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모니>

▲ 영화 〈하모니〉는 범죄자에 대한 편견을 모정과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은연 중 비판하고 있다.
신파라 불러도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자유가 구속된 여자교도소라는 배경하며, 구구절절한 개인 사연들, 어린 아기를 떠나보내는 모정, 거기다 사형 집행까지 영화 곳곳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배치돼 관객들의 정서를 지배한다.

여자교도소 수감자들이 만든 합창단 이야기. 줄거리는 이 한 줄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야기를 진행시켜가는 인물들의 인생은 짐작대로 누구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의처증인 남편을 얼떨결에 죽게 만든 가정주부, 제자와 남편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만 대학교수, 사채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죄를 범한 밤무대 가수 등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처와 자책, 슬픔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그늘 사이로 한 줄기 빛이 파고든다. 노래다. 한데 어울려 합창을 하는 가운데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어둠은 차츰 사그라지기 시작한다. 어둔 땅 속 씨앗이 햇볕을 좇아 싹을 틔우는 것처럼, 빛은 또한 열매를 맺는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상처 때문에 어머니의 전화조차 받기 거부했던 담장 밖 딸은 노랫소리에 이끌려 어머니를 찾아오고, 그동안 어머니의 면회를 거부했던 수감자 딸은 꽃다발을 들고 공연장을 찾아온 어머니를 얼싸안는다.

노래는 또 수감자 서로가 교감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극중에서 합창단 지휘를 맡은 대학교수 출신 사형수는 자신에게 악다구니를 퍼부은 어린 수감자와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함께 친다. 피아노 음률이 흐르는 가운데, 늙은 사형수는 어린 살인범에게 마음으로 말을 건넨다. ‘힘든 거 다 안다.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지내자’. 위로의 말에 살인범의 마음에 맺힌 설움은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채워진다.

어느 한 곳 기독교와 관련된 장면은 없지만, 영화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떠올려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군들 죄인이 아니며, 누군들 죄 사함 받기에 부족할까. 노래가 그토록 힘이 있다면, 하늘의 복음은 얼마나 희망이 될까. 영화 속 그녀들의 노랫소리가 아름답다면, 한번쯤 우리도 마음 속 담장 너머로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담장이 아무리 두껍고 높다 한들 노래가 넘지 못할 산은 아닐테니, 한껏 자신감을 갖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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