 추위를 뚫고 2시간을 걸어서 새벽예배에 참석하는 성도가 있고, 매일 밤마다 교회에 와서 철야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금식까지 하면서 몽골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며, 추위가 더 극심한 지방으로 전도를 하러 길을 떠나는 성도가 있습니다. 자칫 죽음까지 불러오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복음의 열정을 간직한 성도들, 그 분들이 있기에 지금의 몽골이 있고 교회가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사역하게 된 것은 제 평생에 가장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은 주님이 함께 하셨고, 복음에 열정적인 몽골 성도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성탄절에 우리 안디옥교회는 청년들이 3개 조로 성도들의 집과 기관을 방문해 새벽송을 부를 것입니다. 성도의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을 빌어주고, 찬송과 기도와 선물을 나눌 것입니다. 처음 새벽송을 할 때는 시끄럽다고 불평하던 이웃들이 이제는 자기 집에도 와달라고 합니다.

올해도 울란바타르 곳곳에 엄청난 규모의 트리가 세워졌습니다. 이전에는 연말연시를 상징하는 트리였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 트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청년이 “목사님, 성탄 트리 만들지 않나요? 제가 천사를 만들어 왔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청년은 19년 전 제게 “성탄절이 뭐에요?”라고 묻던 바로 그 아이입니다. 이 청년처럼 점점 더 많은 몽골 사람들이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갈 것입니다. 이 동토의 땅에 주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늘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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