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지원사업 무기한 보류…국민적 반감 거세 장기화 우려

대북사업 ‘직격탄’ 앞이 안보인다

▲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직원들이 재난을 당한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번 연평도 포격은 상당기간 대북지원을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것이 각계의 전망이다.

11월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의 여파로 대북단체들의 북한 지원 사업이 일시에 모두 동결됐다. 북한 지원 단체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우리 측 사망자의 숫자는 지난 3월 있었던 천안함 사태에 비해 비록 적지만 민간인 사망 등으로 인해 국민적 반감이 거세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강경기조로 변화했던 대북 관계는 천안함 사태로 최고조에 달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영유아 등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허락해 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정부가 영유아 계층에 대한 대북지원마저 더 엄격히 강화함으로 인도적 지원이 사실상 봉쇄된 것이다. 따라서 대북 지원 단체들이 준비했던 사업이나 향후 계획을 전혀 시행할 수 없게 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남북나눔운동(대표:홍정길 목사)은 오는 11월과 12월 북한의 황해도 등에 어린이를 위한 분유 7000캔과 밀가루 50여 톤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로 이들 지원 계획은 무기한 보류가 된 상태다. 남북나눔운동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올 스톱이다.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반감이 워낙 거세 대북 지원 재개를 운운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현재의 심정을 토로했다.

샘복지재단(대표:박세록 장로)도 연말까지 ‘사랑의 영양버터’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전면 중단됐다. 사랑의 영양버터는 5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식품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땅콩이 주원료인 식재료를 북으로 보내, 현지서 버터를 제작토록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미 예정된 대북 지원 계획 뿐 아니라 내년도 사업을 구상하는 일도 차질이 생겼다. 샘복지재단 관계자는 “대북 지원 사업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국 등 현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협의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물적 자원 뿐 아니라 인적 자원의 이동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공동대표:인명진 목사 등)도 12월까지 3건의 대북지원을 추진할 예정이었고 이미 반출 승인까지 통일부로 받아놨었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 후 통일부의 보류 요청이 있었고 이들 지원 사업은 물론 여타의 다른 계획들도 진전시킬 수 없게 됐다.

국내 56개 대북지원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관계자는 “경기도 이천 보세창구에 이미 반출승인을 받았던 6개 단체 27억 원 상당의 지원물자가 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면서 “연평도 사태의 충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향후 대북 지원 후원자 발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북민협은 11월 29일자로 성명을 발표,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와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순수 인도지원이 완충역할이 되어 평화의 가교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대북 지원 재개를 조심스럽게 희망했다.

북한젖염소보내기운동본부(대표:박성민 목사)도 내년 계획을 제때 수립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젖염소운동본부는 매년 12월 초면 심양을 방문해 현지 관계자를 만나 차기 년도 사업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일체의 방북이나 반출이 중지돼 언제 모임을 가질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대북 지원이 막히자 일부 단체들은 국내 지원 쪽으로 눈을 돌리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샘복지재단은 대북지원에 투자할 시간과 인력을 돌려 12월 5일 경기도 부천의 경기글로벌센터에서 이주 노동자 및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랑의 왕진버스 사업을 더욱 풍성히 실시한다. 이번 사업은 샘복지재단 운영병원인 ‘단동복지병원’을 통해 2008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경제적 지리적으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재중동포들과 한족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자생단체가 아니라 해외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들은 이번 연평도 사태의 여파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벨재단(대표:인세반)은 “유진벨재단은 미국 단체로 등록이 되어 있고 내성결핵 환자만 집중 지원을 하고 있기에 이번 여파와 상당히 무관하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들은 하루 속히 상황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기적으로는 대북지원에 대한 철학이 재정립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보이고 있다. 관계자들은 “아직은 그 어떤 말도 하기 조심스럽지만 대북지원을 통해 북의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은 단시간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아야 한다”면서 “평화로운 남북 관계가 도래하기 위해 더욱 알찬 대북지원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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