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학원 복음화의 길 ① 대학생 선교단체 간사의 고민

2000년대 들어 급격한 쇠퇴기…취업준비·안티정서 확산이 원인

▲ 캠퍼스사역의 부흥을 위해 말씀운동과 사역자 육성, 선교단체 쇄신이 요구되고 있다. 기독대학인회(ESF) 소속 학생들이 대학 강의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대학생 선교단체들마다 “캠퍼스 사역이 쇠퇴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년 전부터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대학생들의 주체의식 또한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취업준비라는 시대적 상황과 한국교회의 내외적 문제점까지 맞물려 침체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학생 선교단체가 직면한 현실을 점검하고 학원 복음화의 길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기독대학인회(ESF) 관악지부를 맡고 있는 제현철 책임간사는 방학이 오히려 더 바쁘다. 매일 오전 9시 지부 회관에서 큐티와 기도모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학생들과 로마서 성경공부를 실시했다. 전체 겨울수련회에 이어 지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틀간 새기모(새학기 준비모임)도 열었다.
현재는 새학기가 다가오면서 각 학교에 맞는 전도방법과 홍보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에 따라가 단체를 소개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졸업생 모임도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다. 기독대학인회의 가장 든든한 후원조직이기도 하며, 차세대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틈틈이 본부사역도 해야 한다.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항상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고민이 있다. 미래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제현철 간사가 피부로 느끼는 대학생 선교단체의 침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메이저급 선교단체 한두 곳을 제외한 중소형 단체 대다수가 참여 학생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지난 10년 전에 비교해 반토막이 난 선교단체들도 여럿이 있다.

지난해 11월 학원복음화협의회(KCEN)가 주최한 캠퍼스사역 컨퍼런스에서도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기독학생회(IVF) 캠퍼스사역연구소 이시종 간사는 현재 상황을 “위기가 아닌 쇠퇴국면”으로 정의했다. 이 간사는 “IVF 내 100명 이상의 지부가 1990년대 후반에는 20여개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학생 선교단체들이 2000년대 들어서 급격한 쇠퇴기를 겪는 원인은 무엇일까?

제현철 간사는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요인은 시대적인 상황이다. 과거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며 시대정신의 대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직장이라는 현실에 쫓긴 나머지 동아리 활동을 부담스러워 한다.

대학 안에 팽배한 기독교 안티 분위기도 문제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학생 선교단체를 동아리연합회에서 제명시키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모 대학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가 ‘한국교회 불신’이다. 제현철 간사는 “심지어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대학에서도 동아리연합회가 나서서 전도활동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둘째 선교단체 내부 요인이다. 최근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이 대학생 선교단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브랜드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메이저급 선교단체로 쏠림현상이 심해 선교단체간 양극화가 커지고 있습니다.”

내부의 ‘선순환’도 문제점이다. 과거에는 1학년 영접, 2학년 양육, 그리고 3학년과 4학년 때에는 동아리 리더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티적 성향으로 신입생 전도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기존 학생들은 취업준비를 위해 학교를 휴업해 맥이 끊겨 선교단체 내 선순환이 어려워지고 있다.

운동에서 조직으로 변한 부분도 많다. 과거에는 학생 복음화 운동이활발했지만 이제는 전통과 생리 때문에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경직됐다. 그러다보니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게 됐다.

마지막으로 지역교회와의 관계성 부족이다. 학원 복음화는 선교단체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교회와 협력관계를 맺어야 진정한 힘이 나온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의 인식이 부족해 재정적 지원이 미비했다.

제현철 간사는 “그렇다고 학원 복음화를 포기해야 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고 힘주어 말한다. 오히려 이제부터라도 선교단체 내부 쇄신과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다면 싸워볼만한 하다는 것이다.

“대안은 말씀운동을 일으켜 복음 중심의 기독교 세계관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고민을 나누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목자가 필요합니다.”

학원 복음화의 길은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에 있지 않다. 변증과 논리보다는 실제 삶에서 보여주고 가르치는 모델 즉 목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세속적인 가치관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바꾸는 말씀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선교단체는 그 민족의 영적 바로미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10~20년 뒤, 즉 가장 가까운 미래에 한국교회의 영적 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대학입니다. 그리고 대학생 선교단체는 이들에게 보냄을 받은 공동체입니다. 대학생 선교단체가 건강해야 한국교회 미래도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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