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석(동강교회)

동강교회에 오면 사람들이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첫째는 이렇게 오지의 작은 마을에도 교회가 있다는데 놀라고, 둘째는 담임하는 목사가 젊다는데 놀란다. 필자가 이곳 정선 동강 줄기를 끼고 흩어진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사역한지도 벌써 15년이 된다. 처음에는 주민들과 어울려 농사를 지으며 복음을 전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를 세워 약 35명의 성도들과 함께 사역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을 돌아다닐 당시, 우리나라에도 미전도 부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농촌 교회들이 쇠퇴의 문턱에 몰려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한국 교회는 민족 복음화 운동을 통해 농어촌 지역을 위한 다양한 전도 전략과 많은 물량을 동원했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과 교회들의 쇠퇴는 되돌리지 못하게 됐다.
10년 넘게 사역하면서 그동안 한국 교회가 진행했던 물질적 후원만으로는 피폐해진 농어촌과 교회들을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지 농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로서 농어촌 지역과 교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농어촌 지역과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다. 물론 선교비 등 재정지원도 절실하지만 돈에 앞서 사람이 더 필요하다. 농어촌 교회가 자립하지 못하는 것은 외견상으로 물질적 빈곤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질적 빈곤보다 더 농어촌을 열악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훈련된 제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훈련된 제자를 파송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신학생 주말 파송 사역이다. 신학교에 재학중이거나 사역지가 없는 젊은 신학도들을 도시 자립교회가 후원하여 단기 파송하는 것이다. 농어촌 교회를 위한 국내 선교사라고 할 수 있다.

또 휴가철에 청장년들이 농촌 교회로 농활을 떠나는 것이다. 의료 이미용 한방 등 다양한 전문가가 있는 도시 교회가 농어촌 교회와 연계해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역을 펼치는 것이다. 앞의 두 사역이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면, 미전도 농어촌 지역을 입양해서 정기적으로 훈련된 제자들을 파송하는 사역을 전개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농어촌에서 상경한 성도들을 바탕으로 도시 사역에 집중했다. 이제 각 도시 교회에서 훈련받은 제자들이 농어촌 교회로 가야 한다.

● 이충석 목사는 1999년부터 강원도 정선에서 사역하고 있다.
● 10년 동안 예배당을 건축하지 않고 주민들 농사일을 거들며 복음을 전했고, 2008년 동강교회를 개척 설립했다.
● 동강교회는 복음 전파는 물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버섯 블루베리 등 특화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며 마을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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