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예배참석 환경조성 절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Y씨는 오늘도 교회 가는 길이 두렵다. 지은 지 20년도 더 지난 건물이라 교회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거나, 아니면 휠체어가 지날 수 있는 길로 돌고 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예배실에 도착하면 힘이 들어 몇 분간은 숨조차 제대로 쉬기가 버겁다. 담임목사님의 은혜로운 말씀도, 오랫동안 교제하며 친분을 쌓아온 동역자들도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교회를 떠나고 싶을 지경이다.

그나마 지체장애인들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지언정 예배를 드리는 것에는 무리가 없지만,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를 가진 성도들은 예배 시간 자체가 어려움의 연속이다. 가사도 제대로 모르는 채 웅얼거리며 찬양을 하거나 수화통역이 제공되는 예배시간에 일정을 맞춰가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 장애인들은 차별화 된 모임보다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예배드리기를 원하고 있다. 작년에 열린 장애인엑스포에 참여한 장애인들의 모습.
최근엔 많은 교회들이 장애인부서를 따로 두거나 장애인만 드리는 예배를 신설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이것은 역차별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 성도들이 예배를 편하게 드리게 하기 위해 장애인 예배를 만든 것이긴 한데, 비장애인 성도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에 장애인들이 불편을 주는 것도 따로 예배시간을 정한 또 하나의 이유”라는 한 교회관계자의 말은, 현재 한국교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

장애인교회를 섬기고 있는 윤치경 목사는 “대형교회가 아니면 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그렇다고 장애인들이 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교회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장애인들이 교회 안에서 원하는 것이 예배를 편하게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같은 예배를 드리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장애인 부서를 만들고 그들을 위한 예배를 따로 만드는 것보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예배와 장소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물론 수화통역사와 같은 인적자원도 요구되고 있다.

윤 목사는 “장애인교회, 비장애인교회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차이를 이해해주고 도우며 함께 할 수 있는 예배환경이 절실하다”며 “한국교회가 장애인 섬김에 보다 열린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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