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농법’ 일석삼조

환경 안전 지키며 교회재정도 큰 도움

▲ 이세우 목사는 논농사 외에 100여 평의 밭에서도 유기농으로 고추, 오이, 가지 등을 경작하고 있다.

[전북완주들녘교회]

 “해충도 잡아먹고, 벼이삭 건드리며 공기도 순환시키고, 땅도 숨 쉬게 하잖아요. 꼬물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한 마디로 우렁이는 제 보물이에요.”

“해충도 잡아먹고, 벼이삭 건드리며 공기도 순환시키고, 땅도 숨 쉬게 하잖아요. 꼬물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한 마디로 우렁이는 제 보물이에요.”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을 설명하는 들녘교회 이세우 목사(52세)의 말에 흥이 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화학비료를 일절 안 써 땅도 보호하고, 거기다 일반농법에 비교해 고수익으로 교회 재정에도 도움이 되니 말 그대로 일석삼조다.

1990년 교회에 부임한 후 처음 두 해 정도는 남들처럼 일반농법으로 벼농사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을의 젊은 농부가 농약을 치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제초제의 다이옥신이 베트남전 고엽제에 쓰인 것과 같은 성분인 것을 알게 됐어요. 환경과 먹을거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1993년경 친환경농법을 결심하고 오리농법과 우렁이농법, 쌀겨농법들을 골고루 시험해봤다. 당시로서는 친환경농법이 흔하지 않은 때라 마을주민들은 물론 교인들도 의심 반 호기심 반이었다. 이 목사 역시 의욕은 있었지만, 경험이 제대로 없던 터라 실수도 많았다. 제 때 김매기를 해야 하는데 교회 일로 때를 미루다 결국은 풀을 못 맨 적도 있었다. 어느 해인가는 폭우에 옆 논의 물이 넘쳐 농약 성분이 고스란히 밀려들어오기도 했다.

유기농으로 쌀농사를 한 지 17년째 되는 지금은 우렁이농법과 쌀겨농법을 병행하고 있다. 우렁이는 제초 역할을 맡고, 쌀겨는 햇빛을 차단해 잡풀이 못 자라게 하는 효과를 낸다. 쌀겨는 나중에 거름이 되기도 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안 쓰다 보니 일반농법에 비해 일손은 훨씬 많이 필요한 편이다. 그러나 일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수익은 일반농법에 비해 월등하다. 일반 쌀이 80킬로그램당 13만원선에 거래되는데 비해, 유기농 쌀은 두 배 이상 가격이 책정된다. 특히 들녘교회 쌀은 품질이 우수해 30만원 이상 판매된다. 이 목사가 경작하고 있는 여덟 마지기의 논은 교회가 목회자 생활비용으로 마련해 준 것이지만, 이 목사는 여기서 나는 수익 7∼800만원을 고스란히 교회 재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목사는 친환경농법에 있어 안정적 판매처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교회의 경우 도시교회와의 자매결연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이 목사의 생각이다. 들녘교회의 경우 15년 전부터 같은 기장교단 내 서울 향린교회(조헌정 목사)와 자매결연을 맺어 전량 판매하고 있다.

“농촌교회는 안심하고 농사를 짓고, 도시교회 역시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좋죠. 가격도 시중가격과 생산자가격의 중간선에서 책정해 양쪽에 다 도움이 되죠.”

입소문이 나면서 들녘교회를 찾아오는 도시사람들도 많아졌고,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하는 마을 주민들도 많아졌다. 올해는 15가구가 참여해 마을 전체를 친환경단지로 바꾸겠다는 포부다.

이 목사는 본래 서울토박이다. 왜 농촌으로 왔냐는 질문에, 이 시대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이 농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하나님을 향한 겸손이 담겼다. 더불어 “농사가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농사짓지 않았을 것”이라는 농담 속에 농촌에 대한 애정 또한 듬뿍 실렸다.

▲ 후영순복음교회가 운영하는 선한농부마을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직거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충북 괴산 후영순복음교회]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1리에 위치한 후영순복음교회(김경준 목사)는 ‘선한 농부 마을’이라는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경제 회복은 물론, 교회의 이미지까지 살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33개 가정이 참여한 선한 농부 마을은 농산물과 임산물, 한약초 등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면서 한해 12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중이다.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단순히 농사지은 작물을 가져다 파는 것이 아니라 가공을 통해 이윤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선한 농부 마을은 일반가공식품, 조미식품, 추출가공식품, 발효식품까지 도시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상품들을 개발했다. 감나무 농사를 짓는다면 감 화장품, 감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벼농사로는 쌀과 함께 누룽지까지 판매하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로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이 덕분에 민들레, 엉겅퀴, 오디 등 선한 농부 마을이 최초로 판매한 상품들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후영순복음교회 김경준 담임목사는 “200평 논에 벼를 재배해서 팔면 일 년에 60만원 벌기도 어렵지만 그 땅을 모내기 체험관으로 만들었더니 2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농촌교회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김 목사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직거래에 도입해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만 먹는 아주까리잎은 옛적부터 선비들이 먹던 나물이었는데, 지역 출신인 우암 송시열 선생을 마케팅에 이용해 아주까리잎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지역의 특산물을 개발하고 그것을 상품화 시키는 것, 그것이 성공의 포인트다.

