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다시 대안학교를 생각한다 - ① 나의 사랑, 나의 학교

각자의 빛깔로 빛났던 아이들

재능 나누며 봉사 기쁨 깨달은 ‘거리예술제’ 잊을 수 없어

 

흔히들 교육을 언급할 때 ‘입시전쟁’이란 표현을 쓴다. 한국의 과도한 교육열풍은 미래를 꿈꿀 아이들에게 전사의 삶을 살아가도록 내몰기에 붙여진 말일 것이다. 왕따, 사교육, 청소년 자살, 입시지옥 등 한국의 교육열풍은 순기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10여년 전부터 등장한 것이 대안학교이다. 그리고 대안교육 중심에는 기독교 학교가 있다. 본지에서는 10년 동안 기독교 대안학교가 시도했던 교육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점검하고 미래상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명채영: 1999년 개교한 광주동명고등학교(교장:정소지)에서 창단 멤버로 3년간 교사생활을 했다. 학생들과 보낸 치열했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광주를 떠나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 자녀의 엄마로 큰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 싱그럽게 자라나는 광주동명고등학교의 학생들.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은 교사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낸 때를 꼽으라하면 광주 동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몇 년간을 이야기할 것 같다. 학교의 탄생과정에서부터 정식 개교 후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그 때마다 주님의 얼굴을 구하며,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느꼈던 그 시간을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등산 자락 황룡강가의 아침 물안개를 가르며 시골마을의 아담한 학교에 출근하던 기억들은 지금도 새록새록 하다. 봄을 맞은 교정에는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고, 진리관 옆에서는 아이들이 닭장과 토끼장 곁에 서서 먹이를 주곤 했었다. 우리 아이들을 귀찮게 하던 귀염둥이 깐돌이가 운동장을 뛰어놀던 모습, 아이들이 탈춤과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을 때 동네주민이 찾아와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놀라 숨죽이고 있던 시간들…….

매일 아침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멋진 교복을 입고 스쿨버스에서 내리면, 선생님은 따뜻하게 아이들을 맞았다. 20명씩 한 반으로 구성된 진리반과 사랑반 교실에서 아이들은 좋은 음악과 함께 하나님 말씀을 읽고, 자신의 결심과 기도를 묵상일기로 쓰며 하루의 첫 시간을 보냈다. 진리관 2층의 강당에서는 아이들이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위에서 채플을 열고, 태권도를 배우며, 힙합에 열중했다. 지금은 강당이 말끔한 새 건물로 옮겨갔다는 소식에 왠지 감사함과 그리움이 교차하기도 한다.

이것 말고도 우리 학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풍경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리들의 정직실험대 노릇을 했던 무인판매기 제도, 돋움 선생님과의 멘토링 상담, 모둠별 요리실습, 명사초청 강연, 그리고 거리예술제 등등.

특히 거리예술제는 첫 회의 담당업무가 내게 주어져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일단 40명의 학생들이 광주 송정공원에서 점심급식 봉사를 하고 나서, 어르신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기로 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걱정하며 한밤중엔 잠꼬대까지 하는 바람에 남편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전 직원과 함께 매일같이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아이들이 이 일을 통해 자신감을 얻도록, 어르신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좋은 날씨를 주시도록,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기도했다.

마침내 그날, 거리예술제는 눈물겹게 감격스러웠다.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수화찬양, 태권도, 사물놀이와 탈춤, 보디빌딩, 힙합댄스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모습에는 빛이 났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준엽이와 지은이가 준비한 노래부르기 순서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가운데 객석에서 지켜보던 교장선생님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듯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것이 사람의 일이 아닌 주님의 일이라는 사실을 체험으로 깨달았다. ‘기독교 정신을 통한 인성교육’이라는 설립이념을 향해 좌충우돌하며 임마누엘의 은혜 속에 모두가 함께 달려갔던 시간. 어느새 그 시간은 10년을 훌쩍 넘었고, 지금 나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되었다.

아직도 좁은 교실공간에서 오직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달려가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생각과 함께, 공부 잘하는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 이 시간을 행복하게 여길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각자 고유의 아름다운 빛깔로 창조하셨는데,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모두 똑같은 빛깔만을 띠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다시 동명고 교사로 몸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잠시나마 학교의 일원으로 하나님께서 일하시던 그 현장을 목도하게 하셨던 은혜에 감사하며, 지금도 아이들의 맑은 영혼을 위해 귀한 씨를 뿌리고 계실 여러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동명고를 통해 소중한 만남을 가졌던 우리 아이들의 일생을 주께서 책임져주시고, 그들이 어디에서든 주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며 주의 빛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꾼으로 성장하기를 축복하며 기도한다.

