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국 개혁주의 어디로 가나 (1) 목회자 좌담회 : 개혁신학 미래는

“칼빈신학 연구·적용 일상돼야 희망”

[칼빈 500주년 기념 특별기획]   좌담:김길성 문병호 심창섭

문병호 교수:칼빈출생 500주년을 보내면서, 올 한해 의미 깊었던 국내외의 동향을 반추해 보는 것이 우선순위 일 것 같습니다.

김길성 교수:국내에서는 각 신학교에서 종교개혁주간에 기념행사를 갖고 복음주의신학회, 개혁신학회 등 학회 중심의 논문발표와 세미나가 전개되었습니다. 칼빈 관련 논문이나 책들도 꽤 많이 출간되어 500주년을 풍성하게 더했습니다.

심창섭 교수:세계칼빈학회를 중심으로 제네바에서 포럼이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김 교수님 말씀처럼 신학교와 학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세미나가 열렸는데 교파를 초월하여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 진행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신학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칼빈주의를 계승하는 한국교회가 한 이름으로 행사를 펼쳤어야 진정한 ‘칼빈의 르네상스’를 이룰 기회를 얻었을 것입니다.

 
문 교수:‘칼빈 리바이벌’은 20세기 중반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신정통주의자들에 의해서 왜곡되게 전개된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칼빈을 단지 이용만 하지 말고 읽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칼빈을 관념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그의 텍스트를 통해서 신학을 깊이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교단에서 칼빈 500주년을 준비하여 각종 행사를 벌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아우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지만 칼빈을 통하여서 개혁주의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여론을 일으킨 점이 고무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심 교수:저는 소위 자유주의자 혹은 신령주의자들에 대한 칼빈의 비판을 공부하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공부를 하게 된 동기는 60~70년대에 장로교 정통에 위협을 주던 신비주의가 우리나라에 팽배해 가고 말씀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비판하기 위하였습니다.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칼빈도 신령파, 방언, 적신 등을 주장하는 운동을 강하게 반대했다는 점입니다. 칼빈은 개인이 갖고 있는 윤리 문제, 특히 재산에 대해 관심이 높았습니다. 개신교가 잘 되려면 교리와 돈 문제를 한국교회가 잘 가르쳐야 합니다. 개혁주의의 윤리적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가르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김 교수:칼빈은 초대교회의 전통을 계승했습니다. 장로교는 칼빈신학에 기초한 칼빈주의를 물려받아 이루어졌습니다. 신신학과 신정통주의가 대두되었을 때 보수교단들은 칼빈신학에 기초해서 그들에 대하여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지금 세계적인 학교에서는 칼빈의 구원론 기독론 성령론 등을 포괄적으로 연구하면서 텍스트로 돌아가자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칼빈을 올해의 이벤트로 그치지 말고 연결시켜 진행해야 합니다.

문 교수:우리 교단은 칼빈의 신학에 터 잡은 칼빈주의, 즉 개혁주의 교리를 교회의 서고 넘어짐의 조항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오늘날 다원주의, 혼합주의, 세속주의가 복음주의라는 이름으로 잠입해서 개신교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일부 개신교 신학자들은 이신칭의 교리를 양보해서라도 로마 가톨릭과 다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많은 신학자들이 소위 ‘바울 신학의 새 관점’에 빠져서 구약의 계시성을 부인하고, 신약의 가르침을 유대주의의 산물이라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개혁주의는 ‘오직 성경’의 원리를 기초로 수립되었습니다. 개혁주의는 돌트 신경에서 선포된 교리를 핵심으로 하며 교리와 삶을 함께 강조합니다. 이와 같은 개혁주의를 계승하고 심화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대의 과제라고 봅니다. 성경적 교리를 현장에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개혁주의입니다.

김 교수:쯔빙글리 루터 칼빈이 갔던 길은 바울의 재발견입니다. 사람이 일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이 일하십니다. 인간의 행위보다 하나님이 앞서는 것입니다. 한국 보수신학의 양대산맥인 박형룡 박윤선 박사의 신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들의 신학을 계승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복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화란의 개혁주의를 받아들여서 신학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심 교수:얼마 전에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개혁주의신학연구소를 개설했습니다. 개혁신학의 가이드 라인을 정하여 16세기의 종교개혁 원리에 따른 개신교를 조명할 생각입니다. 또한 칼빈의 신학사상과 교리 정치 제도 교육 등을 고취시켜 교리의 체계와 신앙모범 신앙고백 등을 새롭게 살피도록 할 생각입니다. 조직신학과 역사신학은 물론 목회자에게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주일학교 공과를 연구하는 센터가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김 교수:오늘날 주일학교 교육은 가르치는 방법을 신세대에 맞게 적용해야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대소요리문답을 외우면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리를 딱딱하지 않고 재미가 있는 교재로 만들어 보급해야 합니다.

문 교수:이 시대는 한국교회가 다시금 중심으로 돌아가라고 교훈하고 있습니다. 다시금 미련해져야 합니다. 세상의 것으로 견주지 말고, 복음의 미련한 것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일학교 공과는 교학협동으로 추진하여 은혜롭게 이뤄져야 합니다.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 교회마다 은혜의 강수가 흘러넘치게 될 것입니다. 최근 4~5년 사이에 주일학교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교단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교단이 진리운동, 교리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리고 청교도들이 그러하였듯이, 개혁 교리에 따른 삶을 보여야 합니다. 교회연합에 대해서는 교리에 대한 논의부터 탁자에 올려야 합니다. 교리를 말하면 분파주의자로 여기는 자유주의자들에 의해서는 진정한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담론이 형성될 수 없습니다. 종교다원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묵인하는 사람들은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인식 자체를 결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참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1959년 통합이 분리되어 나갈 때 분명히 신학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선결해야 합니다. 똑같이 12신조와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을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해석이 다릅니다. 1967년 이미 장신은 새로운 해석을 받아들여 고백이 각각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와 신앙의 색깔이 같은 합신 고신과 같은 교단과는 당장 합치지는 못해도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 교수:WCC(세계교회협의회)는 신학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2013년 WCC 부산 유치에 대한 역기능과 순기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개신교 연합을 놓고 볼 때 우리의 교리적 선명성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고 교제적인 측면에서의 대화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 교수:2012년이 장로교 100주년 해입니다. 이를 기점으로 총회의 정체성 세우기를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2~3년간 지속적으로 역량을 모아 교단의 확고한 신학적 입장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심 교수:나름대로 이 시대의 교회 정체성을 세우고 교회를 살리는 길을 모색하면 좋은 방향이 제시되리라고 봅니다.

문 교수:WCC 개최로 첨예한 논의가 예고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온당하게 수립하고, 그것을 떳떳하게 알려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1세기 작금 교회의 제일 사명은 성경의 가르침을 순수하게 선포하고 가르치는데 있다고 여깁니다. 이 시대, 하나님의 섭리가 무엇입니까? 저는 하나님께서 말씀이 온전히 증거되는 곳에 부흥이 있게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어두움과 쟁론하여 빛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은 자연히 물러납니다. “어두움을 넘어서 빛으로!” 라는 제네바 종교 개혁의 모토를 다시금 상기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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