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구 선교사(youngkoojeon@hotmail.com)

 
‘죽음의 그림자’ 짙게 드리운 땅 ‘생명의 불씨’ 보듬어 되살린다

성탄의 기쁨과 평화, 놀라운 치유의 역사 만들길


▲ 전영구 선교사
2010년 1월 12일(현지 시간), 아이티 전역을 뒤흔든 대지진이 발생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갑니다. 2010년 한 해 한국 교회와 NGO를 비롯해 세계는 아이티 재난 긴급구호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지진 발생 일 년을 앞둔 지금, 아이티 국민들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콜레라가 창궐해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고 있지만, 정부와 위정자들은 지난 11월 28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 온통 빠져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성탄의 기쁨은 아이티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직 죽음 앞의 생존 문제와 권력 쟁취만이 관심사입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콜레라 확산입니다. 이미 12월 초순에 사망자가 2000명 여 명에 이르렀고, 감염자도 8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유엔 아이티 평화유지군이 콜레라 발병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지난 10월 21일인데, 한 달 만에 아이티 전체에 짙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콜레라는 현재 예상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티에 환자를 치료할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콜레라 확산을 막을 화장실 비누 등 생활 위생시설과 용품도 부족합니다.

아이티에서 번창하는 사업이 있다면, 사망자를 위한 관 제조업입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나무관도 구하기가 힘들고, 나무 모양으로 만든 플라스틱 관입니다. 지금 상태라면 23만 명이 목숨을 잃은 지진에 버금가는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깨끗한 물과 화장실 등 위생적인 환경만으로도 콜레라 확산은 멈출 수 있지만, 아이티 국민들에게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지난 11월 28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도 아이티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개표부정을 지적하면서 8일부터 데모를 벌이고 있습니다. 선거는 개표 결과 68번 마니 후보가 1위를 차지했고, 현 정부의 지지를 받는 셀레스텐 후보가 2위, 중산층 이하에서 지지를 받은 미첼 마르텔리가 3위라고 발표됐습니다. 내년 1월 중순에 1, 2위 순위자가 다시 결선을 하는데, 12월 20일 선관위에서의 최종 개표 발표로써 유효합니다.

그러나 선거 참관인들이 투표 당일 조사한 투표인 숫자와 발표 숫자가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일부 외신에서는 셀레스텐의 몰표 투표용지가 발견된 것에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표 부정을 지적하는 성난 국민들은 대통령 당사무실과 셀레스텐 후보 사무실을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전에 아이티까지 관장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한국대사관은 폭동을 우려해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교사와 NGO 관계자들을 모두 피신시켰습니다. 저 역시 현재는 아이티 사역을 접고,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선교 사역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 광산촌 시골 마을에 세워진 생명장로교회에 아름다운 성탄 트리가 세워졌다.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의 상황은 너무 어렵지만, 성탄의 기쁨을 감추지는 못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성탄절도 썰렁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리의 성탄 트리가 반짝였지만, 올해는 세계 경제난의 여파로 조용합니다. 성탄절을 보름 앞두고 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치솟는 물가와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한 가지 희망적인 변화는 개신교의 성장입니다. 아이티는 대지진 발생 전 개신교가 16%였는데, 현재 18%까지 상승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6%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서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 필요한 것은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역, 곧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아이티 지진 사태가 일어나고 총회 소속 선교사로 처음 아이티 구호활동에 나섰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한국 교회가 아이티를 위해서 물질과 기도로 힘써 주셨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기쁜 성탄을 맞아 아이티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아이티에도 성탄의 기쁨과 평화와 사랑이 도래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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