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임시총회 상정 ‘한기총 법규개정안’ 무얼 담았나

   투표인단 2배로 ‘판’만 키우고 견제장치는 삭제, 과열선거 우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광선 목사)가 6월 24일 임시총회를 열어 법규(정관, 시행세칙,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을 표결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번 법규 개정안에 대해 “알맹이 빠진 개혁안” 또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의 소지가 있는 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정안으로 인해 대표회장 선거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먼저 개정안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대표회장 선거가 실행위원회가 아닌 총회에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투표 참여자가 현행 200명 미만에서 500명 선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판’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 대표회장 임기도 1년에 1회 연임 가능하던 것에서 2년 단임으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도 대표회장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분석들이 많은데 2년 단임이 되면 대표회장 집중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뿐만 아니라 법규개정안 곳곳에는 대표회장의 임기를 더욱 강화시킨 내용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대표회장의 임무에 대해 이전 안에는 “본회를 대표하며 각종 회의 의장이 되며, 이사회의 이사장을 겸한다”고 단 한 줄로 규정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기존 안에 더해 ‘9가지 항목의 인사권을 가진다’는 안이 추가됐다. 대표회장이 인사권을 발휘할 수 있는 대상은 ‘임원 및 감사의 선정’, ‘상설위원회 위원장 선정, 임면 및 위원 임면’, ‘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의 임명’, ‘선거관리위원 임명 및 회원실사위원의 임면’, ‘총무 추천 및 직원의 임명’ 등으로 한기총 전반적 인사에 다 걸쳐 있다. 또 임원회 구성에서 상임회장 직제가 신설됐다. 상임회장의 임무는 “대표회장을 보좌하는 것”이다. 이 부분도 대표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임원회의 직무는 특별한 것이 없다. ‘이사를 선정해 실행위원회에 추천’, ‘회원 교단과 단체의 가입 및 탈퇴와 제명 발의’, ‘총회와 실행위원회의 결정사항 집행’ 등 주로 발의와 결의 내용 집행 등이 그 임무다.

애초에 변화발전위원회(위원장:최성규 목사)가 금권 과열 선거 방지책으로 내세웠던 교세에 따른 대표회장 출마교단 순환제, 구슬 뽑기, 금권에 대한 50배 벌금제 등은 다 팽개쳤다. 변화발전위원회는 초안에서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7000교회 이상 교단, 2000교회 이상 교단, 2000교회 미만 교단이 매년 순환하면서 대표회장을 내자고 제안했다. 또 제비뽑기를 통해 1/3만 투표를 하되 투표 직전까지 누가 투표권을 행사할지 모르게 하자고 했으며,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많은 액수의 벌금을 물리므로 경각심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었다.
또 한 가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총무협의회’ 권한 강화다. 이 역시 대표회장 권한을 키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원래 총무협의회는 한기총 소속 총무들의 임의단체로 시작됐다. 그런데 한기총은 그동안 총무협의회를 한기총 산하 협의회로 인정하고 이를 정관에 반영해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총무협의회 회장은 본회 임원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가진다”는 문구를 추가시켰다.

▲ 개정안 통과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최성규 목사(사진 앞줄 가운데)가 대표회장 자격 완화에 반대하자 길자연 목사(오른쪽)가 찾아가 설득하고 있다.
이에 비교되는 것이 한기총 총무의 권한이다. 한기총 총무는 실질적으로 한기총 살림을 총괄해야 하는 직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총무의 경우, 철저히 대표회장의 제어 아래 있도록 권한을 축소시켰다. “총무는 대표회장의 지시를 받아 본회의 업무를 총괄하며, 제반회의에 참석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총무협의회 회장이 임원회에 참석해 의결권까지 갖게 된 것과 비교할 때 총무가 총무협의회 회장보다 하위개념이 됐다.

따라서 6월 11일 실행위원회에서 정리한 이번 법규개정안은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많다. 변화발전위원회가 개정안을 만들 때 취지는 “타락한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상당부분 뿌리뽑아보겠다”는 선한 것이었다. 그러나 임시총회에 상정될 최종안에는 ‘제어장치’는 거의 다 사라졌다. 또 법규개정안에 대해 지난 정기총회 결의도 없이 통과를 강행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지적 역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임시총회에 상정키로 한 것은 현 임원진에게는 어쨌든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을 다했다는 명분과, 대표회장 임기를 강화했다는 실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법규개정안의 문제점을 제기해온 측에게는 대표회장 선거에 대한 문제점들을 상당히 저지한 것으로 선방을 했다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오는 임시총회에서 회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되며 통과될 경우, 법적용은 당장 차기 대표회장 선거부터 적용된다. 이제 교계의 눈이 임시총회에서 한기총 대의원들이 이법에 손을 들어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