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문기술 계발, 사역현장 적용 잇따라

김옥경 목사(정읍 매계교회)는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 23년간을 농촌교회에서만 사역하며 보냈다. 도시로 목회지를 옮길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기회 또한 있었지만 김 목사는 평생을 농촌에 바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 결심에는 정읍 일대의 모태교회를 섬긴다는 영광스러움과 사명감이 우선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자칫 나태해지거나 정체될 수 있었던 환경에서 자기 계발을 통해 활력소를 찾고자한 김 목사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김 목사의 삶에 가장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은 음악이다. 특히 12년 전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트럼펫 하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에 눈을 뜨게 했다. 맹렬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게 된 김 목사는 새롭게 얻은 재능을 사역의 장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 딸 성은 양과 함께 트럼펫을 연주하는 김옥경 목사. 음악은 농촌목회자인 김 목사에게 삶의 활력소이자, 새로운 사역의 장을 열어준 도구이다
같은 취향을 가진 동료 목회자들을 규합해 ‘쇼파르 관악앙상블’을 조직하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교회들을 찾아다니며 색다른 공연을 펼쳐보였다. 교회 안에서도 농사밖에 모르고 살던 교우들을 지도해 관악팀을 구성하고, 예배를 돕도록 이끌고 있다. 요즘에는 전주예술중학교에 재학 중인 딸 성은 양과 함께 부녀합주팀으로 맹활약 중이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해 전북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가 하면, 요양보호사와 성폭력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여기에는 소속 노회인 전서노회 목회연구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가 큰 도움이 됐다.

김옥경 목사는 “혼자 있을 때는 찬양곡을 연주하면서 영적인 충만을 누리기도 하고, 교우나 동료들과 함께 할 때면 제가 습득한 재능을 나누면서 아름다운 동역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매계교회에서 사역하는 18년 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활동을 이해하고 지지해 준 교우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익산 황등서부교회를 담임하는 하태영 목사는 예순이 다 된 나이에 색다른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타고난 수영실력을 전문적으로 키워 수상인명구조원 자격증을 따고, 익산YMCA에서 수영교실 강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편으로는 컴퓨터와 인터넷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목회자들을 위한 카페운영은 물론, 매일 150여명에게 복음이 담긴 이메일 편지를 보내며 ‘사이버 선교사’로도 맹활약 중이다. 하 목사는 “배우고 섬기려는 의지만 있다면 나이나 환경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진안 부귀중앙교회 전택복 목사도 끊임없는 개척정신으로 농촌목회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18년 전 부임할 당시만 해도 그 역시 평범한 농촌목회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농촌교회들의 위기가 점차 고조되면서 전 목사의 삶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도시교회들을 찾아가 새로운 목회방식을 습득하고, 많은 견학과 연구를 통해 농업분야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연마했다. 그 결과 부귀중앙교회는 농촌교회로서는 드물게 제자훈련과 가정교회 사역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로 꼽히고 있고, 예향공동체라는 부설기관을 설립해 장류개발사업을 벌이며 대안을 제시하는 농촌교회로서 명성을 쌓아가는 중이다.

전 목사는 “요즘은 제가 배운 노하우를 교우와 이웃들에게 전수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목회현장을 떠나게 되더라도, 교회의 명맥이 계속 이어지고 성도들이 희망을 견지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라고 밝힌다.

이처럼 농촌목회자의 자기 계발은 스스로의 삶뿐만 아니라 섬기는 교회와 지역사회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댈 데가 없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일이 아니다. 농촌목회자가 먼저 변해야 농촌교회에도 활로가 열린다.

한국농선회 사무총장 김기중 목사는 “농촌 목회자들에게는 대도시 목회자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기 계발의 기회와 여유가 있다”면서 “적절한 시간활용, 동역자들간의 정보교환 등을 통해 자신과 교회를 변화시키는 농촌목회자들이 많이 나타나기 바란다”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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