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다시 대안학교를 생각한다 - ②어떤 길을 걸어 왔나

“공교육 한계 넘자” 본질 회복 주력

사학법 개정 논란 속 급격히 늘어 … 100여 곳서 신앙교육 강화
비인가 특성 인한 비싼 수업료·부실화 논란 등 해결과제 남아

▲ 일러스트=강인춘
대한민국의 경쟁식 교육은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가 전국 고교생 3천 166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2%가 성적이나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으며 5%는 실제 자살을 기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미래의 푸른 꿈을 안고 자라야할 새싹들이 입시전쟁 포화 속에 잘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주일학교 대안으로 출발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대안학교. 기독교 계통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와 거창고등학교가 1950년대부터 대안교육을 실시해왔지만 1998년 한빛고등학교가 기독교 대안학교로는 최초로 전일제 교육 인가를 받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해마다 4~6개의 학교가 설립되다가 2004년부터 배가 넘는 12~15개 학교가 설립되면서 사회적 교계적 ‘붐’을 일으켰다.

2004년을 기점으로 기독교 대안학교가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대광고등학교 사태와 사립학교법 논란이 있다. 2004년 대광고등학교 학생회장이 종교교육과 예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에는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이 일었다. 성문중학교 곽광 교사는 “이 두 사건은 기독교 학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으며, 이에 대해 기독교는 대안학교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교수(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1900년대 초기에 한국 교회가 설립한 기독교 학교들을 오늘날 대안학교의 뿌리로 본다면 기독교 대안학교의 역사는 길다”면서 1958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의 개교로 볼 때 한국 사회의 대안교육 중심에는 기독교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비인가 기독교 학교를 기독교 대안학교라고 부르진 않는다.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 대안학교를 “공교육제도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교사 부모 학생 등 교육의 주체자들에 의해 기독교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회복하고자 하는 학교”라고 정의한다. 입시열풍으로 무너진 공교육에 대한 대책과 주일학교 대안이 합하여 탄생하게 된 것이 기독교 대안학교란 뜻이다.

대안교육, 교회가 중심

현재 국내 대안학교 현황은 200여개. 이중에 기독교 대안학교는 90여개에서 120개로 추산된다. 30여개의 편차가 있는 이유는 유행병처럼 번지는 설립 러시도 있지만, 그만큼 문 닫는 학교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곽광 교사가 쓴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기독교 대안학교>에 따르면, 기독교 대안학교 86개 중 절반가량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35%가 중·고등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강아지똥자연학교와 꾸러기학교와 같이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초등과정(13%)은 미비한 수준이다.

기독교 대안학교 설립 이유 중 하나가 ‘무너진 주일학교 신앙교육의 회복’이다. 그러기에 교회가 주축이 된 학교(42%)가 가장 많다. 이어 종교단체나 법인(31%)이며 개인에 의해 설립된 곳도 27%에 이른다. 이들 학교의 소속 기관을 살펴보면 예장통합이 27%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이어 예장합동(14%), 감리교·순복음·예장개혁·침례교(각 8%) 순이다.

법제화 기로에 선 학교

교육청 인가는 대안학교를 구분하는 잣대로 사용되곤 한다. 86개 학교 중에 70개(81%)가 비인가이며, 16개(19%)가 특성화를 포함한 인가받은 학교이다. 인가와 비인가가 주는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표면적으로는 인가받은 학교는 전기세에서부터 교원 급여, 재정지원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혜택이 많다.

그러나 돈은 곧 족쇄가 된다. 인가를 받게 되면 최소한 50% 이상을 국가교육과정 공통기본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즉 공교육 과정을 50% 이상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인가 학교는 교과과정 조절에서부터 교과서 선택이 자유롭다. 그러나 세제지원이 없기에 재정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에서 대안학교 관련 법안을 손보고 있다. 2005년 신설에 이어 2007년과 지난해 개정을 통해 대안학교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총신대학교 조인진 교수(교수개발센터)는 “과거 70% 이상이었던 공교육 과정이 50%로 낮춰졌다”면서 “이번 개정을 계기로 인가를 시도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립·귀족화 막아야

공교육 대안성과 주일학교 대안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은 ‘귀족학교’라는 지적이다. 경기도 A학교의 경우 학생 1명에게 드는 비용이 130만원을 상회한다. 1년으로 계산하면 1500만원이 드는 셈. 아이를 기독교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인가 학교의 특성상 학생 수업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기숙사 비용까지 첨가되었기에 더 비싸게 보일뿐 사교육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문제점은 무분별한 설립으로 부실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앙적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규모가 작고 영세해 정착하지 못하고 폐교된 경우도 흔하다. 곽광 교사는 “몇 학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교사에 대한 대우도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법제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마병식 사무국장
“한국사회가 입시증후군에 시달릴 때 기독교는 대안교육에 눈길을 돌렸습니다.”