지금은 선한 농부 마을 사이트의 회원만 5만 명에 달하고, 충성고객이 2000명 이상이지만 처음부터 호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김경준 목사가 이곳에 부임한 92년의 후영순복음교회는 지방회에서 문을 닫을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성도가 없었다. 3년만 있을 생각으로 후영에 내려온 김 목사는 담임목사가 읍내에만 나가도 없어진 줄 알고 울기부터 하는 노인들의 정을 못 이겨 이곳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작목반을 결성해 조금씩 사업을 넓혀가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교회가 성도들의 경제적인 측면을 책임져 주니까 지역에서 영향력도 생기고, 성도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지역의 중심축이 된 것이지요. 이제는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교회, 우리 지역에 오래도록 남아줬으면 하는 교회가 됐습니다.”

김경준 목사는 교단 차원에서 유통혁명이 일어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총회가 심장, 노회가 정맥과 동맥이 되어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농어촌교회의 혈류를 뚫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재래시장뿐만 아니라 생산자들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유통사업을 통해 기독교가 하면 다르다, 기독교의 힘이 이 정도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 여름 수련회 기간을 이용해 도시 교회 청년들이 전원성결교회와 이웃 농가로 농활 자원봉사활동을 나와 직접 땀을 흘려가며 밭을 일구고 있다.

“유기농법을 도입해 함께 논과 밭을 일구고 농사일을 의논하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면서 교회가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충남 서산시 응암면 탑골리 150여 가구 400여 주민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농촌 마을에 위치한 전원성결교회(한석봉 목사·기성). 전원성결교회는 직접 손발을 걷어붙이고 농사를 지으며 농민들의 삶에 뛰어드는 농촌 목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놀라운 변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3년 5월 전원교회에 부임했던 한석봉 목사는 부임 당시, 전임목회자의 문제로 그나마 교회에 출석하던 50여명의 성도들이 대부분 떠나고 겨우 8명만이 남아있던 교회를 맡았다. 교회부흥은 둘째 치고 목사 본인이 먹고 사는 문제조차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 목사는 우선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보자는 생각에서 직접 농사에 뛰어들게 됐다. 그런데 그 시기가 유기농법이 보급되기 시작한 된 때와 맞물리면서 한 목사는 이 마을의 유기농법 전도사가 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유기농법을 공부하고 배운 것을 활용해 밭을 일구면서 교회가 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살아야 하고 농촌마을이 다시 살기 위해서는 땅이 살아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한 목사가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만든 발효 퇴비와 효소 등을 보급하며 유기농법을 알리기 시작할 즈음, 정부와 도시교회 양쪽에서 기적처럼 지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첫 번째 도움은 서울 신촌에 위치한 신촌성결교회(이정익 목사)의 농촌교회 자립 지원정책에서 비롯됐다. 농촌자립에 뜻이 있었던 신촌성결교회는 지난 2006년 농촌교회와 교회가 속한 농촌을 돕고 교인들과 지역민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지원이 필요한 교회를 공고로 모집했다. 신촌성결교회는 공고를 보고 신청한 20여개 교회에 현장검증을 실시한 후, 4년간 목회자 생활비 및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고 매주 수요일 교회 앞마당을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제공했다.

이에 더해, 2006년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농촌건강장수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4년간 1억 5000만을 지원받게 되면서 탑골리는 마을 전체가 친환경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소득을 증대해갈 수 있었다.

현재 한석봉 목사는 마을에서 농촌건강장수마을 추진위원장이자 충주시 뽕나무 작목반 반장을 맡고 있다. 또한 한 목사는 농촌건강장수마을 프로젝트의 일부로 농한기에는 건강교실, 사물놀이, 스포츠댄스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유치해 마을 주민들의 무료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교회가 지역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자, 겨우 8명에서 출발했던 교회가 7년 만에 재적 성도 80명 출석 성도 60명으로 성장했으며 교회 재정 자립 또한 할 수 있게 됐다.

한 목사는 “노동의 영성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강단에 서는 목회자가 성도들과 다름없이 농사를 지으며 검게 그을리고 벌레에 쏘인 얼굴로 복음을 전하고, 농사를 지어 굳은살이 베긴 손으로 인사를 나누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도와 함께 땀을 흘려 흙을 일구면서 하나님이 창조한 이 땅과 삶에 대한 감사를 깨닫는 것이 바로 노동의 영성입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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