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 <칼빈주석 요한복음 1>

 

루터가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독일 국민들이 모국어로 성경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면 칼빈은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성경 본문의 의미를 밝혀주는 신구약 거의 전권을 주석했다. 그는 1539년부터 1564년까지 에스겔서 21~48장, 요한 이 삼서, 요한계시록을 제외한 성경주석을 썼다. 수많은 설교를 하고 시의회 정치를 하는 바빴던 그였기에 주석은 대개 구약의 경우 강의한 것을 모아서 편집한 것이었다. 신약은 그의 비서들을 시켜서 받아쓰게 한 뒤 원고를 교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빈주석은 독창성, 깊이, 명료성, 건전성에서 견줄 만한 것이 없는 독보적인 저술이 됐다. 칼빈 주석은 이후 300년 이상 개신교회가 성경 본문의 의미를 구현해 나가는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이번에 규장 출판사가 내놓은 칼빈주석 시리즈 가운데 <요한복음 1>은 현대 영어판 가운데 권위 있는 미국 Eerdmans 출판사의 파커(T. H. L. Parker) 역본을 번역한 것이다. 파커는 영국 더럼대학교의 명예신학 교수로서 평생을 칼빈 연구에 매진한 칼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앞으로 칼빈주석은 신약 13권, 구약 42권, 총 55권으로 계속 출판될 예정이다.

칼빈의 요한복음 주석에는 특별히 복음 수호와 복음 변증에 대한 칼빈의 열심이 잘 나타나 있다. 복음을 왜곡하는 세력을 꾸짖고, 참 복음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복음을 변증하고 있다. 칼빈은 요한복음 주석에서 적시 적소에 적확한 원문 해석, 해당 본문에 대한 교부들의 다양한 해석에 대한 분별, 고대 그리스 로마 문헌의 다채로운 인용 등을 통해 말씀을 정확히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칼빈은 또 ‘복음’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의 차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는 세복음서의 기자들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죽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데 반해, 요한복음 기자는 그리스도의 직분에 대해, 그리고 그분의 죽으심과 부활이 갖는 능력에 대해서 설명하는 교리를 좀 더 강조한다고 밝혔다. 다른 세 복음서 기자들은 그리스도께서 구원을 베풀려고 세상에 오신 사실과 죽음이라는 희생제물을 드림으로써 세상 죄를 대속하기 위해 오셨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서 중보자의 모든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세상에 오셨다는 사실을 매우 강조한다. 요한 역시 그의 복음서의 일부에서 역사적인 서술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심으로써 발생한 능력과 열매를 알려주는 교리는 여느 세 복음서보다 요한복음에 훨씬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단순히 학자로만이 아니라 수많은 말씀을 전했던 목회자로서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고 자신은 낮추겠다는 칼빈의 목회관도 엿볼 수 있다. “사역자가 교회를 그리스도에게 드리지 않고 사역자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드는 것은 마땅히 영예롭게 해야 하는 ‘거룩한 결혼’(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연합)을 파기하는 행위이다.”와 같은 언급이 그런 것이다. 한편 수많은 칼빈 주석 가운데 공관복음에 앞서 요한복음을 먼저 번역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칼빈이 공관복음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그리스도에 대해 알고 싶다면, 먼저 요한복음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신 목적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존 칼빈 저, 오광만 역, 규장, 472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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