기독교대안학교연맹 마병식 사무국장은 한국의 공교육 위기와 주일학교 위기 속에 대안교육운동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왕따와 사교육, 청소년 자살, 입시지옥 등 한국의 교육열풍이 역효과를 낼 때 교회가 대안교육으로 선택한 것이 지금의 학교라는 것이다.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주일학교 위기로 “현재의 공교육 제도로는 아이들을 신앙인으로 키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포스트모더니즘 교육철학이 지배하고 있고 경쟁주의 입시제도로 아이들은 지쳐가고 있다. 이에 반해 신앙교육은 주일 예배 1시간에 불과한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신앙교육은 일주일에 한번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생활영역 전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마병식 국장은 “수업시간에 학습과 신앙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독교 학교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대안학교는 사회뿐만 아니라 기독교 교육에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선교적 역량이 떨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기독교 리더를 키우는 확실한 열쇠입니다.”

그의 말대로 기독교 대안학교에 입학해 제대로 된 신앙을 갖춘 아이들이 적지 않다. 신앙을 회복하면 미래에 대한 비전이 보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학업에 열중하게 된다는 것이 기독교 대안학교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마병식 국장은 “기독교 대안학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설립 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교육철학도 없고 준비과정도 없다보니 부실한 학교를 설립하게 된다. 이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신뢰성도 떨어뜨려 기독교 대안교육운동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화 바람이 불어 기독교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난립하다보니 학생모집도 어렵고 과다경쟁으로 허위정보를 양산하기도 합니다. 일부 학교들은 상업적 차원의 장사에 가까운 운영을 하기도 합니다.”

최근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조기유학을 대체할 국제학교 설립운동도 경계했다. 영어몰입교육도 중요하지만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가 일반 세상과 똑같은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교를 세우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부 기독교 대안학교가 ‘귀족학교’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에 “오해”라고 말했다. 기독교 대안학교 대다수가 비인가이기 때문에 학생 등록금과 기부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1개월 등록금 100만원 중 50만원은 기숙사 비용이며, 나머지 절반도 양질의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것이다.

대안학교는 학생 15명 당 교사 1명이 배치되어 있다. 40명을 한반에 몰아넣은 일반학교와는 질적 비교가 안된다. 거기에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비까지 생각한다면 대안학교가 더 저렴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설립자나 학부모, 교사의 헌신이 큽니다.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설립자의 공적인 투자가 크고, 정부의 혜택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가 지불해야할 교육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거기에 양질의 기독교 교사들도 선교사의 심정으로 헌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병식 국장은 기독교 대안학교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의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대안학교는 미래의 리더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 교회 전체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 대안학교를 새로운 기독교 교육문화운동으로 생각하고 한국 교회가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화된 교육, 사회인식 바꿨다

기독교 대안학교 10년 역사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1990년 후반 대안학교는 공교육에 부적응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그러나 현재는 특화된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제발로 찾아가는 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총신대학교 조인진 교수(교수개발센터)는 “초기 기독교 대안학교는 자연친화적 교육에 초점을 맞췄으나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특화된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선교사 자녀(MK)나 새터민,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학교들도 신설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 대안학교는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긍휼성 학교’다. 여명학교처럼 부정응아를 위한 학교로 성경에서 잃어버린 양을 위한 학교로 비유된다. ‘대안성 학교’는 자연친화적 교육과 인간본성에 대한 교육이념이 강하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 ‘수월성 학교’도 생겨났다. 이 학교는 학업성취를 강조하며 상위 20% 안에 들어야 입학할 수 있는 등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국제학교’도 같은 시기에 붐을 일으켰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해외에서 거주한 아이들이 주로 대상이 됐으며, 선교사 자녀(MK)를 위한 학교들도 늘어났다. 긍휼성이나 수월성 등도 기독교 교육을 바탕으로 하지만 ‘기독교성 학교’는 다른 가치보다 신앙에 가장 큰 관심을 두는 학교다. 조인진 교수는 “무턱대고 유명한 대안학교에 지원하는 것보다 자녀의 특성에 맞는 학교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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