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교제’ 교회자산 적극활용, 건강한 성장 발판 마련

전주완주 석천교회

“송아지가 좀 말랐네. 잘 먹어야 될 때니까 남편한테 사료 잘 주라고 해요.”
베트남 출신 누엔티게우(34세) 씨 집을 방문한 안재학 목사(석천교회·38세)는 성큼 우리로 가 송아지를 살피고, 사료를 퍼 담아 준다. 9개월짜리 암송아지가 맛있게 사료를 먹는 모습에 안 목사와 누엔티게우 씨도 같이 배가 부르다.

누엔티게우 씨 집 암송아지는 석천교회가 ‘송아지 은행’ 사업으로 지난 5월 첫 번째 분양한 송아지다. 송아지가 커 새끼를 낳으면, 그 송아지를 또 다른 가정에 분양하는 식이다. 누엔티게우 씨는 “석천교회가 도와주신 것이 늘 감사하고, 송아지를 100마리까지 키워 부자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석천교회가 위치한 완주군 화산면 내에 있는 다문화가정은 약 40여 가정. 면 단위로서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군청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생들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 필리핀 출신 엄마를 뒀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 자녀 양육도 어렵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제 문제예요.”

▲ 안재학 목사(오른쪽)가 누엔티게우 씨 집을 찾아 고충을 듣고 상담을 해주고 있다.
농촌지역 다문화가정의 경우 결혼이민자가 대다수고, 이중 경제력이 없는 가정의 경우 결혼 초기부터 결혼비용으로 든 2000여 만 원씩의 빚을 떠안는다는 게 안 목사의 설명이다. 자연히 이주여성들을 대하는 가족들은 ‘돈을 얼마 들여 데려왔다’는 식의 감정의 골이 있고, 이로 인해 가정폭력과 불화, 가출 등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주여성들의 경제적 필요를 돕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송아지은행을 더 확대하겠다는 게 안 목사의 계획이다.

석천교회의 다문화 사역은 2007년 교회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면소재지에 완주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몇 개월 앞서 옛 보건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지역아동센터에 개소해 건축비는 따로 들지 않았다. 그러나 별도 건물이 없는 탓에 정부 인가를 못 받고 지원이 없어, 운영비는 전액 안 목사와 석천교회의 몫이다. 성인 교인수가 15명 남짓한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안 목사가 직접 농사를 짓고, 소와 닭을 길러 운영비를 보탠다.

“면 단위에서 이주여성들을 감당할 역량은 교회 밖에 없어요. 있는 자리에서 세계 선교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교인들도 같은 마음이라 감사하죠.”
완주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은 상설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어교실을 비롯, 다문화가족상담, 운전면허 교육, 요리교실, 다문화가정 연합행사, 문화답사 등 여러 가지다. 비즈공예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열 때면 화산면은 물론 인근 면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까지 찾는 등 인기다.

그중 센터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상담’. 센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안재학 목사의 사모 오미숙 목사(42세)는 “밤 12시에 울면서 전화하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다문화가족 구성원들 간에 잘 융화되고 소통될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한데, 상담과 가족지원 등을 통해 이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역교회의 경우 목회 차원에서의 심방과 교제라는 기본적인 자산이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교회가 외딴 마을에 위치한 탓에 센터를 통해 석천교회를 찾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자국에서 가졌던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주여성들의 경우 신앙적인 갈망보다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주여성들과의 교류에 더 마음을 기울인다는 게 안 목사의 설명이다. 때문에 신앙을 강요하기보다는 교회 공동체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돕고, 다문화가정이 그것을 아는 것 자체가 복음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억지로 예수를 믿으라고 하는 것보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연스레 교회 문화를 접할 수 있다고 봐요. 만나는 자체가 선교죠.”

더불어 안 목사는 다문화가정 사역이 농촌교회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젊은 이주민이 들어와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파급력이 크고, 때문에 교회가 다문화가정을 섬기는 일이 교회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석천교회가 다문화센터를 개소한 이후 교회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면사무소도 적극 지원에 나서는 등 호응을 받고 있다.

농촌교회의 다문화 사역과 관련해, 안 목사는 센터 건립이 효과적이지만 여력이 안 될 경우 교회 내에 이주여성들이 수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덧붙여 교회와 목회자들이 이주여성들을 단순히 돕는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해요. 문턱을 낮추고 손을 내미는 자세가 필요해요.”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