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산하…귀농 성경적 의미 실천

기독교귀농학교

귀농학교 실습장으로 쓰이는 밭은 여느 밭과 달랐다. 고랑마다 호박이며 배추며 양상추며 각기 다른 종류의 채소가 심겨져 있었다. 실습생들에게 여러 종류의 씨앗을 심고, 기르게 하기 위해서다.

“고랑을 파는 것부터 시작해, 줄 매고, 비닐 치고, 모 심고 하다보면 농사를 머리로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돼요. 처음에는 힘들어하지만 여럿이 같이 하니까 참아내죠.”

매년 기독교귀농학교를 열고 있는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 원장 차흥도 목사(55세)의 설명이다. 기독교귀농학교는 현재 교단과 교회를 통틀어 기독교 이름을 내걸고 하는 유일한 귀농학교다. 2001년 감리교귀농학교로 시작했다가 4년 전부터 기독교귀농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한 기수당 15명 내외가 참가해 지금까지 약 150여 명이 수료했다. 연령대는 20대에서 60대 장로까지 다양하고, 올해에는 20대와 30대 미혼여성이 수료하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초창기에는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많았는데, 차츰 평신도가 많아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물질주의, 성공주의, 직장 내 경쟁 속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문을 두드리는 거죠. 귀농학교에 가면 혹시 다른 삶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죠.”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일반 귀농학교와 비슷하다. 생명농업과 대안경제, 생태환경 등을 강의하고, 거기에 특별히 귀농에 대한 성경적 의미와 기독교 귀농인으로서의 삶과 자세를 깨우치는 강의를 보탰다. 매년 4월 개강해 8주 동안 16개 강좌와 현장 실습으로 이뤄진다.

▲ 올해 귀농학교 참가자들이 실습용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일반 귀농학교가 자체 실습장이 별로 없는데 비해, 기독교귀농학교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농촌선교훈련원에 자체 실습장을 갖춰 세 차례에 걸쳐 총 7일 동안 실습을 갖는다. 모내기, 거름 만들기, 훈탄 만들기, 밭 만들기, 농기계 다루기 등을 하다보면 막연했던 농촌생활을 실감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는 게 차 목사의 설명이다.

귀농학교 수료자 중 실제 귀농률은 10∼20%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굳이 귀농을 하지 않아도, 귀농학교는 농촌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생태교육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차 목사는 강조한다. 실제 귀농에 있어 귀농학교가 필수임은 물론이다.

“아이엠에프(IMF) 때 갑자기 귀농이 늘었는데 그 중 60%는 다시 도시로 돌아갔어요. 귀농학교를 거친 분들은 거의 다 정착을 하고, 그냥 낭만적으로 귀농한 분들은 다 돌아가죠.”

갈수록 귀농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차 목사는 농촌교회가 귀농학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귀농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이미 지역에 내려온 귀농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동체로 농촌교회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귀농학교 도입을 위해 차 목사는 경제적 문제 해결과 목회자의 자질 향상을 주문한다. 귀농학교 강의를 위해 전문강사가 필요한데, 강사 섭외를 위한 재정 마련에 교단이나 노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의 자질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적어도 논밭을 사 직접 농사를 짓고, 땅을 지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어가면 귀농 현상이 사회적 현상으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도시인들이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는 터전을 농촌교회가 마련해 줘야 해요.”

현실적으로 농촌교회 자체 재정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게 차 목사의 설명이다. 화천귀농학교가 좋은 사례. 8개월 동안 합숙을 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화천군이 재정 지원을 한다. 대신 참가자는 8개월 내에 화천군에 전입신고를 한다는 조건이다.

“현재 화천귀농학교는 지역 내 생명운동을 하는 분이 하고 있는데, 각 지역 농촌교회도 충분히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고 봐요.”

차 목사는 귀농학교를 비롯해 농촌교회의 활성화를 위해 교단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단적으로 해외 선교비의 10분의 1만 지원해도 농촌교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선교는 금방 효과가 나오지만, 농촌은 지원을 해도 교인들이 크게 증가하거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보는 거예요. 한 마디로 한국교회는 농촌을 잊어버렸어요.”

도시교회의 협력도 당부했다. 주5일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교인들이 교외로 나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때문에 도시교회들이 교외에 수련관을 짓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욕심이라고 봐요. 도리어 근처에 있는 농촌교회를 가라고 하는 게 옳죠. 도시교회 성장은 농촌교회라는 모판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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