 

인생의 물줄기 바꿔놓은 학교

세상에 일찍 찌들었던 나를 진심으로 변화시켜 놓았다


김동수: 대안학교인 쉐마기독학교에 재학 중인 김동수 군(16세)은 이 학교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한다. 평범한 청소년이던 그는 현재 학교 내 국제화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를 섬기는 크리스천 리더로 자라가고 있다.

▲ “우리 학교가 최고!” 김동수 학생(뒷줄 좌측 첫번째)과 쉐마기독학교 학생들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쉐마기독학교는 내게 어떤 곳인가?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사역하실 때 시각장애인 두 사람을 고치신 사건이 있었다. 그와 같이 쉐마기독학교는 세상의 악한 것들에 찌들어서 멀어버린 나의 눈을 밝게 한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쉐마기독학교를 다니기 전 나의 모습은 세상에 찌들만큼 찌들어 있었다. 흡연과 음주는 물론, 잦은 폭력 사건 속엔 항상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나도 일요일만 되면 교회에 가서 예배했다. 그리고 또 학교에 가면 사고를 치는 ‘선데이 크리스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악순환이 더 나를 죄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에겐 많은 혼란이 찾아왔고, 혼란이 커질수록 기독교와 하나님의 존재여부를 부인하고 더 나아가서는 비난까지 했다. 그런 방황 속에서 주님께서 나의 물줄기를 바꿔주셨다. 바로 이 쉐마기독학교를 알게 되고 입학하게 된 것이다.

친척분께서 이 학교를 권유했을 때 나에게 즐거움이 되었던 것들을 그 학교에선 못한다고 하니 가기가 싫었다. 허나 지금 돌아보며 회상할 땐 그땐 정말 확연히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드러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학교에 가면 모든 학생은 같은 생각을 한다. “왕따가 많은 이때에 내가 학교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그런데 신기하게 학교에 입학해서 먼저 인사도, 말도 걸지 않았는데, 재학생, 선배, 동급생들이 먼저 다가와서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고 자기를 소개했다. 한 선배는 정말 천사같은 얼굴로 내게 와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신입생을 위해 많이 기도했었는데 너를 보니 정말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차갑고 냉정한 일반학교에서 온 나로서는 황당하기도 했지만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감동이 되었다. 그 말 한마디에 난 “아, 정말 쉐마기독학교가 따뜻하고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학교구나”라고 감탄했다.

그리고 또 이 학교에 와서 감탄한 것은 살아있는 예배, 치료가 있는 예배, 회개하는 예배, 변화되는 예배이다. 전형적인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던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우리 학교의 예배는 살아 숨쉰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어서 뛰면서 눈물 흘리면서 찬양한다. 그런 것에 대해 생소했던 나에겐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어느새 나도 하나님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학기 초기 때 선배들의 눈물 흘리는 기도가 없었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해서 끝내 학교를 그만두는 일도 일어났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학교 선배들은 후배를 가족 같이 생각하고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잘 들어주고 좋은 조언도 많이 해준다.

쉐마기독학교는 미래가 없는 나에게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꿈꾸게 했으며, 공부의 즐거움도 일깨워 주었다. 그중에 아가피아라는 현대적인 독서법을 이용해 생각의 폭과 깊이를 늘려가고 있다.

우리 학교는 책을 한 번 읽고 감상문을 쓰는 그런 고전적인 방법대신 책의 내용을 정리하여 우리의 견해로 승화시켜 서술하는 회상독서, 선택적 요약 등의 더 현대적이고 효과적인 독서법을 사용한다. 나의 어휘력 또한 과거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쉐마학교에서 아가피아 독서법을 통해 더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어휘력 또한 풍부해졌다. 더 깊이 있는 독서법이 결국 나의 실력을 향상시켜주었고, 나는 이 아가피아를 자랑하고 싶다.

그리고 더 자랑할 것이 있다면 우리 쉐마기독학교의 영어 학습법이다. 우리 학교는 원어민 선생님들을 배정하여 연필을 붙잡는 시간보다 입을 여는 시간이 더 많다. 아무리 연필을 붙잡고 공부해도 실제 외국인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마지막으로 우리 쉐마기독학교를 이렇게 표현하고자 한다.

“쉐마기독학교는 변화가 있는 학교, 지성 뿐 아니라 영성과 인성도 기를 수 있는 좋은 학교, 쉐마기독학교는 살아 숨쉬는 학교입니다. 영적인 눈을 뜰 수 있는 학교입니다. 철저히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는 학교입니다. 이곳에 오면 변화가 있습니다. 뜨거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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