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밥 표고버섯’ 재배로 마을 활기…정착 돕고 신앙도 지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깡촌’이다. 승용차로는 올라가기 힘든 고개를 넘어야 하고, 맞은편에서 차량이 오면 길을 비켜주기 위해 반대편 차는 서야 한다. 게다가 비포장도로도 지나야 한다.

마을 주민 구성과 비율도 영락없는 농촌이다. 과거 250세대가 살았지만 하나 둘 도시로 떠나고 이제는 120가정만 남아 고향을 지킨다. 60대 노인은 어른 축에도 끼지 못한다. 70~80대가 되어야 대접을 받는다.
이런 마을에 기적이 일어났다. 극심한 이농현상을 겪었던 성천리에 새 식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더욱 반가운 것은 30~40대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기적의 중심에는 속초시민교회(문종복 목사)가 있다. 이 교회에는 이농이란 단어와 미자립이란 단어가 없다. 반대로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온다. 교회는 자립을 뛰어 넘어 해외선교를 실천하고 있다.
속초시민교회의 이러한 모습은 미자립 농어촌교회의 꿈이다. 이 교회는 그 꿈을 ‘톱밥 표고버섯 재배’로 이뤘다.

“10여년 전 선교 관계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당시 중국은 참나무 톱밥을 이용해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었죠. 일반 농사보다 쉽고 연중재배가 가능해 도시 교회와 연합해 판로를 연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문종복 목사(왼쪽 세번째)와 속초시민교회 성도들은 톱밥 표고버섯 재배로 귀농정책은 물론 농어촌교회 자립이라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귀국 후 문종복 목사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전에 일궈왔던 양계사업 등을 다 정리했다. 그리고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을 설득해 귀농시켰다. 김 목사의 아들은 고성군의 첫 귀농 사례이기도 하다. 해마다 1500명이 떠나고 있는 고성군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새 가족인 셈이다.

“이 표고버섯 재배법은 애초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농촌 교회의 고민을 해결함은 물론 귀농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종복 목사의 말처럼 톱밥 표고버섯 재배는 농촌 마을과 교회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문 목사의 성공사례를 듣고 전국 각지에서 귀농자들이 몰려왔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귀농한 김인술 장로는 “현재 가족과 함께 귀농해 안정된 생활에 신앙까지 지킬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권사 1가정과 집사 2가정이 귀농했다. 또 박은철 성도를 비롯해 김종권 김태명 김철희 성도 등 젊은 세대들이 귀농해 교회가 활기를 띄고 있다.
문종복 목사와 귀농한 성도들은 매일 아침 농장에서 경건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함께 땀을 흘리고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그리고 일하는 중간 중간에 찬양을 부르고, 받았던 은혜를 나누곤 한다. 금요일마다 실시하는 제자훈련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이들의 귀농은 성천리 마을 주민들의 인식도 바꿨다. 10여년 전 이 마을에 교회를 세울 때만해도 주민들은 “서양 귀신이 온다”며 반대를 했다. 그래서 십자가 세우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속초시민교회를 의지하고 살고 있다. 편지 한 장을 쓰고 전구를 갈아 끼우는 작은 일에서부터 농사일까지 마을의 대소사를 귀농한 성도들이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종복 목사는 “극심하게 반대하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교회에서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종복 목사가 국내에 정착시킨 이 톱밥 재배기술은 노동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고 표고버섯의 판로와 시장은 무한하다. 귀농 부부가 함께 나설 경우 330㎡의 비닐하우스 5개 동을 관리할 수 있으며, 1개 동에서 연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

현재 속초시민교회 성도들과 함께 믿음(4-H)작목반을 운영하고 있는 문종복 목사는 500개 동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대규모 버섯 농사를 짓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문종복 목사는 표고버섯 재배기술을 농촌선교에 열정이 있는 신앙인과 미자립교회 목회자, 기독인 귀농자 등을 대상으로 전수해주고 있다. 문 목사는 이들에게 재배기술, 재배 환경, 비닐하우스 설계, 냉난방 시설 등에 관한 모든 것을 전수하고 현장지도까지 무료로 해주고 있다.

귀농 목회를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문종복 목사는 목회자의 인식전환을 꼽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농어촌 목회자들은 패배의식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농어촌 선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도시 교회 목회자는 피상적인 후원자에서 적극적인 협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총회는 목회자들의 의식을 전환하는 고리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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