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키워드로 알아보는 2010 목회계획] ② 네트워크 목회

고유 특성·장점 활용하는 ‘네트워크 연합’으로 효율적 사역 끌어내야

▲ 한국교회 연합사업 전문가들은 서열식 교회연합이 아닌, 네트워크 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10년의 목회를 계획하는 현시점에서 두 번째 키워드는 개교회 목회현장을 넘어선 주제, 바로 ‘연합’이다.

새해 목회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연합’을 논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이런 느낌은 연합이 무슨 목회이며, 실제로 연합을 목회계획에 끼워 넣는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자. 지나친 개교회주의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교회연합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회는 없다.

어느 해를 막론하고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외치지 않은 적이 있는가? 하나됨을 힘써 지키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한국기독교의 분열상에 부끄러워하고, 회개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또한 교회 규모를 막론하고 교회연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지하지 않은 교회가 어디 있는가? 바로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2010년 목회계획에 ‘연합’이라는 단어를 화두에 올린 것이다.

목회에 ‘연합마인드’를 넣어라

교회들마다 지역복음화를 위해 전도와 사회복지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전도를 해도 과거 10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사회복지를 매개로 지역을 섬겼지만 비호감 종교로 전락한 것이 지금의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어려운 국면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한국교회는 여전히 개교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각개전투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회연합만이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아니다. 교회들마다 건강한 성장과 부흥이 있어야지만 교회연합도 가능하기에, 개교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폄훼가 깊은 상황은 일개 교회만의 노력으로는 타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교회들이 잘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수 교회의 잘못으로 기독교 전체가 호감이 떨어지는 형국이다. 따라서 교회들이 힘을 모으고,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기에 교회연합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회연합의 인식전환

교회연합의 중요성과 당위성은 과거에 비해 보편화됐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연합 수준은 초보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합=대형집회’라는 범주에 고착된 고정관념, 머릿수에 따라 집회 성패를 따지는 숫자놀음, 대형교회 중심의 연합주도, 연공서열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보이지 않는 갈등구도, 운동(movement)지향보다는 비생산적 행사 일변도의 반복. 이러한 교회연합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생산적이고, 영향력있는 연합운동은 꿈꿀 수 없다.

따라서 교회연합의 목적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교회연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돕는 것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교회연합은 대부분 개교회의 일방적인 헌신을 강요해 왔다. 재정을 요구하고, 인원동원을 요청했다. 정작 연합의 장에 나가면 개교회 유익이 될 만한 소재가 없기에 점차 교회들이 연합과 멀어지게 된다.

교회연합이 운동지향적으로 바뀌고, 교회의 순수성을 보호하고, 교회들마다 도움이 되는 사역들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조정돼야 한다.

또 하나 교회연합에 있어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연합의 형태다. 지금까지 연합단체들은 교회의 대표성을 강조해 왔다. 다시 말해 연합회 이름아래 모든 교회를 일렬로 줄 세우기식으로 운영돼 오고 있다. 교회연합은 이제 이러한 단일체(Unit) 방식에서, 개개 교회의 특성과 장점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네트워크(Network) 형태로 변화돼야 한다.

네트워크식 교회연합은 교회연합에 있어 개교회를 들러리에서 주인공의 자리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네트워크 연합의 이해

네트워크 연합은 광역단위의 연합보다는 동(洞)과 같은 최소 단위의 연합에서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교회는 교회가 뿌리내린 특정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세워졌다. 그 지역에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세워진 교회들이 여럿 있다. 이처럼 동일한 텃밭을 두고 사역하는 교회들이 연합할 때 불필요한 교회간 경쟁을 피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역들을 전개할 수 있다.

교회마다 규모가 다르다. 중점을 둔 사역도 다르다. 교회의 특성도 다르다. 이렇게 다른지만 특정지역의 복음화라는 명제는 동일하다. 지역복음화라는 동일한 명제 앞에 각기 다른 교회의 특성을 인정하고, 교회마다 갖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연합으로 복음의 기경작업을 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그건 이상(理想)이다”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상일 수 있다. 적어도 서울의 후암동에 있는 교회들의 연합을 모른다면 말이다.

네트워크 목회의 적용-’후암동 9형제교회’

네트워크 연합이 어떻게 목회에 적용할 수 있을까? 후암동의 9개 교회의 사례를 통해 힌트를 얻어 보자.
서울시 중구 후암동에는 9개 교회가 세워져 있다. 이들 교회는 교단과 교파가 다르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9형제’교회라 서슴지 않고 부른다. 9형제 교회는 후암동과 ‘후암동 교동협의회’를 구성, 교회위상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많다. 우선 ‘공동전도지 제작’이다. 9개 교회는 매년 5만장의 전도지를 공동으로 제작해 사용한다. 모든 교회가 동일한 양식과 내용을 담아 중앙일간지에 넣어 배포하고 있다.

9형제교회는 10년 전부터 ‘성탄절 연합예배 및 축하음악회’를 개최한다. 9개가 연합으로 성탄의 기쁨을 동일한 장소에서 함께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부아버지학교’, ‘이웃사랑 나눔 바자회’, ‘어려운 가정 결연사업 전개’, 사랑의 쌀을 전달하는 ‘따뜻한 겨울보내기 운동’, ‘독거노인 생일잔치’, ‘노인회관 야유회 차량지원’, ‘독거노인 밑반찬지원’ 등의 사역을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이는 교회간 동일한 사업으로 인해 오는 불필요한 경쟁과 재정낭비를 막고, 규모있게 추진하는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후암동 9형제교회의 네트워크 목회는 행사적 연합 이상의 수준에 올랐다. 9형제교회는 지난해 12월 21일 베트남 하노이에 선교사 한 가정을 공동으로 파송했다. 이를 위해 9개 교회가 선교회를 조직해 선교비를 적립하고, 집행하고 있다.

어지간한 네트워크 의식이 없다면 이러한 공존과 공조, 상생을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후암동의 9형제교회는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유익을 얻었다. 우선 목회자들의 신뢰와 협조가 탄탄히 구축됐다. 아울러 평신도간의 교류가 활성화 됐고, 교회마다 자부심을 갖게 했다. 지역에서의 교회 위상 변화는 네트워크 목회의 대표적 성과라 하겠다. 교동협의회는 지역민들로부터 공신력을 인정받을 정도로 교회위상이 높아졌다. 또한 서울시와 용산구청으로부터도 봉사대상을 수상했으며, 타 구청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다.

후암동 9형제교회 회원인 손상률 목사(후암교회)는 “네트워크 연합은 교회간 불필요한 경쟁구도를 해소시켜 여유롭고 보다 효과적인 사역을 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목회에 큰 유익이 있다”면서, “바람직한 교회연합은 광역단위의 큰 기구보다 소규모라도 지리적·목회적 토양이나 비전이 동일한 동 단위 규모에서 연합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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