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감소·노령화로 공동화 현상 심각
문화 전반 소외감 커져 극단적 선택 위험까지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농업을 귀하게 여겼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농어촌’은 ‘절망’과 동일시되어 버렸다.

농어촌의 암울한 현실은 인구 구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올해 3월에 발표한 ‘농업 및 어업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9년 농업 인구는 311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 9000명(2.2%) 줄었다.

농업인구는 2005년 343만 3000명을 기록한 이후 2006년 330만 4000명, 2007년 327만 4000명, 2008년 318만 7000명 등 4년 연속 감소 추세다. 지난해 어업인구도 18만 3710명으로 전년 대비 4.5%(8631명) 줄었다. 즉 농어업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더불어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하다. 지난해 농업인구 고령화율(전체 농업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4.3%로 2008년에 비해 0.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인구 고령화율(10.7%)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농업인구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농어촌 공동화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읍·면 단위의 농어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9∼18.2%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농어촌 인구 비중은 1990년 25.6%, 2000년 20%, 2005년 18.5% 등으로 계속 하락해 이들 지역의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에 이미 빈집과 폐교가 급증하는 가운데 2014년에는 농어촌 거주 인구가 인구 100명 중 16명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뜻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농어촌의 결혼 가치관도 바꾸게 했다. ‘2009년 혼인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결혼한 농림어업종사자 5600명 중 35.2%인 2000명이 외국 여성과 결혼했다.

여성들의 국적은 베트남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국이었다. 이는 지난해 외국여성과 결혼한 남성 2만 5100명(전체의 8.1%)과 비교를 한다면 엄청 높은 수치다. 특히 2005년 이후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농어촌의 현실은 우울할 뿐이다.

농어촌의 자살률도 대도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농어촌의 자살률이 서울보다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2008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서울은 21.6명이었지만 임실 76.1명, 횡성 73.9명, 단양 65.3명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의료체계와 여가시설, 정서적 외로움이 도·농간 빈부격차로 근심이 많은 노인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농어촌 주민들은 가장 필요한 여가시설로 문화·취미센터를 꼽았다. 통계청이 4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산한바에 의하면 농어촌 주민 중 33.9%가 문화·취미센터 건립을 원했고, 이어 찜질방(24.0%), 스포츠센터(14.7%), 공원(12.8%), 공연장(4.7%) 순이었다. 대도시에 비교해 열악한 문화 인프라 확충이 시급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종합해보면 한국사회 농어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혼인과 생활,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

농어촌은 위기를 넘어 절망 땅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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