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기총 법규개정안 ‘개악’ 논란 무엇인가

▲ 지난 5월 25일 열렸던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최성규 변화발전위원장(왼쪽)이 심의위의 일부 재개정안이 변화발전위 의도와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표회장 중심 심의위 무리한 수정 시도로 과열 경쟁 재현 우려” 비판 거세

교단들이 교세에 따라 순환방식으로 대표회장 선거에 나서는 것을 골자로 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변화발전위원회(위원장:최성규 목사)의 법규개정안을, 법규 개정을 위한 심의위원회(위원장:이광선 목사)가 변경한 데 대해 예장합동(총회장:서정배 목사)의 불쾌감이 커지고 있다.
▶본지 1773호 1면 기사 참조

예장합동 관계자들은 기존의 변화발전위원회의 안대로라면 순번제에 의해 과열 선거없이 대표회장 선거가 진행될 수 있었는데, 현 대표회장을 중심으로 한 심의위원회가 무리하게 수정을 시도, 다시 혼탁선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변화발전위원회는 지난 5월 7일 한기총 임원회 석상에서 후보 순번제에 의한 대표회장 출마 방식을 제안했다. 이 안에 따르면 한기총 소속 교단은 교세에 따라 3개의 군으로 나뉘어 순환해서 회장 후보를 낼 수 있다.

즉 가군은 ‘7000교회 이상 교단’, 나군은 ‘7000교회 미만 2000교회 이상 교단’, 다군은 ‘2000교회 미만 모든 교단’이다. 변화발전위원회는 이에 의거, 2013년까지는 한시적으로 가-나-다군에서 회장 후보를 내도록 하고, 이후부터는 가-나-가-나-다-가 순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대표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심의위원회가 손을 대면서 지난 5월 25일 실행위원회에 내놓은 내용을 보면 3개 군 순환이 아예 삭제됐다. 당시 최성규 목사는 실행위원회에서 “변화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안과 달라진 것이 3가지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교단 순환제가 없어진 것”이라면서 “이것은 심의위원회가 손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해가 갈수록 과열로 치닫는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현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과열 선거를 막겠다고 밝히는 한편, 회장이 되면 정관개정을 반드시 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다.

한기총은 지난 1월 26일 열렸던 실행위원회에서 한기총 총무협의회가 상임회장 제도 신설을 요청한 것과 관련, 이 안을 차기 정관개정이 될 때 다루겠다고 언급한바 있었다. 당시 언급된 상임회장 제도는 상임회장이 자동적으로 차기연도 회장이 되도록 하는 내용이었고 이는 예장합동을 고려한 발상이었다는 분석이 높았다.

동시에 실행위원회에서는 대형교단들과 중소교단들이 회장직을 순번대로 맡도록 하자는 안들이 이미 오간 바 있었다. 당시 예장합동은 대표회장 선거에서 거듭 고배를 마신 뒤 “한기총 탈퇴”를 운운할 때였다.

이후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이광선 대표회장은 다시 한 번 “정관과 선거법 등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변화발전위원회가 신설되고 정관개정 책무가 맡겨진 것도 다양한 규모의 교단들이 대표회장에 안정적으로 출마함으로 불필요한 과열 선거를 막아야 한다는 한기총 내외의 개혁의지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는 현 이광선 대표회장도 총회를 통해 밝힌 바였다. 이러한 기대와 열망에 부응해 탄생한 변화발전위원회는 나름대로 4개월여의 각고 끝에 교단 안배에 따른 대표회장 후보 선출이라는 방법을 도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은 지난 5월 7일 임원회에서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임원들이 변화발전위원회의 안에 대해 일부 문제를 제기하자 심의위원회가 조직됐다. 당시 길자연 목사는 증경총회장 중심의 자문단을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심의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그 위원장을 현 대표회장이 맡았다.

그리고 두 차례의 회의 끝에 변화발전위원회의 핵심 조항들이 빠졌으며 대표회장 선거는 종전대로 자유경선체제로 해야 한다는 안이 발표됐다. 게다가 투표인단의 숫자만 현재보다 3배 이상으로 늘려 놨다.

한기총 임원진은 “이렇게 하면 숫자가 많아져 금권선거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안팎에서 “판을 키워 대형교회나 대형교단들이 회장 선거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여지를 남겼다”고 혹평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애초 대표회장의 임기를 2013년까지는 현행대로 1년으로 하고, 2015년부터 2년 단임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가 안을 수정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2년 단임으로 해야 한다는 안을 도출했다. 자유 경선을 통해 2년 단임 대표회장이 선출된다면 대표회장에 당선되기 위한 각 교단들의 치열한 선거경쟁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러한 안으로 현직 대표회장이 임기 중에 ‘개악’한 것은 개인적인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벌써부터 2013년 WCC 개최를 위해 보수권을 장악하기 위해 예장통합의 거물이 출마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만일 현재 대표회장의 뜻대로 법규가 개정될 경우, 내년도 대표회장 선거는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됐던 올해 선거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지만 이광선 대표회장은 여러 차례 회의석상에서 “정관개정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본인이 임기 중 개정한 정관에 따라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전혀 꺼내지 않고 있다.
한편 한기총 법규개정안은 이밖에도 대표회장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키고, 총무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독소조항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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